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3 수요일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1코린15,1-8 요한14,6-14



예수님이 답이다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



강론에 앞서 잠시 감동적인 실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수녀원에서 10여년쯤 살다가 종신서원전 수녀원의 결정에 의해 퇴회하여 밖에서 살다가 다시 수녀원의 도움으로 수녀원이 운영하는 일터에서 일하게 된 어느 자매의 실화입니다. 퇴회가 결정되어 본가에 알렸을 때 노모께서 후에 들려주신 일화라 합니다. 당시 본가에는 노모와 정신지체 여동생 둘이 힘들게 살고 있었다 합니다.


“네가 집에 온다하니 얼마나 좋고 감사하던지 눈길 닿는 곳마다 모두가 예수님의 얼굴로 보였단다.”


튀원한 후 즉시 취업하여 노모와 정신지체 여동생과 함께 10여년 살다가 두분이 세상을 떠난후 수녀원의 도움으로 다시 수녀원내의 직장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판단 착오로 수도공동체가 성소있는 자를 내보내면 하느님이 책임지고, 성소없는 자를 데리고 살면 수도공동체가 책임진다.' 는 노선배수도자의 말도 생각이 났습니다. 새삼 하느님의 구원섭리의 신비가, 성소의 신비가 얼마나 심원深遠한지 깨닫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이사야서 주님의 말씀입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주님의 말씀이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이 있듯이, 내 길은 너희 길 위에, 내 생각은 너희 생각 위에 드높이 있다.”(이사55,8-9).


눈만 열리며 언제 어디서나 뵙게 되는 예수님의 얼굴입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예수님이 답이다.’입니다. 주제가 선명하니 힘이 납니다. 어제, 예수님의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6,35)에 이어, 오늘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14,6) 구절을 읽는 순간 택한 제목입니다.


예수님이 답입니다. 예수님은 영성생활의 마스터키와 같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여 뵙는 것이, 아는 것이 우리 누구나의 궁극적 소망입니다. 저는 감히 종파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에게 해당되는 구원의 결정적 진리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의 궁극적 영적 갈망이 하느님의 얼굴, 예수님의 얼굴을 뵙는 것입니다. 끝기도시 찬미가 둘째 연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잠을자도 주님과 함께/꿈에도 당신만을 뵙게 하소서

 언제나 한결같이 당신영광을/새는날 밝아올제 찬미하리다.”


꿈에도 주님 얼굴을 뵙게 해달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찬미가입니다. 문득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시가 생각나 전문을 인용합니다. 예전 법정 스님과 채준호 신부님이 극찬한 류시화의 시입니다.


-“물 속에는/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나는 그대가 그립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우리식으로 말해 그대는 두말할 것 없이 예수님이십니다. 우리의 모든 영적 갈망을 충족시켜주는 분, 늘 곁에 있어도 그리운 분, 뵙고 싶은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세상을 떠나기전 체험했다는 어느 수도자가 남겨준 전설같은 일화도 생각납니다. 그 수도자가 소성당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 발을 멈추고 문틈으로 들여다 보니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과 토마스 아퀴나스가 대화를 나누더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당신을 위한 무수한 저술에 감사하여 소원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성인의 답변입니다. “예수님, 당신 하나만으로 족합니다. 당신만을 알고 싶습니다.” 라는 성인의 답변이었다는 것입니다. 비단 성인뿐 아닌 우리 믿는 모두의 궁극의 소망일 것입니다. 하여 오늘 복음의 필립보와 예수님의 대화가 더욱 공감이 갑니다.


-필립보;“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예수님;“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르겠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요한14,8-9)-


마치 우리를 두고 하시는 말씀같습니다. 우리로 말하면 필립보보다 훨씬 더많은 기간을 ‘주님의 집’ 수도원에서 주님과 함께 살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이 아버지와의 만남입니다. 이를 총칭하여 우리는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이라 말합니다. 우리는 이 거룩한 찬미와 감사의 미사전례를 통해 살아계신 주님과 만납니다. 주님과 만남을 통한 치유와 위로, 정화와 성화, 평화와 기쁨, 온유와 겸손의 은총입니다. 더불어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의 사랑입니다. 


그러나 한편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한집에 살아도 남남으로 무관無關하게, 상관相關없이 살아가는 부부도 있듯이,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평생을 살고 있어도 주님과 무관하게, 상관없이, 열정없이 살아간다면 참 어처구니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날로 깊어가는 주님과 신뢰의 관계, 사랑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주님과의 관계는 우리의 모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떻게 주님을 만납니까? 주님과의 만남은 누구나의 자명한 객관적 사실이 아닙니다. 진정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을 믿고 사랑하는 이들만이 만납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코린도전서는 초기 그리스도 신앙 공동체들의 ‘전통적 신앙고백문’입니다. 즉 ‘그리스도께서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의 죄 때문에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성경 말씀대로 사흗날에 되살아 나셨다.’는 고백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모두에게 발현하신 것이 아니라 케파에게, 열두 사도에게, 오백명이 넘는 형제들에게, 야고보에게, 다른 모든 사도에게, 맨 마지막으로 칠사둥이 같은 나 바오로에게 발현했다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발현체험은 순전히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친히 우리 마음의 문을 열어주셔야 주님을 뵈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에 전제되는바 우리의 뵙지 않고도 믿는 참 좋은 믿음과 주님 향한 항구하고도 열렬한 사랑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갈망하는 우리 모두의 눈을 열어주시어 당신을 뵙게 하시고 풍성한 축복의 은총을 선물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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