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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12. 부활 제3주간 화요일                                                                          사도7,51-8,1ㄱ 요한6,30-35


                                                                          생명의 빵

                                                             -예수님은 여백餘白이시다-


어제 강론 제목은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었고, 오늘 강론 제목은 ‘생명의 빵-예수님은 여백餘白이시다’입니다. 제목의 뜻도 어감도 좋습니다. 요즘 특이한 그러나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을 발견했습니다. 긍정적인 밝은 말마디의 중요성입니다. 성경 시편집들의 시가 세상의 시와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것은 바로 긍정성에 있습니다. 대부분 생명과 빛, 희망으로 넘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하며 우리 영혼을 고양시켜 주님을 닮게 하는 시편입니다. 우리의 영적 감수성과 영적 탄력의 회복과 유지에 시편성무일도보다 더 좋은 것도 없습니다. 얼마전 어느 지인의 권고를 일거에 묵살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신부님, 유명 시인의 시詩를 한 번 필사해 보시지요. 아주 시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니 제가 이 나이에 왜 그 아까운 시간을 세상 시들을 위해 소모합니까? 참 좋은 하느님의 시편들을 끊임없이 노래하는데 왜 세상 시들을 필사합니까? 오히려 성서의 시편들을 필사하겠습니다.”


단숨에 거절했습니다. 참 잘했다 싶었고 지금도 이런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니 평생 시편성무일도를 바치는 분도 수도자들은 시인이자 신비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인과 신비가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바로 사랑입니다. 


끊임없는 시편성무일도를 통해 시편영성이 육화될 때 그대로 주님을 닮은 사랑의 시인, 사랑의 신비가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도의 교과서가 시편집이요 예수님을 비롯한 수많은 영성가, 성인들이 시편을 노래하면서 하늘나라에 들어가셨습니다. 긍정적이고 밝은 말마디의 중요성을 말하다 보니 강론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I AM the bread of life)”


얼마나 긍정적이며 밝고 힘이 되는 말마디인지요. 여기서 택한 강론 제목이 ‘생명의 빵’입니다. 뜻이나 어감으로 봐도 이보다 더 좋은 말마디는 없습니다.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저는 토마스가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을 때의 고백,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20,28)을 이해했습니다. 


바로 ‘나는 생명의 빵이다’라는 말마디 안에 예수님이 하느님이심이 환히 계시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출애굽기에 계시된 하느님 이름이 ‘나다(I AM)’이고 영어로 쓰면 곧 이해가 됩니다. ‘나다(I AM)’에 이어지는 예수님의 고백은 얼마나 많은지요. 


‘나는 빛이다. 나는 문이다. 나는 진리다. 나는 생명이다. 나는 사랑이다. 나는 길이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예수님의 정체를 통해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이시고 하느님은 무한한 사랑의 여백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예수님은 하느님이시자 ‘우리의 모두’이심을 깨닫습니다. 여백餘白, 여유餘裕, 여가餘暇, 여흥餘興의 ‘여餘’가 사라진 시대, ‘여백餘白의 주님’이란 말마디 역시 얼마나 우리를 넉넉하게 하는지요. 얼마전 써놓은 ‘하느님은 여백이시다’라는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하느님은 여백餘白이시다/여백의 사랑이다

 여백의 아름다움이다/여백을 사랑한다

 하늘을/대지를/바라볼 때 마다

 텅 빈 충만의 여백의/하느님을 본다/읽는다

 여백의 제자리에 돌아오라/여백안에 머무르라

 텅 빈 충만의 행복이다-


‘텅 빈 충만充滿’의 여백이 바로 사랑의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우리 안에 여백을 많이 마련해야 하느님도 일하시기 좋습니다. 오늘 복음의 클라이 막스, 절정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6,35).


우리의 근원적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해 주실 분은 생명의 빵이신, 우리의 무한한 생명의 여백, 사랑의 여백이신 파스카의 예수님뿐입니다. ‘결코’란 말마디가 배고픔과 목마름의 유일한 해결책은 생명의 빵이신 주님뿐임을 증거합니다. 하여 매일 생명의 빵이신 주님을 모시는 미사가 그리도 은혜롭고 고마운 것입니다.


이런 생명의 빵, 파스카의 예수님을 닮아 갈수록 우리 또한 하느님의 생명의 여백, 사랑의 여백이 될 수 있습니다. 너그럽고 자비로울 수 있습니다. 넉넉하고 편안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여백, ‘존재의 샘’에서 샘솟는 평화와 기쁨입니다. 이런 주님과 일치되었기에 스테파노의 감동적 순교입니다.


“주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그대로 예수님의 임종어를 닮은 스테파노의 감동적이 임종어, 최종 유언입니다. 예수님과 일치되어 ‘사랑의 여백’이 된 스테파노 였기에 이런 거룩하고 아름다운 임종어입니다. ‘순교의 피는 믿음의 씨앗’이란 말마디가 입증되는 장면입니다. 


‘그 증인들은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의 발 앞에 두었다. 사울은 스테파노릉 죽이는 일에 찬동하고 있었다.’ 


바로 이런 거룩한 임종 장면을 시종일관 지켜보면서 '보고 배운' 증인이 장차의 바오로 사도인 사울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생명의 빵인 당신을 모심으로 당신과의 일치를 깊게 해 주시고, 우리의 근원적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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