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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 연중 제4주간 월요일                                                      사무하15,13-14.30;16,5-13ㄱ 마르5,1-20


                                                                  소통疏通의 천국天國

                                                               -생명의 집, 죽음의 무덤-


소통과 표현은 인간의 근원적 욕구입니다. 소통의 천국이라면 불통不通의 고립단절孤立斷絶은 지옥입니다. 소통이 생명이라면 불통은 죽음입니다. 열려 이어지면 살고 닫혀 끊어지면 죽습니다. 


불통에서 파생되는 온갖 병이요 급기야는 죽음입니다. 천국과 지옥은 장소개념이기 보다는 관계개념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외적 환경이라도 하느님과 단절되고 이웃과 단절되어 고립되면 바로 거기가 지옥입니다. 


오늘 복음과 독서는 현세에서의 지옥도地獄圖를 보여줍니다. 내세에서의 지옥이 아니라 이미 현세에서 펼쳐지는 지옥입니다. 복음의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과 다윗의 경우가 그대로 고립단절의 지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의 거처는 무덤입니다. 무덤은 고립단절과 죽음의 상징입니다. 집은 문이 있지만 무덤은 문이 없습니다. 앞문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열려 있어 소통해야 비로소 생명의 사람이자 집인데, 두 문이 닫혀있는 무덤은 그대로 죽음이자 지옥의 상징입니다. 복음의 다음 장면이 적나라한 지옥도입니다.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를 쇠사슬로 묶어 둘 수가 없었다. 이미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으나, 그는 쇠사슬도 끊고 족쇄도 부수어 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 잡을 수 없었다.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몸을 치곤 하였다.’


세상으로부터, 공동체로부터 고립단절되어 떨어져 나갈 때 누구나의 가능성이 이런 괴물같은 사람입니다. 마침내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예수님을 만남으로 더러운 영으로부터 해방되고 고립단절의 지옥으로부터 탈출합니다. 마침내 주님은 더러운 영이 들렸던 사람을 '생명의 집'으로 복귀시킵니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고립단절의 죽음의 무덤에서 생명의 집으로의 전환입니다. 더러운 영의 종에서 복음 선포자라는 자유인의 삶으로의 전환입니다. 무덤과 집의 상징이 시사하는바 깊습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개방되어 연결되어 있으면 ‘생명의 집’이 될 수 있지만, 하느님과 이웃에 닫혀 고립단절되어 있으면 ‘죽음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을도 점차 사라져가면서 고립단절된 ‘무덤같은 집’들과 더불어 정신질환자들과 자살자들도 날로 늘어나는 오늘날의 어둔 현실입니다. 


오늘 독서의 고립단절된 다윗의 모습이 비극의 절정입니다. 다음 장면은 그대로 살아있는 지옥에 대한 묘사같습니다.


‘다윗은 올리브 고개를 오르며 울었다. 그는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걸었다.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제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계속 올라갔다.’


말 그대로 고난의 행진입니다. 다윗이 대죄는 용서받았지만 보속의 인욕忍辱의 과정이 참 처절합니다. 자기비움과 겸손의 극치입니다. 복음의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과의 차이는 다윗에겐 그나마 그와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었다는 것이며 하느님과의 관계가 숨통처럼 열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윗에게 저주를 퍼붓는 게라의 아들 시므이에 대한 다윗의 반응이 이를 증거합니다.


“주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 저주하게 내버려 두시오. 행여 주님께서 나의 불행을 보시고, 오늘 내리시는 저주를 선으로 갚아 주실지 누가 알겠소.”


고난과 비움, 순종과 겸손의 여정을 통해 정화淨化되는 다윗의 믿음입니다. 지옥같은 비극의 상황을 자기비움의 겸손의 계기로 삼은 믿음의 사람, 다윗입니다. 


소통은 생명이요 불통은 죽음입니다. 주님의 십자가가 상징하는바 위로 하느님과의 소통이요 옆으로 이웃과의 소통입니다. 소통의 중심에 십자가의 주님이, 파스카의 주님이 자리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공동미사전례를 통해 우리 모두 불통의 벽을 허물어 주시어 하느님과 이웃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생명 충만한 자유인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네.”(시편23,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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