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3. 연중 제7주일                                         레위19,1-2.17-18 1코린3,16-23 마태5,38-48

 

 

 

우리의 평생 과제이자 목표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

 

 

 

어제 가톨릭 신문에서 읽은 재미있는 일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주일에 피치 못할 일로 미사 참례를 못한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오늘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무엇이었나요?” 

남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만 아내를 힘껏 껴안아 주었습니다. 감작스러운 포옹에 감격한 아내는 다음 날 새벽 미사가 끝난 후 본당 신부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어제 강론 말씀이 너무 좋았나 봐요. 저희 남편이 달라졌어요. 무슨 내용이었나요?” 그러자 신부가 대답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윗글을 읽고 웃었습니다. '원수는 집안에 있다'라는 라틴 속담도 있습니다. 참으로 사랑만이 악을 무력화합니다. 빛이 사라질 때 어둠이듯이 사랑이 사라질 때 거기 기생하는 악입니다. 사랑밖에 길이, 답이 없습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유다 교육 철학의 모토는 "너희 창조주 하느님을 본받으라"입니다. 또 "그리스 사람들은 알기 위해서 배웠고, 히브리 사람들은 공경하기 위해 배웠고, 현대인은 써먹기 위해 배운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느님은 빛이자 사랑입니다. 하느님 없이는 아무리 인간이 누구인지 물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너무 막연합니다. 믿는 우리들에게 이보다 더 분명하고 확실한 것은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엄한 품위의 인간으로,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입니다. 자신은 물론 이웃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중하고 배려하여 사랑하는 것입니다.

 

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국내 상황이 몹시 어수선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럴수록 침착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난국을 잘 타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각자 삶의 자리에서  깨어 조심操心하여 매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과도한 공포와 두려움은 금물입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수도원 십자로 중앙, 예수님 부활상 아래 바위판에 새겨진 성구입니다. 수도원을 찾는 모든 이들을 환대하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평화와 희망을 선물하시며 살 의욕을, 힘을 주십니다. 그러면 어떻게 존엄한 품위의 사람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 수 있습니까?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평생과제에 온힘을 다 쏟는 것입니다. 날마다, 하루하루 주님 주신 평생 과제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부여하신 원대한 꿈, 소망의 평생과제는 무엇입니까? 바로 다음 말씀이 그 답입니다.

 

“나,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하여,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아, 바로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는 기대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는 기대 수준은 이렇듯 높습니다. 셋이지만 실상 하나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가,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평생과제입니다. 이런 의식이 없어 왜소한 인간입니다. 고귀한 품위를 잃어버려 괴물로, 악마로, 폐인으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이보다 더 큰 비극도 불행도 없습니다.

 

하늘 아버지를 닮아 거룩한 사람, 완전한 사람, 즉 자비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 바로 평생과제이자 목표입니다. 인생 허무와 무의미에 대한 답도, 인생 무지에 대한 답도 이것 하나뿐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 바로 우리의 복된 운명입니다. 바로 인간의 본질은 사랑입니다. 결코 탐욕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이런 사랑을 끊임없이 주시고 있으며 또 주님은 마음을, 정신을, 힘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라 하십니다. 다음 시편의 고백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주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저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 밖에 없습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저의 힘이시여!”-

 

이런 하느님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들이기에 아무도 주님께서 주신 평생과제에 대해 변명이나 핑계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들어 보세요. 바로 이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입니다. 그러니 거룩하게 살아야 합니다. 바오로의 말씀대로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가 우리의 것이고, 우리는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삶의 위치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안에, 하느님안에 있는 우리들이요 세상 모두를 지닌 영적부자로 초연하게 집착없이 살 수 있게 된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자녀답게 거룩한 사람, 완전한 사람, 자비로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입니다. 구체적 처방의 답은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여기 가까이에서부터 구체적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추상 명사가 아닌 지금 여기서 실행해야 할 구체적 실천의 동사입니다. 우리 하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이렇게 공평무사하시고 대자대비하신 하느님 아버지를 닮으라는 것입니다. 주고 받는 사랑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계산없이 하사되는 아가페 사랑입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이런 주님을 본받아 사랑을 실천할 때입니다.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형제에게 앙갚음 하거나 앙심을 품지 않는 것입니다. 결론하여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구체적 사랑의 실천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거룩한 사람입니다. 

 

제1독서 신명기의 모세에 이어 복음의 주님은 악인에 맞서지 말고 보복도 일체의 폭력도 행사하지 말라 하십니다. 오른 뺨을 치면 다른 뺨을 대고,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주고 천걸음을 가자는 자에게는 이천 걸음을 가주라 하십니다. 바로 이것이 악을 무력화하는,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방법입니다. 악에 대한 무저항이 아니라 능동적 사랑의 저항입니다. 악에 대한 궁극의 처방은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간곡한 당부입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내 눈에 원수지 하느님 눈에, 타인의 눈에 원수일리는 없습니다. 내 원수들 있다면 나름대로 그만의 피치 못할 사정도 있을 것이며, 나를 박해하는 자들 역시 말못할 그만의 이유가 있을 것이며 나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무지로 인한 원수요 박해일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악에 고통을 받고 있는 무지의 사람들입니다. 죄악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근거없는 탐욕, 혐오감, 증오, 착각, 오해, 선입견, 편견, 무시, 배제는 얼마나 우리의 눈을 멀게 합니까? 정말 무섭고 해로운 영적 바이러스는 이런 것들입니다. 그러니 알고 보면 전혀 문제가 안되는 것, 즉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저절로 문제가 해소되는 경우는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니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요 이래야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영적전쟁에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 기도의 전사가 되어 싸우는 것입니다. 결코 우리의 진짜 사랑은 값싼 감상적,낭만적 사랑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탓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사랑부족한 나임을 깨닫습니다.

 

세상 누구나 사랑하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만병의 근원이 사랑 결핍이요 만병통치약이 사랑입니다. 사랑밖에 길이, 답이 없습니다. 사랑에는 끝이 없습니다. 우리 인생은 말 그대로 사랑의 학교입니다. 가까이 지금 여기서부터 죽는 그날까지 사랑을 배워 실천하는 사랑의 학교입니다. 유유상종의 사랑이 아니라 널리 모두에 대한 차별없는 사랑입니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한다.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들도 한다.”

 

정말 사랑하는 이들은 이런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사랑에서 벗어나려 노력합니다. 요즘 자주 접하는 이웃에 대한 갑질의 행위들, 참으로 이웃 사랑에 어긋나는 비열한 행위들입니다. 참으로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하는 부족한 사랑입니다. 결국은 끊임없는 회개도 사랑을 실천치 못한 죄에 대한 회개입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이 참 반갑습니다.

“주님은 자비롭고 너그러우시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안의 모든 것도 거룩하신 그 이름 찬미하여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

 

이런 끊임없는 시편의 하느님 사랑의 찬미의 고백이 우리 모두 하느님을 닮아 자비로운 사람이 되게 합니다. 이런 하느님 찬미의 사랑이 이웃 사랑 실천에 샘솟는 사랑, 마르지 않는 사랑, 지칠줄 모르는 사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원수는 물론, 박해하는 자들까지 사랑하게 합니다. 바로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하는 일입니다.

 

새삼 믿는 이들의 인생은 ‘사랑의 학교’이자 ‘기도의 학교’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당신 생명과 사랑, 빛으로 가득 채워주시어 평생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2.23 09:30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저희와 늘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깨달아 주님의 모상으로 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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