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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15. 연중 제10주간 금요일                                                                  열왕기상19,9ㄱ.11-16 마태5,27-32



기도가 답이다

-늘 새로운 출발-



죄의 유혹에 참으로 취약한 구조의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는 존엄한 품위의 사람이지만 저절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과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삶은 선물이자 과제라 하는 것입니다.


만병의, 만악의 근원은 무지無知입니다. 무지에서 나오는 소위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탐진치貪瞋癡, 탐욕, 분노, 어리석음입니다. 여기에 교만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에바그리우스가 말하는 여덟가지 악한 생각들도 얼마나 인간이 복잡한 존재인지, 죄의 유혹에 취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합니다.


여덟가지 악덕은 탐식, 음욕, 탐욕, 분노, 슬픔, 나태, 허영, 교만입니다. 교부들은 이에 대한 처방으로 탐식에는 단식, 음욕에는 정결, 탐욕에는 가난, 분노에는 온유, 슬픔에는 기쁨, 나태에는 열정, 허영에는 진실, 교만에는 겸손을 제시합니다.


이 모두가 수행의 궁극 목표들입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평생 수행자로 살아가야 함을 봅니다. 사랑의 수행자입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은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이런 사랑의 수행을 통한 마음의 순수요 마음이 순수할 때 주님을 만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만남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수없이 인용한 예화가 있습니다. 수도형제와 세기중 나눈 대화입니다.


“그 공동체, 다 있는 데 하나가 없었습니다.”

“그 하나가 무엇인데요?”

“기쁨입니다.”


새로운 깨달음이었습니다. 다 있는 데 기쁨이 없다면 참 공허할 것입니다. 행복하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 즉시 떠오른 두가지입니다. 다 있는데 ‘평화’가 없다면, 다 있는 데 ‘희망’이 없다면, 역시 행복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정 행복한 부자는 기쁨, 평화, 희망을 지닌 자임을 깨닫습니다.


수행중의 수행이 기도입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바오로의 권고입니다. 기도가 답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사랑의 기도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을 만날 때 마음의 순수요, 기쁨과 평화, 희망을 선물로 받습니다. 하느님은 기쁨과 평화, 희망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에 대한 답은 제1독서가 줍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단호합니다. 죄가 얼마나 우리 삶에 치명적인지 깨달으라는 충격요법의 표현입니다.


“네 오른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던져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네 오른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것이 낫다.”


이대로라면 천국에는 온통 한눈의 애꾸들이요 한손의 불구자들일 것입니다. 문자 그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죄의 해악이 얼마나 큰지 깨달으라는 충격요법의 표현인 것입니다. 이에 대한 근원적 대책이자 대안이 바로 끊임없는 수행을 통한 마음의 정화, 마음의 순수입니다.


간음의 뿌리에는 음욕이 있습니다. 살인의 뿌리에는 분노가 있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만나 마음이 깨끗해질 때 음욕은 사랑으로, 분노는 온유로 바뀔 것입니다. 교만은 겸손으로, 슬픔은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그러니 기도를 통한 주님과 만남의 은총이 근원적 처방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시편공동전례기도와 미사공동전례기도 수행에 충실한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저는 이 둘은 일컬어 영적 주식主食이라 칭하곤 합니다. 


바로 제1독서 열왕기상권의 엘리야가 기도의 모범입니다. 참 감동적인 기도의 사람, 엘리야가 우리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 하느님의 산 호렙을 찾은 참 외롭고 고독한 엘리야요 마침내 그 자리에서 주님을 만납니다. 우리 역시 외롭고 고독할 때는 주님을 찾아 만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주님과 만남의 과정이 우리에게 귀한 깨달음을 줍니다. 


“나와서 산 위, 주님 앞에 서라.”


이어지는 진행과정이 의미심장합니다. 크고 강한 바람이 산을 할퀴고 주님 앞에 있는 바위를 부수었지만 거기 주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지나간 뒤 지진이 일어났지만 지진 가운데에도 계시지 않았고, 불이 일어났지만 불가운데에도 주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불이 지나간 뒤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음이 바람처럼 혼란하여, 지진처럼 시끄러워, 불처럼 뜨거워 주님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놓치는 경우는 얼마나 많겠는지요. 하여 기도를 통한 마음의 고요가, 마음의 순수가 그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고요할 때, 순수할 때 주님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음성을 듣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마음의 바람, 지진, 불의 혼란스럽고 소란스러움 고요히 잠재우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님의 말씀을 귀기울여 경청하는 시간입니다.


“엘리아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마치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을 두고 하는 말씀같습니다. 이 물음 또한 영원한 화두로 삼고 싶은 물음입니다. 창세기에서 아담에 과일을 따먹은 다음, “너 어디 있느냐?”라는 물음도 생각납니다. 아담은 숨었지만 엘리야는 내면의 사정을 진솔히 고백하고 주님의 처방과 더불어 사명을 부여 받습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엘리야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시고 새로운 하루를 열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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