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9.연중 제34주간 목요일 

묵시18,1-2.21-23;19,1-3.9ㄱㄴ 루카21,20-28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답고, 행복하게-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곳곳에서 묵묵히 제 삶의 자리에서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성인같은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거칠다 해도 그래도 살만한 아름다운 세상에 대부분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어제 두 가지 선물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하나는 수도원 일터에서 일하는 수도형제가 보내준 전송 사진이었습니다. 묵묵히 제자리 일터에서 묻혀 일하는 모습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멋있습니다. 신선한 느낌입니다” 화답의 답신도 보냈습니다.

 

또 하나는 오랜 고향 선배이자 저보다 3살 연상의 동시童詩 작가인 조카로부터 선물받은 ‘방패연’이란 마음 따뜻하게 하는 시집 선물입니다. 종교생활 없이도 교직에서 정년 퇴직후 텃밭을 가꾸면서 동시를 지으며 착실히 살아가는 참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입니다. ‘눈이 왔어요’란 동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눈이 왔어요/밤사이 하얀 눈이 왔어요

 발가벗은 나무들/떨지 말라고

 구름 할매가 지어준/하이얀 털옷

 

 눈이 왔어요/밤사이 하얀 눈이 왔어요

 땅속의 벌레들/얼지 말라고

 구름 할배가 덮어준/푹신한 이불-

 

더불어 떠오른 20년전 겨울, 화장실 창문 밖 눈덮인 언덕을 보며 쓴 제 자작시 ‘봄꿈’이란 시였습니다.

 

-창문 밖/가난한 언덕

 보랏빛/은은했던/제비꽃 그 자리에

 샛노란/민들레꽃/감동의 그 자리에

 

 하얀 눈/덮여있다

 흰눈 덮이 하얀 땅

 보랏빛/샛노란빛/봄꿈을 꾸고 있겠지-1998.1.22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한 시를 짓고 났을 때의 훈훈하고 마음 따뜻했던 마음입니다. 그 해 11월초 쓴 ‘관觀’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전체를 보는 것이다/삶은 흐른다

 애정어린 시선으로/연민의 시선으로/보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다/아버지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다

 

 가을의 황홀/겨울의 적요

 빛과 어둠/아름다움과 추함/젊음과 늙음/강함과 약함

 함께 받아들이는 것이다/사랑하는 것이다-1998.11.4

 

내적 시야를 확장해 넓고 깊게 보는 것입니다. 초월적 거점에서 하느님의 시선으로 부분과 동시에 전체를 보는 것입니다. 몰라서 선입견이요 편견이지 전체를 잘 들여다 보면 다 옳음을 깨닫습니다. 모두 이해하고 수용하게 됩니다. 

 

몰라서 판단이자 알면 판단 보류입니다. 판단은 보류하고 항상 배우는 열린 자세로 사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극도의 어려움 중에도 믿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성인들을 대하는 심정입니다.

 

“자매님은 직접 천국행입니다. 이미 살아있는 동안 연옥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끝없는 어둔 터널 같은 세상살이에도 참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분에게 드린 말씀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지금 여기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라고 불림 받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몸은 고통의 한 복판에 있지만 승리의 삶을 앞당겨 사는 것입니다. 고해인생이 아닌 축제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믿음의 은총은 이토록 위대합니다.

 

오늘 복음의 큰 재난 예고 장면이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그대로 오늘날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 살이를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예나 이제나 언제나 말세같이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종말 심판과 더불어 짙은 어둠을 밝히며 떠오르는 구원의 태양이신 주님이십니다. 

 

바로 구원의 태양 주님을 앞당겨 모시고 오늘 지금 여기서 빛의 자녀로 사는 것입니다. 결국은 해피 엔드로, 하느님의 결정적 승리로 끝나는 믿는 이들의 인생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이 입증하는 진리입니다.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오늘'이 바로 '그때'입니다.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넓고 깊은 시선으로 삶전체를 보며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주님의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넓고 깊은 내적 시야를 지닐 수 있게 합니다. 

 

오늘 묵시록 18장은 하느님의 결정적 승리로 끝나는 해피엔딩 인생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바빌론의 패망이 상징하는 바 로마제국의 패망입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대바빌론이!” 결국은 하느님의 승리요 이어지는 19장 첫부분 승리의 찬가입니다. 

 

“할렐루야! 구원과 영광과 권세가 우리 하느님의 것이고, 그분의 심판은 참되고 공정하시도다. 알렐루야!”

 

바로 우리가 매주일 성무일도 제2저녁기도시 부르는 ‘승리의 찬가’(묵시19,1-7)입니다. 묵시록 마지막 요한에게 주어진 천사를 통한 주님의 말씀은 그대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을 향합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과 일치합니다.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

 

하느님의 결정적 승리를 상징하는 어린양의 혼인잔치 미사에 초대받은 우리들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사실 찬미의 기쁨보다 영육의 건강에 좋은 보약은 없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넓고 깊은 시야를 지니고 아름답고 행복한 기품있는 삶을 살게 하십니다.

 

 

 

  • ?
    고안젤로 2018.11.29 09:58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세상 많은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만을 보고 가면 몸은 고통의 한 복판에 있지만 승리의 삶을 앞당겨 사는 것입니다. 고해인생이 아닌 축제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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