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30. 화요일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2006년) 

                                                                                                                      에제47,1-2.8-9.12 요한2,13-22



주님의 성전聖殿

-생명수生命水의 강江이 흘러내리는 세상의 중심中心-



이번 한 주간은 계속되는 축일들입니다. 오늘은 우리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올해로 수도원 설립 만 30주년이 되었고, 저는 올해로 수도원에 부임한지 30년째 됩니다. 수도원 역사 30년동안 변화가 참 놀랍습니다. 수도원의 건물도 엄청나게 바뀌었고, 작은 나무들도 크게 자라 숲을 이루었습니다. 과연 우리의 내적변화와 내적성장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성찰하게 됩니다. 


우리 수도원이 마침내 제대로 된 수도원 성전을 지니게 된 것은 2006년 5월30일 성전 봉헌축일 이후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은 하느님이시고 수도원의 가시적 중심은 하느님의 집인 성전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수도자들은 하느님은 물론 하느님의 집인 성전과 그 안에서 거행되는 전례기도를 사랑합니다. 하여 설립이후 온갖 우여곡절의 시련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공동전례가 거행된 수도원 성전입니다. 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공동체적 고백같은 시도 이런 수도원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2006년 5월30일 성전 봉헌날은 참 성대했습니다. 이미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형우 시몬베드로 아빠스님께서 성전을 축복해 주셨으며 수도원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약 300명 정도로 지금까지 수도원 행사중 가장 많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잠시 초창기부터 성전 역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수도원 설립 다음 해, 제가 부임했던 1988년 당시는 원래의 별장 건물 큰 온돌방을 성전으로 사용했습니다. 1989년 첫미사도 이 온돌방 성전에서 봉헌했고 겨울이 되면 밤마다 온돌방 성전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 때 무릎 꿇고 미사드릴 때의 앉은뱅이 제대는 지금 마리아의 피정집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약 4년정도 온돌방 성전에서 지내다가 별장 건물 거실을 성전으로 개조하여 1995년까지 약 6년 정도 사용했으며, 1996년 부터는 별장내부를 완전히 터서 성전으로 사용하다가 마침내 2006년 기존의 성전을 포함한 별장 건물을 완전히 헐고 그 자리에 새 성전을 짓게 되었습니다. 


말그대로 수도원 성전 역사에서 획기적 전환점이 된 해입니다. 처음으로 높은 제대에서 서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고, 제대로 된 독서대에서 말씀이 선포되었으며, 처음으로 수사들도 미사복사를 하게 되었고, 마침내 오늘 11주년 성전 봉헌 축일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수도원 성전은 우리 수사들뿐 아니라 이제 만인의 사랑을 받는 주님의 집이 되었습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 시편 구절처럼 고향집을 찾듯 끊임없이 성전을 찾는 신자들이고, ‘주님의 집에 사는 자 얼마나 행복되리.’ 심정으로 성전안에서의 삶을 행복해하는 수도형제들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사랑합니다. 다음 시편의 심정 그대로입니다. 


“만군의 주님이여, 계시는 곳 그 얼마나 사랑하오신고, 그 안이 그리워 내 영혼 애태우다 지치나이다. 주여, 당신의 집에 사는 이는 복되오니, 길이길이 당신을 찬미하리이다.”(시편84,2-3.5).


주님이 그리워, 주님의 평화를 찾아 부단히 수도원 성전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보이는 성전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성전을 깊이 체험하는 우리들입니다. 보이는 가시적 성전안에서 거행되는 성체성사 미사가 주님을 중심으로 일치의 한 몸 가정공동체 성전을 만들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신후 성전의 심오한 의미를 밝혀주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2,19ㄴ).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야 예수님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몸이 성전이고 세례성사에 이어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 예수님과 한몸이 된 우리 형제들 공동체가 바로 성전이 됩니다. 끊임없이 미사를 봉헌하는 공동체가 있음으로 비로소 온전한 주님의 집 성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의 권고도 적절합니다.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살아 있는 돌이십니다.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 선택된 값진 돌이십니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십시오.”(1베2,4-5).


주님 성전의 살아 있는 돌들이자 주님의 거룩한 사제단이 되어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이런 주님과 일치의 한몸공동체에서 온세상으로 흘러가는 은총의 강물입니다. 바로 에제키엘의 비전이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을 통해서 실현됨을 봅니다.


“주님의 집에서 시작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이 강가 이쪽저쪽에는 온갖 과일나무가 자라는데, 잎도 시들지 않으며, 과일도 끊이지 않고 다달이 새 과일도 내놓는다. 이 물이 성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 과일은 양식이 되고, 잎은 약이 된다.”(에제47,9.12).


주님의 집에서 끊임없이 세상으로 흘러내리는, 세상을 살리는 생명의 강물, 은총의 강물은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을 통해 완전히 실현된 진짜 성전입니다. 부활한 그리스도의 몸인 성전이야 말로 영과 진리안에서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중심이요(요한4,21-22),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며(요한1,14), 생명수가 넘쳐흐르는 영적성전(요한7,37-39;19,34)입니다.


에제키엘의 강은 성전에서 흘러 내리지만 새 예루살렘에서는 주 하느님과 어린양이 바로 성전자체이며 여기서 흘러내리는 생명수의 강입니다. 이런 놀랍고 빛나는 요한묵시록의 새 예루살렘 비전을 앞당겨 맛보여 주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그 생명수의 강은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에서 나와, 도성의 거리 한 가운데를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 이쪽저쪽에는 열두 번 열매를 맺는 생명나무가 있어서 다달이 열매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나뭇잎은 민족들을 치료하는데 쓰입니다.”(요한묵22,1ㄴ-2).


이런 황홀한 비전을 앞당겨 살아가는 주님과 일치된 새 예루살렘 한몸공동체 성전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생명나무에서 날마다 생명나무의 열매인 성체와 말씀을 모심으로 영원한 삶을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더불어 우리 역시 각자 주님의 거룩한 성전이 되니 이 또한 놀라운 은총의 선물입니다. 끝으로 주님의 성전인 몸을 잘 가꾸고 돌보자는 뜻에서 좀 주저되지만 ‘아침똥(황규관)’이란 시를 나눕니다.


-아침에 싸는 똥은 /어젯밤의 내 내력이다 
그러니까 몸뚱이의 무늬다 /무얼 먹었는지/무슨 맘을 가졌는지 
싸웠는지 하하 즐거웠는지/남김없이 보여준다 
사랑과 폐허, 그리고 원망과 주저 등을 /몸은 끙, 한 마디로 말한다 
쌓아두지 않는 건 몸의 운명인데/내가 지금껏 한 고백들, 선언들, 다짐들은 
모두 무언가에 짓눌려 뱉어진 것이다 /그리고 내 업이 되어버렸다 
지금껏 그걸 모르고 살았는데 /오늘 아침에도 똥은 
아무 형식도 없이 쏟아진다/어젯밤에 술 취해 고성을 질렀던 
핏대도 아프게 쏟아진다 /귀 기울여보면 /대체 무엇이 이보다 더 냄새나는 말인가 
이 세상에 /햇빛이 가닿은 우주 안에-


나만이 아는 내 몸과 맘의 비밀을 말해주는 아침똥입니다. 주님은 성령의 힘으로 이 거룩한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모두 당신을 중심으로 한 몸 공동체 성전을 만들어 주시고, 각자 거룩한 주님의 성전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당신 생명수의 강, 은총의 강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53 한결같은 주님의 전사戰士 -두려워하지 마라, 함께하라, 선포하라-2020.6.21.연중 제12주일 예레20,10-13 로마5,12-15 마태10,26-33 1 프란치스코 2020.06.21 180
1452 예수님의 임종어臨終語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목마르다”, “다 이루어졌다”-2022.4.15.주님 수난 성금요일 프란치스코 2022.04.15 180
1451 예닮의 여정 -참나의 삶; 사랑과 순종-2022.4.28.부활 제2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04.28 180
1450 순교적 삶 -“어떻게 살 것인가?”-2022.7.5.화요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1821-184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7.05 180
1449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진리의 연인, 진리의 증인, 진리의 협력자-2022.11.12.토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1580-1623)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11.12 180
1448 정주의 영성 -하루하루, 한결같이-2022.11.22.화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30년?)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11.22 180
1447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하느님은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영원한 순례자’이시다-2022.12.17. 토요일 12월17일 프란치스코 2022.12.17 180
1446 성인(聖人)다운,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 -“성소(聖召) 역시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과제이다”-2023.1.20. 연중 제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01.20 180
1445 보람 가득한, 후회없는 삶 -찬미, 인내, 자선-2016.9.15. 목요일 한가위 프란치스코 2016.09.15 181
1444 기품氣稟 있는 삶-주님의 종-2016.11.8.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11.08 181
1443 대림待臨의 기쁨-내적혁명-2016.12.11. 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프란치스코 2016.12.11 181
1442 부활하신 주님과 ‘만남의 여정’ -참나의 발견과 확인-2018.4.3. 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4.03 181
1441 주님 성탄의 기쁨 -영광과 평화-2018.12.25. 주님 성탄 대축일(밤미사) 독서기도(성경독서) 이사11,1-10. 교부독서:레오 대교황의 성탄강론 이사9,1-6 티토2,11-14 루카2,1-14 프란치스코 2018.12.24 181
1440 성령에 따른 삶 -무지에 대한 답은 예수님과 미사뿐이다-2019.1.28.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1225-1274)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1.28 181
1439 끊임없는 기도가 회개가 용서가 자비가 답이다 -주님과 함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삶-2019.3.26. 사순 제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3.26 181
1438 사랑과 ‘마음의 순수’ -사랑이 답이다-2019.6.13.목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6.13 181
1437 야생화 달맞이꽃 영성 -구도자의 모범-2019.8.22.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8.22 181
1436 영원한 삶 -사랑과 신뢰의 관계-2019.8.29.목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8.29 181
1435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제자와 사도로서의 삶 -기도가 답이다-2019.9.10.연중 제2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9.10 181
1434 오소서, 주 하느님!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2021.12.9.대림 제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2.09 181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