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27.수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1581-1660) 기념일 

에즈9,5-9 루카9,1-6

 

하느님 중심의

참 멋지고 아름다운 신자의 삶

-회개의 삶, 무소유의 삶, 복음선포의 삶-

 

"주여, 당신 자비가 하늘까지 이르고,

 진실하심이 구름까지 닿나이다.

 생명의 샘이 진정 당신께 있고,

 우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나이다."(시편36;6.10)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어제는 매월 4째주 화요일 예수성심자매회 월례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후 미사에는 모두 한부부와 함께 9명이 참석했습니다. 2005년 수도원이 큰 위기를 겪으며 수도원을 아꼈던 분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된 모임으로 올 해 18년째이며 어제 참석한 분들은 대부분 10년을 훨씬 넘었습니다. 시작됐을 때는 저뿐만 아니라 젊었던 얼굴인데 세월의 흐름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무엇보다 자매님들의 한결같은 충실하고 성실한 삶에 감동하게 됩니다. 말그대로 “노화의 여정”이 아닌 “성화의 여정”을, 저물어가는 여정이 아닌 여물어 가는 여정을 살고 계신 참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하게 됩니다. 일일일생,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오후 3-4시, 계절로 하면 가을 인생에 걸친 대부분의 자매들입니다.

 

가을은 기도의 계절이자 수확의 계절입니다. 9월 순교자 성월, 10월 묵주기도 성월, 11월 위령성월, 이어지는 대림시기, 이제 남은 것은 충실한 기도의 삶뿐임을 깨닫습니다. 요즘 강론 때도 참 많이 강조하는 기도생활입니다.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투명한 국내 정치 상황에, 나라 걱정에 기도로 시작되는 하루입니다.

 

“1.하느님 만세!

 2.예수님 만세!

 3.대한민국-한반도 만세!

 4.가톨릭 교회 만세!

 5.성모님 만세!

 6.요셉 수도원 만세!”

 

역시 종전처럼 십자가의 예수님과 태극기 앞에서 성호경, 주모경후 만세육창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하루 생활중에도 답답할 때면 화살기도를 바치듯 만세육창을 합니다. 어제 모임에 참석했던 자매님들께도 참으로 강조했던 늘 깨어 있는 삶, 기도의 삶이었습니다. 마지막 6번째는 “우리가정 만세!”넣어 기도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 둘을 꼽으라면 기도에 전념하는 모습이요, 자기에게 주어진 소임의 일에 전념할 때의 순수한 모습일 것입니다. 아마 이의 전형적 모범이 우리 삶의 좌표가 되는 가톨릭 교회의 성인들일 것입니다. 오늘은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입니다. 성인 기념일이나 축일 때 마다 꼭 살피는 생몰연대를 통해 새삼스런 진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성인들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며 이보다 분명한 사실은 없습니다. 성인은 1581년 프랑스 랑드 지방에서 가난한 소농의 아들로 태어나 신학공부후 20세 젊은 나이로 사제품을 받습니다. 

 

그 이후 성인의 생애는 거의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삶에 집중됩니다.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이 곧 하느님을 섬기는 것’임을 깨달은 성인은 고통받는 이들의 구호사업에도 헌신하였으며, 1633년 애덕부인회를 설립하였으며 병자들을 돌보고 고아들을 돌볼 목적으로 ‘애덕의 수녀회’를 설립하여 성녀 루도비카 드 마리악을 초대 원장으로 임명합니다. 바로 이 수도회가 오늘날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입니다.

 

빈센트 성인은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의 주님이시고 스승이라고 가르쳤고, 이것이 존경심과 헌신하는 마음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해야 하는 이유이며, 가난한 이들을 찾아갈 때는 겸손과 소박과 사랑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빈센트 성인의 삶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봉사는 끊임없는 회심과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완전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봅니다.

 

성인은 가난한 이들 안에서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고 인간의 고통과 비참을 경감시키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쳤습니다. 1660년 선종했으니 79세 장수한 편입니다. 빈첸시오 사제는 1737년 시성되었고, 1885년 레오13세 교황은 그를 자선사업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성인의 영성을 실천하는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사랑의 씨튼 수녀회, 성빈첸시오 드 폴 자비의 수녀회와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회가 서로 연대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니 성인은 떠났어도 영원히 살아 있어 그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음을 봅니다.

 

참으로 기도와 회심의 성인이요 누구보다 가난한 이들을 사랑하여 그들의 구제에 온힘을 다했던 참 멋지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람, 성인이었습니다. 누구보다 공직을 맡은 지도자들의 기도와 회개가 참으로 절실한 작금의 시절입니다. 늘 깨어 기도하고 회개하는 지도자는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지요!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멋지고 아름다운 신자의 삶은 어떤 삶일까요? 오늘 강론 주제이기도 합니다.

 

첫째, 회개의 삶입니다.

기도와 함께 가는 회개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에즈라의 기도입니다. 에즈라의 회개의 기도가 참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얼마나 하느님 앞에 겸손하고 진실한, 아름답고 멋진 에즈라의 삶인지요! 

 

진정성 가득한 회개의 기도를 통해 그가 얼마나 하느님을 사랑하고 섬긴 삶인지 잘 드러납니다. 단식을 그치고 일어나서, 의복과 겉옷은 찢어진 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펼쳐 기도합니다. 바로 유다인들의 전통적 기도자세입니다.

 

“저의 하느님, 너무나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저의 하느님, 당신께 제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저희 죄악은 머리 위로 불어났고, 저희 잘못은 하늘까지 커졌습니다...그러나 잠깐이나마 주 하느님께서 은혜를 내리시어, 저희에게 생존자를 남겨 주시고, 당신의 거룩한 곳에 저희의 터전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정녕 저희는 주님의 종입니다.”

 

구구절절, 회개와 감사가 가득한 기도입니다. 이런 회개의 감사의 기도가 참으로 사람을 겸손하고 가난하게 만듭니다. 

 

둘째, 무소유의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열두 제자가 그 모범입니다.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시고, 하느님 나라 선포와 병자들을 고쳐 주라며 보내시며 이르십니다. 제자들은 물론 회개를 통해 참으로 그 영혼 겸손하고 가난해졌을 것입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말라.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거기에 머물러라.”

 

철저히 무소유의 삶을 명하시며 주어진 사명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곳곳에 산재한 좋은 이들의 환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무소유의 홀가분한 삶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존재냐 소유냐, 참으로 소유로부터 자유로웠던 그리하여 복음 선포의 사명에 전력투구할 수 있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참으로 온전히 비웠기에 하느님의 권능으로 충만한 제자들의 삶이었습니다.

 

셋째,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회개의 삶도, 무소유의 삶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복음 선포는 믿는 이들의 존재이유입니다. 회개의 삶도 무소유의 삶도 복음 선포를 목적으로 합니다. 참으로 보람있고 행복한 삶이, 텅빈 존재의 충만한 삶이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었다.’

 

마지막 복음 말씀이 복음 선포의 삶을 요약합니다. 복음 선포와 저절로 뒤따르는 영육의 치유입니다. 꼭 세상에 파견되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의 자리에서 복음 선포의 삶을 살면 됩니다. 우리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요셉 수도원 수도자들은 환대를 통한 복음 선포의 삶을 삽니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신자의 삶을 살고 싶습니까?

부단한 회개의 삶, 탐욕에서 자유로운 무소유의 삶, 복음 선포의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일상의 평범한 자기 삶의 자리에서 복음 선포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환히 드러내는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각자 삶의 자리에서 존재론적 복음 선포의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다음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 좌우명 기도가 이 진리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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