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22. 연중 제25주간 목요일                                                                       코헬렛1,2-11 루카9,7-9


                                                                            삶의 중심中心

                                                      -삶의 허무虛無에 대한 유일한 처방處方-


매일미사 중 독서의 배치가 고맙습니다. 말씀의 편식을 막아주기 때문입니다. 지난 잠언에 이어 오늘의 지혜문학에 해당된 코헬렛 제1독서를 읽으니 신선한 느낌입니다. 짧지만 종파를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코헬렛서 내용들입니다. 반박할래야 반박할 수 없는 실존적 체험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무로다, 허무!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코헬렛서는 1장1절 ‘허무’로서 시작입니다. 코헬렛서 전체의 주제 역시 ‘허무’로서 요약됩니다. 언젠가 수도형제들의 피정 지도시 황당했던 일도 생각납니다. 피정 마지막 날, 각자의 묘비명을 미리 써보라는 과제를 제시하고 발표하도록 했을 때 어느 형제가 윗 구절을 묘비명으로 택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심한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던 듯 했습니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 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이 또한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사실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다 그날이 그날같기도 합니다. 허무에 답은 오직 하나, 우리 삶의 중심인 하느님뿐입니다. 하느님을 믿어 마음이 새로우면 매일이, 모두가 새롭습니다. 바로 코헬렛이 절규하는 허무는 하느님을 찾는 영혼의 애타는 울부짖음처럼 들립니다. 마음 속에 스며드는 허무감은 바로 하느님을 찾으라는 신호입니다.


일찍이 ‘그리스도를 본받아’라는 영적 고전을 썼던 ‘토마스 아 켐피스’는 코헬렛을 ‘최고의 지혜the highest wisdom’라 격찬했습니다. 삶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코헬렛은 세상 모든 것을 허무한 것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최우선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허무에 대한 답은 하느님뿐임을 깨닫게 해주는 코헬렛이야 말로 역설적으로 최고의 지혜라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태양에 사라지는 밤의 어둠이듯, 우리 삶의 중심에 빛나는 태양이신 하느님 앞에 흔적없이 사라지는 허무의 어둠입니다. 보십시오. 어둠 속에 잠겨있던 온 세상 피조물들이 일출과 더불어 제각기 뚜렷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고유의 아름다운 빛을 발하면서 온통 하느님을 찬미하는 듯 하지 않습니까? 


허무에 대한 유일한 답은 하나, 하느님뿐입니다. 생명과 빛의 하느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이야말로 우리 삶의 중심,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의미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잊을 때, 잃을 때 물밀듯이 밀려오는 허무의 어둠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주인공 헤로데 영주가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충격으로 당황해 하는 심리적 공황을 겪는 모습에서 그의 내면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감지합니다. 도대체 그 삶에 중심이 없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이 없을 때 엄습하는 불안과 두려움이요, 분별의 지혜도, 안정과 평화, 희망과 기쁨도 실종입니다. 하느님만이 안정과 평화, 희망과 기쁨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을 만나 보려고 했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헤로데 영주가 찾는 우리의 영원한 삶의 중심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바야흐로 예수님을 통해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을 발견하기 직전의 헤로데 영주입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의 선정이 절묘하고 적절합니다. 바로 시편저자는 주님이 우리의 영원한 삶의 중심이자 안식처임을 고백합니다.


“주님, 당신은 대대로 저희 안식처가 되셨나이다.”(시편90,1)


화답송에 이어지는 시편 90장의 시편내용은 그대로 삶의 중심인 하느님을 찾는 제1독서의 코헬렛과 복음의 헤로데 영주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답을 주고 있습니다. 


새삼 우리 교회 전례주년의 배치가 고맙습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의 삶의 허무가 스며들기 쉬운 가을철, 기도를 통해 하느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해주기 때문입니다. 9월 순교자 성월, 10월 묵주기도 성월, 11월 위령성월, 모두가 삶의 중심인 하느님을 찾아 기도에 전념하는 거룩한 기도의 계절 가을임을 깨닫게 합니다. 도대체 영혼의 질병인 허무의 어둠이 스며들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위령성월에 이은 주님 성탄을 기다리는 대망待望의 기쁨의 대림시기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내면의 허무의 어둠을 말끔히 몰아내시고 당신 중심의 생명과 빛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허무에 대한 유일한 처방 역시 이 거룩한 주님의 미사은총뿐임을 깨닫습니다.


“주 하느님의 어지심을 저희 위에 내리소서.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실어 주소서.”(시편90,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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