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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9.부활 제6주일                                   사도10,25-26.34-35.44-48 1요한4,7-10 요한15,9-17

 

 

 

어떻게 잘 사랑할 수 있을까요?

-정주, 공부, 실천-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좋은 글은 늘 봐도 좋고 새롭습니다. 좋은 사람은 늘 봐도 좋고 새롭습니다. 글과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산도 하늘도 나무도 풀도 꽃도 그러합니다.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롭습니다(ever old, ever new). 밤 1시에 일어나 수도원 정원 잔디에 누워 밤하늘을 보니 엊그제와 어제 미세 먼지로 뿌여 잘 안보이던 별들이 북두칠성과 더불어 선명하게 무수히 보입니다. 마음 깨끗한 영혼들에 반짝이는 하늘 은총을 상징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풀꽃)

 

그대로 사랑의 눈길, 관상의 눈길입니다. 풀꽃만 아니라 좋은 분들이나 좋은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여기 늘 한결같은 하늘 배경의 불암산이 그러합니다. 한결같은 사랑을 상징하는 ‘하늘과 산’이라는 자작시는 24년이 지난 지금 봐도 늘 좋고 새롭습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1997.2

 

하늘이 주님이라면 산은 저입니다. 주님과 저의 한결같은 사랑의 관계가 바로 이러합니다. 날로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 깊어지는 사랑과 신뢰의 우정 관계입니다. 한밤중 일어나 보니 44년전 초등학교 6학년때 제자들의 단톡방에 소개된 메시지들을 모아 재치才致 넘치는 제자가 보내 줬습니다. 

 

당시 1977년, 13세 6학년 제자들은 지금 모두 57세, 저와 함께 늙어가고 있지만 영원한 소년들 같습니다. 지금은 예수님이 제 사랑 전부이지만 당시 29세 청년교사인 저에게는 아이들이 제 사랑 전부였습니다. 제자 자랑도 팔불출에 속하는지는 모르지만 소개합니다.

 

-“선생님, 우리 6반 단톡방 재밌어서 몇 개 보내드려요.ㅋㅋ. 다들 선생님 뵐 생각에 들떠 있어요. 우리의 재롱 보실 각오하세요. ㅋㅋ”

“저두 갑니다.”

“회장님, 기타 가지고 오소. 봄소풍 기분 내보자.”

“그럼, 모두 1인1악기 지참하는 걸로. 각자 스승의 은혜 연습해서 와. 악기없는 사람은 젓가락!! 그날 선생님 앞에서 합주를 하겠소.”

“그람 더 재밌겠다. 대현 가수의 음악.”

"건우는 그날 소풍 장면을 크로키할 준비해올 것!!!"

“넵. 회장님”

“명가수 진이 있자나. 강추!”

“난 선생님을 위해 곱사춤을 추겠소.”

“재미지겠어. 아주!”-

 

여전히 초등학교 시절 동심의 순수한 사랑으로 반짝이는 모습들이 흡사 하늘의 별들처럼 영롱하고 아름답습니다. 사랑의 별들 같은 제자들입니다. 아, 그럼 ‘어떻게 잘 사랑할 수 있을까요?’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첫째, 정주定住 입니다.

사랑의 평생 정주입니다. 평생 정주를 위해 한결같은 끊임없는 기도의 관상은  필수입니다. ‘정주하라’, 바꿔말해 ‘기도하라’입니다. 늘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는 정주입니다. 멀리 밖에서 방황할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 주님 만나지 못하면, 머물지 못하면 다른 어디서도 주님 못 만나고 머물지도 못합니다.

 

각자 삶의 자리는 다 달라도 주님 안에 머물러 정주하면 서로 연결되어 주님 안에 하나됩니다. 사실 떨어져 있어도 예수님과 한몸을 이루는 지체들입니다. 그러니 각자 고유의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면서 주님과 우정의 사랑과 신뢰를 날로 깊이해 가는 것입니다. 저절로 텅 빈 충만의 기쁨이요 행복이 될 것입니다. 주님 사랑만이 텅빈 허무를 텅빈 충만으로 바꿀수 있고 무지의 어둠을 빛으로 바꿀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그러니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참으로 주님 사랑 안에 깊이 머물렀던 베드로 사도의 성령의 열매, 관상의 열매같은 깨달음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나는 이제 참으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십니다.”

 

당신을 찾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구원의 하늘문, 하늘길 예수님입니다. 수도원 개원이래 34년 매일 밤낮 열려 있는 여기 수도원 정문과 수도원길이 늘 열려있는 예수님의 하늘문과 하늘길을 상징합니다.

 

둘째, 공부工夫 입니다.

사랑의 평생 공부입니다. 늘 공부하는 것입니다. 사랑 공부 예수님 공부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성서공부입니다. 그러니 ‘기도하라’에 이어 ‘공부하라’입니다. 예수님을 배워 깨달아 알아 갈수록 하느님을 알게 되고 나를 알아 비로소 예수님을 닮아 무지에서 해방되어 겸손하고 지혜롭고 자비로운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 빛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성서의 렉시오 디비나의 관상독서와 더불어 함께 가는 자연성서와 내 삶의 성서입니다. 참으로 자연사랑이 절실해 지는 작금의 위기시대입니다. 공동집인 지구와 그 안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기후재난으로 너무 큰 곤경중에 있습니다. 자연을 함부로 대한 자업자득의 결과입니다. 살아 있는 하느님의 성서와 같은 자연만물입니다. 

 

이어 내 삶의 성서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바로 이 세 성서의 렉시오 디비나 공부가 평생공부입니다. 참 나를 발견해 가는 점차 예수님을 닮아가는 공부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이런 하느님을 공부하면 하느님의 피조물인 사람을, 자연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생 하느님의 사랑인 예수님을 공부하며 알아갈 때 우리 모두 예수님을 통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 사랑, 우리 생명, 우리 기쁨, 우리 행복임을, 우리 삶의 모두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 삶의 영원한 중심이자 의미는, 방향이자 목표는 예수님뿐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께 이르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수님 사랑 공부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

 

셋째, 실천實踐 입니다.

사랑의 평생 실천입니다. 사랑은 믿음처럼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멀리서가 아닌 밖에서가 아닌 여기 내 몸담고 있는 예수님의 한 몸 공동체에서부터 사랑하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순수하고 무사한 아가페 사랑입니다. 사랑과 존경이 잘 안 된다는 수녀님에게 드린 충고가 생각납니다.

 

“존경과 사랑은 쉽지 않습니다. 그냥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연민의 아가페 사랑으로 충분합니다. 나름대로 한계와 부족함으로 힘겹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깨달음에서 오는 사랑이 바로 무조건적인 존중과 배려, 연민의 사랑입니다.”

 

복음의 예수님 역시 사랑의 실천을 신신당부하십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 부르지 않는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서로 사랑할수록 더불어 예수님과 깊어지는 친구로서의 우정관계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뽑으시어 사랑의 아마추어가 아닌 사랑의 프로가 되어 살게 하신 주님이십니다. 주님이 마지막으로 점검하실 것은 사랑의 열매와 더불어 당신과의 우정관계일 것입니다. 

 

주목할 바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 하셨지 예수님 당신을 사랑하라 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 사랑과 형제들간의 서로 사랑은 구별될지언정 분리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형제들을 사랑할수록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고 우정도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그 사랑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아드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로 보내 주신 것입니다.”

 

우리를 늘 감동케하는, 우리 사랑에 선행하는 이런 하느님 사랑이, 예수님 사랑이, 형제적 서로 사랑에 샘솟는 사랑의 원천이 됩니다. 바로 이 거룩한 사랑의 성체성사 은총이 우리 모두 지칠줄 모르는 형제애를 실천하게 합니다.

 

1.주님 안에 머물러 평생 정주하십시오. 정주를 사랑하세요.

2.평생 날마다 주님 사랑을 공부하십시오. 공부를 사랑하세요.

3.평생 사랑을 실천하십시오. 형제 사랑, 하느님 사랑, 예수님 사랑, 자연 사랑입니다. 실천을 사랑하세요.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간곡한 당부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15,17). 아멘.

 

  • ?
    고안젤로 2021.05.09 10:52
    "사랑하는 주님, 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주님 주시는 사랑을 많은곳에서 느끼고 보고 들을수 있도록
    저희의 몸과 마음을 항상 정결도록 노력하여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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