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21. 화요일 성 베드로 다미아노 주교 학자(1007-1072) 기념일                                 집회2,1-11 마르9,30-37



주님을 경외함이 답이다.

-섬김의 삶, 환대의 삶-



강론에 앞서 몇 가지 예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습니다. 어느 유명 정치가의 언급이 저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분노가 빠져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이다.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세울 수 있다.”


예수님은 물론 예언자들이 그러했습니다. 불의에 대해 불같은 분노를 지녔던 분들입니다. 거룩한 분노, 의로운 분노 역시 열정의 표현입니다. 위선자들에 대해 ‘불행하여라.’로 시작되는 예수님의 의노에 가득찬 불행선언을 잘 아실 것입니다. ‘불의가 횡행하는 시대에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은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어디선가 읽은 글귀도 생각납니다. 


시국이 어지러움이나 교회공동체내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대하면 좌고우면하게 되고 착잡한 심정을 갖게 됩니다. 실천없는 믿음을 죽은 믿음이라 합니다. 행동없는 양심은 죽은 양심이라 합니다. 괴테는 “영이 내 행위안에서 나를 인도한다. 나는 ‘태초에 행위the Deed가 있었다.’고 쓴다.”라고 말합니다.


물가가 싼 지방에 내려가 임대주택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혼자 살고 있는 기초수급대상자 70대 형제가 보내준 사진도 잔잔한 감동이었습니다. 주님을 경외하며 믿음으로 사는 형제입니다. 거처하는 작은 방이 마치 경당처럼 단아 했고 제단에는 제가 써준 고백성사 처방전 말씀이 그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두려워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 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믿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할 일은 주님을 경외하는 것입니다. 거룩한 분노, 정의에 대한 사랑, 모두 주님을 경외함에서 나옵니다. ‘주님을 경외함이 답이다.’ 오늘 강론의 주제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집회서 2장 전반부에서 착안했습니다. 


집회서 2장의 주제는 ‘시련 속에서 주님을 경외함’입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믿는 모든 이들에게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마치 자비로운 아버지가 자녀에게 주는 지혜로운 훈시같습니다. 길다 싶지만 많은 부분 그대로 인용합니다.


“얘야My son, 주님을 섬기러 나아갈 때 너 자신을 시련에 대비시켜라. 네 마음을 바로 잡고 확고히 다지며, 재난이 닥칠 때 허둥대지 마라. 주님께 매달려 떨어지지 마라. 네가 마지막에 번창하리라. 너에게 닥친 것은 무엇이나 받아들이고, 처지가 바뀌어 비천해지더라도 참고 견뎌라. 


금은 불로 단련되고, 주님께 맞갖는 이들은 비천의 도가니에서 단련된다. 질병과 가난 속에서도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을 믿어라, 그분께서 너를 도우시리라. 너의 길을 바로 잡고 그분께 희망을 두어라.”


바로 주님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한 삶의 지침입니다. 지난 세대를 살펴보십시오. 누가 주님을 믿다가 부끄러운 일을 당했습니까? 누가 그분을 경외하면서 지내다가 버림받은 적이 있습니까? 누가 주님께 부르짖는데 소홀히 하신 적이 있습니까?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죄를 용서하시고 재난의 때에 구해 주십니다.


주님을 경외함이 답입니다. 경천애인이 답입니다. 오늘 주님은 제자들에게 두 번 째 수난예고를 하십니다만 제자들은 알아듣지도 못하고 묻는 것도 두려워합니다. 이들은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을 하였다니 주님과도 불통의 철부지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여기 ‘종’에 해당하는 그리스 말은 디아코노스인데, ‘봉사자’, ‘일꾼’, ‘섬기는 사람’, ‘하인’ 등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다 좋은 말마디입니다. 우리의 영성은 바로 종의 영성, 봉사의 영성, 일꾼의 영성, 섬김의 영성뿐임을 깨닫습니다. 억지로, 마지못해가 아닌 자발적 기쁨의 영성입니다. 


참으로 이런 이들이 진정 주님의 사랑을 받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참 사람들입니다. 이 또한 단순소박한 삶처럼 지극한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삶입니다. 바로 주님을 경외함으로 주님의 자기비움의 겸손과 온유를 배워 닮아갈 때 가능한 삶입니다. 


주님을 경외하여 섬김의 영성을 사는 사람들은 자비로운 사람들입니다. 주님과 같은 자비의 품으로 가난한 이웃을 환대합니다. 주님 친히 환대의 모범을 보이십니다. 어린이 하나를 껴안으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십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 들이는 것이다.”(마르9,36-37).


‘어린이’는 순수의 상징이 아니라, 가난과 무력함의 상징입니다. 바로 구약의 가난한 이들인 ‘아나뷤anawim’의 상징입니다. 오늘날처럼 예수님 당시에도 어린이들은 다치기 쉽고 목소리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진짜 위대함은 지극히 작은 형제자매들에 대한 따뜻한 환대에 있음을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설파하고 계십니다. 


외롭고 쓸쓸하고 가난한 형제자매들을 환대함이 바로 예수님을, 또 예수님을 보내신 하느님을 환대하는 것이라 합니다. 사실 가만히 깊이 들여다 보면 가난하고 불쌍한 하루살이 인생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바로 주님은 이런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합니다. 경천애인입니다. 주님을 경외함은 저절로 환대의 이웃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경외하는 우리 모두를 당신 사랑으로 충만케 하시어 섬김의 사람, 환대의 사람으로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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