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6.재의 수요일(금식과 금육, 십자가의 길)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참 아름다운 수행자修行者의 삶

-분별의 잣대는 예수님-

 

 

 

결코 우울함이나 심각함은 참 영성의 표지가 아닙니다. 면담성사후 보속의 말씀 처방전에 가장 많이 찍어 드리는 스탬프의 글자는 ‘웃어요’입니다. 온갖 고통과 시련 중에도 ‘기쁨의 사도’ 바오로는 항상 기뻐하라 우리를 격려합니다. 유쾌한 덕담의 유머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어제는 예수성심자매회 모임날이었지만 사정상 취소되고 회장 자매님이 잠시 방문하여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갔습니다. 감동스러운 것은 책임감이요, 얼마전 방문했던 화가 신부님 역시 책임감을 강조했습니다. 사람됨의 기본인 책임감이 인간 품위의 바탕임을 깨닫습니다. 비록 모임은 취소되었지만 자매님은 이런저런 책임과 더불어 집무실의 청소도 말끔히 마친후 떠났고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자매님, 집무실 청소-정리 너무 잘 해주셔서 ‘예수님-프란치스코 교황님-카랑코에 꽃님’이 웃으십니다.”

 

마침 집무실에 비치되어 있는 활짝 웃는 얼굴의 ‘예수님, 프란치스코 교황님, 꽃님’을 담은 사진과 함께 보내니 마음도 환히 밝아지는 듯 했습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도 결코 잃지 말아야 할 미소요 웃음입니다. 아주 그 옛날 베네딕도 성인의 저술인 베네딕도 규칙서중 ‘제49장 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라는 항목에서도 중용의 덕이 빛납니다. 특히 기쁨이란 말마디도 여기 제49장에만 단 2회 나옵니다.

 

-“수도승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덕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

 

 -“그리하여 성령의 기쁨을 가지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하느님께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즉 자기 육체에 음식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기쁨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릴 것이다.”-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지내는 사순시기이기에 결코 무겁고 어둡고 심각하게 지내선 안 됩니다. 억지로, 마지못해서가 아닌 하느님 중심의 자발적 기쁨의 사랑의 수행이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수행의 중심에 분별의 잣대로 예수님이 계십니다.

 

오늘부터 은총의 사순시기입니다. 우리 삶중에 평소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여 새롭게 정비하는, 또 절제節制, 자제自制, 극기克己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영적 훈련기간입니다. 참된 수행은 모두가 회개의 열매입니다. 끊임없는 회개는 수행의 실천으로 드러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요엘 예언자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강조하는 바도 회개입니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 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 후회하는 이다.”

 

이런 회개에 응답하여 주님께서는 당신 땅에 열정을 품으시고 당신 백성을 불쌍히 여기십니다. 하느님께 돌아오는 사랑의 회개요, 이어지는 사랑의 겸손, 사랑의 수행입니다. 모든 수행의 동기는 바로 하느님께 대한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오늘 지금 여기서 회개를 통한 하느님과의 화해를 강력히 권고합니다. 사순시기 날마다 마음에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 주었다.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입니다.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그렇습니다. 사순시기 매일의 지금이 바로 회개를 통해 선물처럼 주어지는 구원의 날이요 은혜로운 때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수행은 자발적 감사와 사랑의 수행입니다. 참으로 겸손한 사랑의 수행입니다. 바로 그 모범이 우리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전통적 수행인 자선, 기도, 단식을 통해 참된 수행의 영성을 보여 주십니다. 허영이나 위선, 교만이 전혀 없는 하느님 중심의 감쪽같이 숨겨진 겸손한 수행입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희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참 아름다운 수행자의 모습이자 참된 영성의 표지입니다. 결코 자기 중심의 닫힌 수행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의 활짝 열린 수행입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겸손한 자발적 사랑의 수행이 마음을 순수하게 하고 참으로 자유롭게 하며 믿음을 두터이 합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참된 수행은 참된 회개의 열매로 저절로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참된 수행의 삶 중심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예수님만이 참된 수행자의 모범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참 아름다운 수행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분별의 사랑과 지혜를 선물하십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 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 주소서.”(시편51,12.14). 아멘.

 

  • ?
    고안젤로 2020.02.26 08:29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가 주님 중심의 삶을 통해 은총의 사순시기가
    되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57 예수 성탄의 의미 -말씀이 사람이 되시다-2015.12.25. 금요일 예수 성탄 대축일 낮미사 프란치스코 2015.12.25 386
3256 참 지도자의 모델 -착한 목자 에수님-2015.8.19.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8.19 385
3255 우리는 언제 ‘너울(veil)’을 벗을까? -주님을 만날 때-2017.8.2. 연중 제17주간 수요일 2 프란치스코 2017.08.02 383
3254 "평화가 너희와 함께!“-손을 잡아 주십시오-2015.4.19. 부활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5.04.19 383
3253 “깨어 있어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2017.8.31.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2 프란치스코 2017.08.31 382
3252 복福된 관상적觀想的 삶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2016.2.9. 성녀 스콜라 스티카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02.09 382
3251 “에파타!-열려라!” -지금 주님을 만남이 답이다-2018.2.9. 연중 제5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2.09 381
3250 지옥地獄에서 천국天國을 살기-해피엔딩(happy endlng)-2015.10.3.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10.03 381
3249 사랑은 분별의 잣대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2016.7.15. 금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17-127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7.15 378
3248 “사람이 온다!”-멋진 사람-2016.2.29. 사순 제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6.02.29 378
3247 탄생의 기쁨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2018.9.8. 토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프란치스코 2018.09.08 377
3246 내적성장: 2015.1.30. 연중 제3주간 금요일(뉴튼수도원 81일째) 1 프란치스코 2015.01.30 377
3245 어떻게 주님을 맞이할 것인가? -누가 아름다운 사람인가?-2015.12.20. 대림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15.12.20 376
3244 순종의 기적-물이 변하여 포도주로-2017.1.7. 주님 공현 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7.01.07 375
3243 주님의 십자가-자기발견(self-discovery), 자기인식(self-knowledge)-2016.3.15. 사순 제5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3.15 375
3242 삶은 축제다 -파스카 축제 공동체-2015.7.21.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07.21 373
3241 참 좋은 삶의 꼴: 2015.1.18. 연중 제2주일(뉴튼수도원 6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8 373
3240 빈자貧者의 영성 -도반道伴과 기쁨-2016.5.31. 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프란치스코 2016.05.31 372
3239 종의 자세(Attitude of a Servant)-2015.11.10. 화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400-46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11.10 372
3238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2015.1.28. 수요일(뉴튼수도원 79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8 372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