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6. 화요일 성 티모데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2티모1,1-8 루카10,1-9


                                                                     주님의 제자답게 사는 법

                                                                   -존재, 선물, 신神의 한 수手-


오늘 강론은 ‘주님의 제자답게 사는 법’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몇가지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삶은 선물이냐 짐이냐?’ 제가 자주 신자분들에게 화두로 던지는 질문입니다. 얼마전 이삿짐 가득한 아파트 새집을 축복식차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순간 ‘아, 짐이 너무 무겁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식구쯤 되는 가정의 집이었는데 거기에 딸린 짐이 많아서 숨막힐 듯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큰 거주 공간에 불필요한 짐도 참 많아 보였습니다.


‘저 정도 유지하려면 보통 벌어선 안되겠구나. 가장의 짐이 무겁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보면 점점 늘어나는 짐에 무거워지는 인생이 되기 십중팔구입니다. 갈수록 비워지고 가벼워져 선물인생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갈수록 소유로 무거워져 존재는 사라지고 삶도 몸도 점점 짐이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2.얼마전 ‘신神의 한 수手’라는 제목의 자신의 강론에 통쾌해 했던 기억이 새로운데 어제 원장수사와 이야기하며 새삼 공감한 말 마디입니다. 참으로 용기백배, 자부심을 갖게 하는 말마디입니다. 어느 수사를 일컬어 신의 한수라 했는데 잘 들여다 보니 요셉수도원 모든 형제들 하나하나가 유일무이한 신의 한수와 같은 주님의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예수님의 신의 한 수 였다면, 어제 성 바오로 개종 축일에 이은 오늘 축일을 지내는 바오로의 두 애제자인 성 티모데오와 성 티토 역시 성 바오로의 신의 한 수 같은 제자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역시 신의 한 수 같이 귀한 주님의 사람들입니다. 과연 신의 한 수처럼 살고 있는지 자신을 살펴보게 됩니다.


3.어제 신문에서 ‘꼰대가 되지 않고 청년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좋은 어른’이 되기위한 지침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첫째, 나이를 묻지 마라. 한국사회에서 버젓이 나이를 묻는 것은 상대방과 위아래를 겨루는 것이다. 둘째, 함부로 호구조사를 하거나 삶에 참견하지 마라. 셋째, 자랑을 늘어놓지 마라. 당신의 인생자랑은 ‘노잼’이다. 넷째, ‘딸같아서 조언하는데’같은 수사는 붙이지 마라. 당신이 걸어온 길이 매력적이라면 상대가 알아서 물을 것이다. 


다섯째, 나이나 지위로 대우받으려 하지 마라. 나이나 지위에 매달린 대우를 받고 있다면 지금 과감히 던져 버려라. 마지막 지침, 스스로가 언제든 꼰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라. 자기 안의 꼰대성은 자신이 쌓아온 나이만큼 부지런히 누적된다. 내 안의 괴물같은 꼰대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꼰대성의 탈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당신은 꼰대가 아닌 어른에 가까워질 것이다.


주님의 제자답게 살기위한 방법은 다 제시된 셈입니다. 짐이 아닌 선물인생을 사는 것이요, 신의 한수 같은 삶을 사는 것이요, 꼰대로 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겠는지요. 오늘 말씀이 답을 줍니다.


소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소유에 묻혀 존재를 잊고 사는 삶이 아니라 날로 안팎으로 비워가며 존재가 투명히 드러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소유나 존재냐?’ ‘짐이냐 선물이냐?’ 같은 맥락의 질문입니다. 


소유의 짐이요 존재의 선물입니다. 부단히 내외적으로 비워갈 때 자유롭고 가벼운 존재의 선물같은 주님의 제자다운 삶이 된다는 것입니다. 참 기쁨도 소유의 짐이 아닌 존재의 선물에서 솟아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하신 다음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확연히 이해됩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문자 그대로가 아닌 최소한의 의식주로 무엇에도 집착하지 말고 자유롭고 유연한 무소유의 영성을 살라는 것입니다. 소유가 아닌 존재의, 짐이 아닌 선물의 본질적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바오로 사도가 티모테오에게 주신 다음 말씀은 이런 본질적 삶을 추구하는 우리 각자에게 좋은 격려가 됩니다.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한 영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그러니 그대는 우리 주님을 위하여 증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히려 하느님의 힘에 의지하여 복음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십시오.”


다시 주님 사랑에 불을 붙이고 초발심의 자세로 새롭게 시작하라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좋은 선물도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운 짐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부단히 안팎으로 버리고 비우는 본질적 수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이래야 자신은 물론 이웃에게도 주님 평화의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제자는 주님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이와 더불어 삶은 저절로 비워져 투명히 드러나는 ‘존재의 삶’, ‘선물의 삶’, ‘신의 한 수’같은 주님의 제자다운 삶입니다. 꼰대같은 삶에서의 완전 탈출입니다. 이런 삶자체가 참 좋은 복음 선포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이런 주님의 제자다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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