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6.연중 제29주간 목요일                                                          로마6,19-23 루카12,49-53

 

 

더불어 성화聖化의 여정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가 답이다”-

 

 

더불어의 구원, 더불어의 성화의 여정입니다.

“성화되십시오.”

언젠가 수도형제에게 배운, 자주 사용하는 인사말입니다. 요즘 강론 주제로 우리 믿는 이들은 노화의 여정이 아니라 성화의 여정중에 있다고 많이 강조했습니다. “성화의 여정”, 얼마나 긍정적이요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말마디인지요. 오늘 제1독서 바오로 사도의 로마서 말씀을 읽으면서 성화라는 말마디가 반가웠고 즉시 강론 제목을 성화의 여정으로 택했습니다. 

 

“여러분이 전에 자기 지체를 더러움과 불법에 종으로 넘겨 불법에 빠져 있었듯이, 이제는 자기 지체를 의로움에 종으로 바쳐 성화에 이르십시오...이제 여러분이 죄에서 해방되고 하느님의 종이 되어 얻는 소득은 성화로 이끌어 줍니다. 그 끝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죄가 주는 품삯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우리 주 그리스도 안에서 받는 영원한 생명입니다.”

 

참 은혜로운 대목입니다. 성화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은 불법의 종이 아니라 의로움의 종이요, 죄의 종이 아니라 하느님의 종이라는 복된 신원임이 드러납니다. 죄의 결과는 죽음이지만 성화의 여정 결과는 영원한 생명의 구원입니다. 성화의 여정을 충실히 살고 있는 분들을 대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2023년도 분도 계간지 가을호, “훈훈한 대담”에 소개된 서경윤 알벨토 원로사제 역시 성화의 여정중의 모범이며 그분의 인터뷰 마지막 대목입니다.

 

“나도 마지막에 ‘모든 것이 은총이었다’고 말하며 생을 마감하고 싶습니다. 오늘 이 시간을 갖게 된 것도 은총입니다.”

 

삶은 모두가 은총이란 자각에서 기쁨과 감사의 마음도 샘솟습니다. 신부님의 고정 칼럼 “노수老樹단상”이란 제목도 산뜻했습니다. 기품있는 노년을 상징하는 노목老木같은 어른이 바로 노수老樹일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아름드리 노송老松이나 노목老木은 제 삶의 스승입니다. 어느 절이나 수도원에 가든 맨 먼저 살펴보는 것이 두 보물인 노승老僧과 노목老木입니다.

 

교황님 홈페이지 1면에 소개된 제16차 주교 시노드 회의에서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보낸 편지 “교회는 누구나에게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라는 제하의 마지막 말마디를 잊지 못합니다.

 

“예수님, 그분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시다.”

 

성화의 여정의 궁극 희망이자 목표는 예수님이요 새삼 성화의 여정은 그대로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요즘 얼마전부터 아침식사후 수도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 수도원 하늘길을 맨발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두 길의 배치가 참 절묘합니다. 수도원 정문에서 주차장 앞까지 "하늘길"에 이어 "십자가의 길"이 시작되고 그 끝 지점에 축복의 집, 제 집무실 천장암天藏庵이 있습니다. 맨발 걷기, 이 또한 저에겐 깨어 있음의 기도와 훈련입니다. 메타세콰이어 거목巨木들을 바라볼 때 마다 우리의 내적성장을 생각하게 됩니다. 

 

2009년 심을 때는 작은 나무들이였는데 14년이 지나니 거목들이 되었습니다. 성화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의 내적성장도 이 가로수들처럼 계속 더불어의 성장중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이라면 육신은 노쇠해도 성화의 여정중에 있는 영혼은 살아 있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성장 성숙하고 새로워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제 마음은 26년전 써놨던 “사랑”이란 시의 마음 그대로입니다.

 

“당신 언제나 

 거기 있음에서 오는 행복, 평화

 세월 지나면서

 색깔은 바랜다지만

 당신 향한 

 내 사랑 더 짙어만 갑니다

 안으로 안으로

 끊임없이 타오르는 사랑입니다

 세월 지나면서

 계속 새로워지고, 좋아지고, 깊어지는

 예수님 당신이면 좋겠습니다.”-1997.3

 

바로 이 예수님을 닮아가는 더불어 성화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해 예수님의 말씀을 새롭게 깊이 살아내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충격적 말씀이 회개와 더불어 우리의 성화의 여정, 예닮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 봅니다.

 

1.“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예수님은 불입니다. 사랑의 불, 말씀의 불, 성령의 불입니다. 주님은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불붙여 주시어 새롭게 타오르게 합니다. 날마다 새롭게 주님의 불이 되어, 사랑의 불이 되어 타올라야 합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가 우리 모두 이런 주님의 불, 사랑의 불이 되어 주변을 따뜻하게 하고 어둠을 밝히며 주님의 영원한 현역으로 역동적 삶을 살게 합니다.

 

2.“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죽음의 세례입니다. 물론 부활로 이뤄지는 죽음의 세례이지만 주님은 늘 죽음을 예견하며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파스카의 삶을 사셨음을 봅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가 우리 역시 날마다 이런 종말론적 파스카의 삶을 살게 합니다. 성 베네딕도 말씀처럼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것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 때 환상이나 허영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이요 성화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3.“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예수님은 결코 거짓 평화를, 값싼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참 평화를 주심으로 거짓 평화를 폭로 하십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거짓 평화를 주지 마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참평화요, 빛이요, 선이요, 진리요, 생명이요, 희망입니다. 예수님의 임재 자체가 심판이자 분열입니다. 참평화에 이르는 창조적 분열이요 결코 악의적, 고의적, 파괴적 분열이 아닙니다. 

 

참평화 앞에 거짓 평화는 탄로되고, 빛앞에 어둠이, 선앞에 악이, 진리앞에 거짓이, 생명앞에 죽음이, 희망앞에 절망이 폭로되니 저절로 심판이요 분열입니다. 잠정적 일시적 분열로 참평화와 빛, 선과 진리, 생명과 희망의 일치에 이르는 과정상의 분열일 뿐이요 주님께 희망을 두고 끝까지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뎌내야 합니다. 

 

바로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 은총이 이런 한결같은 지혜와 주님 향한 신망애 덕을 지니게 합니다. 참평화는 지난한 창조적 분열후의 열매들로 결코 값싼 평화가, 거짓 평화가 아닌 겁니다. 우리는 파괴적 분열이 아닌 참평화에 이르는 창조적 분열로 성화의 여정도 날로 깊어져 주님을 더욱 닮아가게 됩니다. 매일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더불어의 성화의 여정, 예닮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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