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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1. 연중 제3주간 금요일                                                                            히브10,32-39  마르4,26-34

 

 

사랑과 진리의 하느님 나라

-존중, 신뢰, 무욕, 인내, 자유-

 

 

오늘 복음의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와 ‘겨자씨의 비유’ 둘은 모두 하느님의 나라의 비유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바로 여기서 실현되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비유입니다. 죽어서 가는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깨달아 살아야 하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저는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 수 있는 두 원리를 깨닫습니다. “건들이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입니다. 참으로 자유롭게 하는 생명을 주는 사랑입니다. 예전 피정하시던 주교님의 고백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여기 수도원에서 피정하니 건들이지 않고 그냥 놔두어 좋아!”

 

저절로 자라는 씨앗처럼, 자연스럽게 자라는 겨자씨처럼 건들이지 않고 그냥 놔두면 그대로 평화로운 하느님 나라의 실현이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 마음을, 욕심을 비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문제는 욕심 때문에 집착하여 참지 못하고 자꾸 입질하고 손대는 것이 문제입니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진리에 새삼 공감합니다. 

 

이것은 방관이나 방치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깨어 배려하고 보살피는 사랑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도록 건들이지 않고 그냥 놔두는 사랑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느님께서 잘 일하시도록 깨어 사랑으로 가꾸고 돌보는 것입니다. 존중하는 사랑, 신뢰하는 사랑, 욕심없는 사랑, 기다리며 인내하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이 하느님 나라의 실현에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문제는 우리 마음이, 사랑이 많이 욕심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환경이 햇빛, 공기, 물, 흙입니다. 무엇하나 없어도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흙도 오염되었고 물도 오염되어 정수기가 있고 공기도 오염되어 요즘은 공기청정기가 필수 제품이 되었다 합니다. 미세먼지로 마스크도 자주 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더불어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도, 마음도 정신도 영혼도,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알게 모르게 얼마나 오염되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은 정수기로 공기는 공기청정기로 정화하는 데 오염된 영혼은, 마음은, 사랑은 무엇으로 정화하겠는지요. 

 

며칠전 방문한 자매가 휴대폰에 미세먼지 정도를 알아 볼 수 있는 앺을 설치해 줬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여기 불암동의 공기 상태가 요즘 대부분 “상당히 나쁨-탁한 공기, 마스크 챙기세요”란 문자가 나타납니다. 

 

이렇게 공기상태는 측정가능하지만 현대인들의 영혼이나 사랑을 측정한다면 그 오염상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육신 건강은 그렇게 챙기면서 영혼 건강, 정신 건강에는 너무 무지하다는 생각입니다. 영혼이, 마음이, 사랑이, 병이 깊으니 육신의 병도 많고 깊어진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영혼의, 사랑의 정화와 치유에 우리가 끊임없이 함께 바치는 공동전례기도가 그대로 참 좋은 영혼의 정화기임을 깨닫습니다. 영혼을, 마음을, 사랑을 정화하고 치유하기위한 필수적인 처방이 끊임없는 공동전례 기도요 말씀 공부입니다. 그러니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을 통한 영혼의 정화와 치유가 우선입니다.

 

정화되고 치유될 때 비로소 욕심없는 순수한 사랑, 끝까지 기다리며 인내하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도 가능할 것입니다. 하여 건들이지 않고 그냥 놔두어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하느님의 나라를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문득 생각나는 두 일화가 있습니다.

 

어제 인터넷에서 읽은 법정 스님의 대원각을 인수해 창건한 길상사의 유래입니다. 대원각의 여주인인 ‘자야(김영한1916-1999)’는 법정(法頂, 1932~ 2010) 스님의 무소유란 책을 읽고 감명받아 요정인 대원각을 시주할 테니 절을 만들어 달라했다는 것입니다. 법정 스님은 여주인의 강권에 대원각을 길상사(吉祥寺)란 절로 만들고 시주한 여주인 자야에게는 염주와 길상화(吉祥華)라는 법명을 선물했다 합니다. 

 

바로 여주인 ‘자야’는 그 유명한 천재 시인 ‘백석(백기행1912-1996)’의 영원한 연인입니다. 문제는 1000억에 해당하는 재산을 시주한 자야의 마음입니다. 낙성 법요식 때 한 기자가 물었습니다.

 

"천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시주하셨는데 아깝지 않으십니까?" 길상화는 "그까짓 천억 원, 그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를 쓸 거야"”

 

길상화 불자의 무욕의 순수한 마음이 감동적이었습니다. 1000억원이 영원한 연인 백석의 시 한줄만 못하다니요! 이런 무욕의 순수한 사랑일 때 세상은 온통 하느님 나라의 실현일 것입니다. 또 하나는 장애인 시설에 관한 내용입니다. 장애인들의 탈시설화가 요즘 활발한 추세입니다. 장애인 시설에서 자립생활자가 된 한 형제의 고백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시설에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27년 시설 생활을 끝냈을 때 나를 찾았다.“

 

제가 여기서 연상한 것은 시설같은 감시와 규칙, 획일화를 강조하는 가정공동체, 학교 공동체, 수도 공동체였습니다. 시설같은 공동체이기에 문제도 많고 병도 많은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자유롭고 행복한 하느님 나라의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을런지요. 

 

바로 오늘 복음의 하느님 나라의 비유가 그 답을 줍니다.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최대한 건들이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것입니다. 최대한 자유와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지요. 이건 방치나 방관이 아니 하느님 나라의 순리에 맡기는 참으로 섬세한 사랑, 끝까지 기다리며 인내하는 사랑, 욕심없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어 가능한 사랑입니다. 히브리서가 권고하는 사랑도 이런 사랑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때에는 공공연히 모욕과 환난을 당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그러한 처지에 빠진 이들에게 동무가 되어 주기도 하였습니다.---여러분이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끝까지 희망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사랑이 하느님 나라의 실현에 절대적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나라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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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2.01 09:13
    주님을 향한 끝없는 사랑만이 모든 역경을 이겨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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