2015.1.27. 연중 제3주간 화요일(뉴튼수도원 78일째)

                                                                                                            히브10,1-10 마르3,31-35


                                                                      새 가정 인류 공동체

                                                                     -하느님의 영원한 꿈-


여기 미국 뉴튼수도원내 호수의 변화가 놀랍습니다. 하느님 주신 선물이자 기적입니다. 과학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저에겐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수증기가 되고 또 눈이 되는 과정은 신비의 기적처럼 생각됩니다. 


투명하던 얼음의 호수가 눈이 덮이니 드넓은 운동장이 되었습니다. 힘좋은 사륜 오토바이에 아이들을 태운 보트 썰매를 끈에 매달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이 너무 좋고 아름다워 연신 핸드폰 셔터를 누르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신나게 달리던 오토바이가 제 앞에 멈추더니 성탄츄리나무를 판매할 때 안면이 있었던 맘씨 좋은 형제가 물었습니다. 


"Father, Do you want to go boating?(신부님, 보트를 타고 싶습니까?)“

"Good! Thank you for your kindness.(좋습니다, 당신의 친절에 감사합니다.)“


영어는 복잡한 존대말이 없어 곧장 자유로운 수평적 관계를 이뤄주어 좋습니다. 짧은 영어를 주고 받으며 보트 썰매에 올랐습니다. 모습은 보트나 얼음위를 달리니 보트썰매입니다. '보트썰매', 이것은 형수와의 카톡을 통해 얻은 단어입니다.


"호수 위 보트(썰매) 타시네. 하느님이 주신 특혜네요.“


하여 드넓은 호수 마당을 두바퀴 돌았습니다. 순간 하느님이 주신 선물, '삶의 기쁨'이란 말마디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난생 처음, 동심(童心)으로 돌아가 보트 썰매를 탔으니 놀라운 기적의 선물입니다. 문득 한국의 살인적 경쟁풍토 안에서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날 주말, 수도원 곳곳에 아이들을 태운 썰매를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매달아 태우고 운전하는 젊은 아버지들을 보면 삶은 축제처럼 느껴집니다. 행복해하는 젊은 아버지와 아이들을 보면 덩달아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집니다. 


과연 한국엔 이런 아이들이, 가정들이 몇이나 될런지요. 평범한 가정들이 누리는 이 행복, '아, 이게 초강대국 미국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자라나 군인이 되면 나라에 충성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얼마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 받은 깊은 감동도 잊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활력과 매력이 철철 넘쳐흐르는, 자신만만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이었습니다. 완전히 의회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한시간 내내 그 긴 시간을 원고 한 번 보지 않고 복잡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에 간간이 유머도 섞어가며, 전혀 주눅들거나 지친 모습 없이 조리 정연하고 힘차게 설명하는 모습은 얼마나 부럽던지요. 


온통 국민들에게 희망과 꿈, 자국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신뢰를 북돋워주는 낙관적 긍정적 내용들이었습니다. 무수한 기립 박수와 웃음을 자아내는 상하원 합동의회의 모습은 흡사 행복한 잔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국력의 차이를 실감하는, 우리와는 너무나 현격한 차이였습니다.


삶은 축제입니다. 삶은 행복입니다. 삶은 기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삶의 기쁨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어디선가 읽다가 메모해둔 글귀도 생각납니다.


'우리 삶에 웃음과 기쁨이 실종되었다. 하지만 나와 우리의 삶에는 여전히 ‘기쁨’이 필요하다. 우루과이 시인 마리오 베네데티는 “참호처럼 기쁨을 방어하라”라고 말한다.‘


가까이 내 몸담고 있는 가정, 수도원, 교회부터 참호처럼 기쁨을 방어하며 행복한 축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 주신 축제인생, 삶의 기쁨이란 선물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 때 비로소 기쁨의 축제 인생이요 새 가정의 탄생입니다. 단일 민족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 날로 늘어가는 다문화 가정들과 더불어 바로 이 주님 안에서의 새 가정이 장차 우리의 유일한 비전이자 대안임을 깨닫습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이 당신의 새 가정임을 선언하는 주님이십니다. 바로 이것이 새로 탄생한 주님을 중심으로 한 성가정 교회공동체, 성가정 수도공동체의 원형입니다. 하느님 주신 참 좋은 새가정 공동체입니다. 혈연을 넘어 새롭게 태어난 하느님 안에서의 새로운 한가정의 공동체는 바로 온 인류의 염원이요 비전입니다. 


삶의 진정한 기쁨도 하느님이 주신 이런 선물 공동체 안에서 가능합니다. 카톡을 통해 나누는 무수한 형제자매들 역시 제게는 주님이 주신 새로운 한 가족처럼 생각됩니다. 예수님의 원대한 하늘나라의 꿈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이런 주님 안에서 하나의 새 가정 인류 공동체의 출현입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히브리서 저자가 예수님의 입을 빌려 고백한 시편(오늘 화답송 후렴 시편40,8ㄴ과9ㄱ)을 통해서도 분명 이런 새 가족 인류공동체가 하느님의 뜻이자 하느님의 영원한 꿈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과제는 분명해졌습니다. 


부단히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하여 지금 몸담고 있는 공동체를 주님 안에서 새가정 공동체로 부단히 업그레이드 시켜 하늘나라 공동체로 만드는 것입니다. 기쁨의 공동체, 사랑의 공동체로 확장(擴張), 심화(深化)시켜 가는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이런 새가정 공동체를 탄생시켜주시고, 확장시켜주시며, 견고하게 해 주십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시편27,4).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며 살아가는, 내 몸담고 있는 지금 여기가 주님의 집이요 주님의 가정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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