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3.금요일 12월23일                                                         말라3,1-4.23-24 루카1,57-66

 

 

 

세례자 요한의 출생

-“우연은 없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 은총이다”-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

 저를 가르치시어 당신 진리로 이끄소서.

 당신은 제 구원의 하느님이시옵니다.”(시편4-5ㄱㄴ)

 

12월17일부터 시작된 대림 2부의 매일미사 말씀 배치가 참 절묘합니다.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이 모두 12월25일 탄생하실 구원자 예수님께 집중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마침내 예수님의 절친이자 선구자인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전합니다. 새삼 나오는 인물들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주님 오심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현재의 우리들 모두에게도 오시는 우리 주님은 새삼 우리 삶의 목표, 방향, 중심, 의미임을, 즉 우리의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오 임마누엘 우리 임금이시요, 입법자이시며 만민이 갈망하는 이요, 구속자이시니,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소서. 우리 주 하느님!”

 

대림2부 마지막 날 7일째 12월23일 M후렴 “오! 임마누엘(O Emmanuel)”, 애절한 가사와 곡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세례자 요한의 신비스런 출생에 앞서 잠시 수도원내의 감동적인 일화를 소개합니다. 

 

요즘 근래 보기 드문 겨울 강추위가 더불어 참 많은 흰눈이 내렸습니다. 2000년대 들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예전 어렸을 때의 많은 눈과 강추위를 연상케 합니다. 어제 오후부터 수도관도 꽁꽁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끝기도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려고 방에 들어가던차 마르코 수사님이 완전 군장한 듯 차림새로 나가기에 어디 가느냐 물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순대를 만들고 들어 온 수사님입니다.

 

“얼어붙은 수도관 물을 나오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밤 12:30분에 기상하여 수도꼭지를 틀으니 지하수 물이 콸콸 나오고 있었고 순간 감동했습니다. 끝기도후 잠자리에 들었을 때, 수사님은 얼어붙은 수돗물이 나오도록 고쳐놨던 것입니다. 새삼 “신의 한 수” 같은 하느님이 부르신 수도성소임을 깨닫습니다. 

 

마르코 수사님만 아니라 공동체 12명 수도가족형제들 모두가 "신의 한수" 같은 보물寶物, 하느님의 귀한 선물膳物같은 수도자들입니다. 마침 어제부터는 수도생활을 해보고자 젊은 성소자 한 형제가 함께 했기에 밖의 강추위와는 달리 저녁식사 공동체 분위기도 화기애애했습니다. 

 

살아갈수록 우연은 없고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임을 깨닫습니다. 도저히 하느님의 섭리 은총 아니곤 해명할 길이 없는 하느님의 선물, 보물 수도자들입니다. 그러니 수도가족형제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제 60대 성모님을 닮은 피정온 어머니들을 위해 미사중 강론시 ‘아침이슬’을 함께 불렀습니다. 웬지 이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납니다. 완전히 20대 젊은이들같은 모습으로 열창했습니다. 역시 70-80년대 민주화 운동당시 애국가와 같은 노래임을 새삼 깨닫고 감동했습니다. 이어 “아침바다 갈매기는”으로 시작되는 바다 동요도 힘차게 불렀습니다. 

 

아마 자매들에게 이 두 노래를 부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넉넉하고 푸근한 모성애 향기 가득한 50-60대의 어머니들을 보면 마리아 성모님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절로 마음 끌리는 모성애 가득한 어머니들 덕분에 나라도 가정도 건재함을 깨닫습니다. 

 

요즘 또 산책중 즐겨 부르는 노래가 70년대 후반부터 널리 불려졌던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입니다. 몇 번 소개했지만 1절의 가사와 곡을 부르며 주님의 평생 전사로서의 신원을 확인하는 참 감동적인 노래입니다.

 

“나 태어나 ‘이 강산(수도원)’에 ‘군인이(수도자)’ 되어,

 꽃피고 눈내리길 어언 30년(40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

 나 죽어 ‘이 강산(수도원)’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올 꽃다운 내청춘, 푸른옷(검은옷)’에 실려간

 꽃다운 이 내 청춘, 꽃다운 이 내 청춘”

 

‘꽃다운 이 내 청춘’ 말마디는 반복하곤 합니다. 흡사 군가같아 주님의 전사, 수도자로서 영적전의(靈的戰意)를 새롭게 하는 참 제가 뒤늦게 사랑하게 된 노래입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통해 두루두루 우리의 성소에 대해 묵상하게 됩니다. 제게 다시 살라해도 이렇게 뿐이 살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수도자로 불림받지 않았다면 가정법의 질문도 참 부지없는 질문처럼 생각됩니다. 이렇게뿐이 살 수 없는 수도성소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분들 역시 잘 깊이 들여다보면 최상, 최선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섭리 은총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통해 하느님의 절대적 섭리 은총에 참 신기하고 감사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불림 받은 이름을 쓰는 순간,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요한 이름은 "하느님이 불쌍히 여기신다"라는 뜻입니다.

 

새삼 아무도 하느님의 섭리 은총을 막지 못함을 봅니다. 막혔던 둑이 터지듯 저절로 흘러나오는 즈카르야의 하느님 찬미는 내일 복음에서 나올 것입니다. 즈카르야에게 생긴 기적같은 사건으로 모두가 두려움에 휩싸였고 이 모든 일이 유다의 산악 지방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소문을 들은 이들은 모두 그것을 마음에 새기며 말합니다.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정녕 주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피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 물음은 대림시기 우리 자신에 대한 물음이 됩니다. “나는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끊임없이 물으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 할 우리들입니다. 정녕 주님의 손길이 우리를 보살필 것입니다.

 

하느님은 진실하시고 한결같으신 분입니다. 하느님은 제1독서 말라기 예언서 말씀대로 엘리야의 재림같은 세례자 요한의 출생을 통해 그 약속을 지켜 주셨습니다.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 그는 제련사의 불같고, 염색공의 잿물같으리라. 그는 은 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앉아, 레위의 자손들을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주님에게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리라.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 그가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자녀의 마음을 부모에게 돌리리라.”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깨끗하게 하시고, 우리 모두 세례자 요한과 함께 주님의 길을 닦으며, 회개의 삶으로 주님께 돌아와 본연의 참나를 살게 하십니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다.”(루카21,2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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