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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5. 화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480-560?) 별세 축일     

                                                                                                                       창세12,1-4 요한17,20-26


                                                                          귀가歸家 준비

                                                                        -아름다운 죽음-


오늘 미사는 각별합니다. 통상적으로 오늘은 부활 제2주간 화요일 미사를 봉헌하지만 우리 베네딕도 수도회는 사부 성 베네딕도 별세 축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원래 3월21일 별세 축일이 성주간에 들어있던 관계로 이동하여 오늘 지냅니다. 참 아름다운 성 베네딕도의 죽음입니다. 


아름다운 죽음, 말 그대로 은총입니다. 아름다운 죽음보다 힘들고 중요한 것도 없고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도 없습니다. 바로 성 베네딕도의 죽음이 그러합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귀가歸家준비-아름다운 죽음’입니다. 길다 싶지만 그레고리오 대 교황이 전하는 성인의 아름다운 죽음의 장면을 소개합니다.


-그분은 임종하시기 엿새 전에 당신을 위해 무덤을 열어 두라고 명하셨다. 곧이어 그분은 열병에 걸리셨고 심한 열로 쇠약해지기 시작하셨다. 병세는 날로 심해져서 엿새째 되던 날 제자들에게 당신을 성당으로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


같은 날 그분 수도원에 속한 두 형제, 즉 한 형제는 수도원 안에 살고 있었고 다른 형제는 먼 곳에 있었는데, 그들에게 하나의 동일한 환시의 계시가 나타났다. 실상 그들은 그분의 방에서부터 동쪽을 향해 하늘에 이르기까지 똑바로 나있는 길을 보았는데, 그 길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고 수없이 많은 등불이 켜져 있었다. 


그러자 그 위에 빛나는 옷을 입은 존엄한 분이 나타나시어 이길이 누구를 위한 길인지 알겠느냐고 물으셨다. 그들이 모른다고 하자, “이 길은 주님께 사랑받는 베네딕도가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다”라고 말씀하셨다.-(그레고리오 대종;베네딕도 전기 235-237쪽)-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당신 제자들에게 주신 말씀대로, 성인은 평상시 그렇게 귀가歸家 준비, 죽음 준비를 해 오셨기에 이런 아름다운 죽음임을 깨닫습니다.


‘축복받은 이’라는 베네딕도 이름 뜻대로 축복받은 삶에 축복받은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 성인입니다. 평생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했던 열매가 마지막 떠남의 아름다운 죽음입니다. 그러니 아름다운 떠남의 죽음을 위한 평소 귀가 준비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평소 탈출의 여정, 떠남의 여정에 항구할 때, 충실할 때 마지막 떠남의 아름다운 죽음입니다. 이런 삶 자체가 이웃에겐 축복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 창세기의 아브라함을 닮은 성 베네딕도입니다. 두 분 다 파란만장한 삶 중에도 하느님만을 찾는 내적여정에 항구했던 분들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75세 고령에 고향을 떠나는 ‘영원한 청년’ 아브라함입니다. ‘너는 복이 될 것이다(You will be a blessing)’, 얼마나 복된 말마디인지요. 아브라함뿐 아니라 성 베네딕도의 삶도 이웃에게 복이 된 삶이었습니다. 아니 우리 역시 매일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주님의 복이 되어 파견됩니다. 이렇게 복된 존재로 살아갈 때, 복된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아름답고 복된 죽음입니다.


복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은 일치의 삶을 추구합니다. 늘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일치의 삶을 살아갈 때 복된 떠남의 여정을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가르쳐 주는 진리입니다. 믿는 이들이 당신 안에서 모두 하나가 되게 해 달라는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입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다는 것을 세상이 믿게 해 주십시오.”(요한17,20-21).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일치의 삶을 살아갈 때 아름다운 떠남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습니다. 주님과 늘 기도로 소통하는 일치의 삶, 이보다 죽음의 귀가준비에 좋은 삶도 없습니다. 언젠가 인용했던, 어느 자매가 전한 남편 임종시의 세마디 말도 문득 생각납니다.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말마디인지요. 말그대로 복된 죽음임을 입증합니다. 진정 믿는 이들이 마지막 떠남의 순간, 주님과 이웃에게 고백할 수 있는 말마디는 이 셋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떠남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름다운 죽음의 귀가준비에 매일미사보다 더 좋은 수행도 없습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당신 자애를 저희에게 베푸소서.”(시편33,2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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