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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1.부활 제5주간 수요일                                                                      사도15,1-6 요한15,1-8

 

 

 

관상기도의 훈련과 생활화

“내 안에 머물러라”

 

 

"주님은 내 등불을 밝혀 주시고

 내 어둠을 비추시나이다."(시편18,29)

 

어제 4월의 끝은 오늘 5월 1일, 성모성월의 시작입니다. 신록으로 빛나는 파스카 축제가 계속되는 5월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11월 배밭 농사가 끝나면서 시작된 전지와 거름 구덩이를 보면서 끝은 새로운 시작임을 깨달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1998년 26년전 당시는 거름을 구덩이에 넣었으며 그때 이를 보며 써놨던 시입니다. 

 

“살수록 힘들구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산다

다시 시작된 배농사

가지런히 파진 구덩이

든든하다

끝은 시작이다

삶은 엄숙하다

삶은 반복이다

새로운 반복, 거룩한 반복이다

묵묵히 생명의 품되어

흙으로 산다.”-1998.11.1

 

흙처럼 겸손히 살라고 사람입니다. 사람(homo)과 겸손(humilitas)의 어원이 흙(humas)에서 기원합니다. 하루하루 산다는 생각은 이미 수도원 초창기부터 였습니다. 이때는 잘살고 못살고가 아닌, 하루하루의 생존(生存)이,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늘 되뇌이는 지론도 생각납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절망의 자포자기로 일어나지 않는 게 죄다. 넘어지면 곧장 다시 일어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끝이 새로운 시작이듯 늘 새로운 시작의 삶을 사는 것이 바로 파스카의 삶이다.”

 

바로 파스카의 축제시기이자 신록의 계절 성모성월인 5월의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5월 교황님의 기도지향은 “남녀 수도자의 양성에 대해서”인데 수도자뿐 아니라 평생, 하느님의 사람, 그리스도의 사람, 교회의 사람, 신자가 되어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싶어 일부 나눕니다.

 

“양성은 특별한 한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생 지적으로, 인간적으로, 감정적으로, 영적으로 계속 통합시켜 가는 과정이다. 준비는 공동체 안에서의 삶을 통해 계속된다. 공동체내에서의 삶은 비록 때로 힘들지라도, 매우 풍요롭다. 더불어 삶은 공동체내에서의 삶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획일성의 일치가 아니라 다양성의 일치이다. 성소의 여정중에 끊임없이 성장하도록 기도하자.”

 

비단 성직자,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자기 성소의 여정에, 참 신자가, 참 사람이 되는 가는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해야 함을 배웁니다. 평생 성소의 여정, 교육의 여정, 양성의 여정에 매일미사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더불어 성소의 여정에 오늘 복음은 참 적절한 도움이 됩니다.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아버지께서 다 쳐내시고, 열매를 맺는 가지는 모두 깨끗이 손질하시어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신다.”

 

무수한 가지들이 하나로 붙어있는 참 포도나무인 예수님이 상징하는바 교회의 한몸 공동체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참 포도나무 공동체입니다. 흡사 배밭 전지가 연상됩니다. 공동체이든 개인이든 주님과 함께 끊임없이 내외적 ‘삶의 가지치기(전지;剪枝)’를 통해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고 삶을 단순화해야 함을 배웁니다. 중심을 잃고 무질서한 삶중에 내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한 말로 이미 깨끗하게 되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 대목을 묵상하면서 저는 제가 오랫동안 해왔고 때로 지도해왔던 명상기도가 생각났습니다. 주님 안에 머무르는, 더 구체적으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집중적 관상의 훈련이 바로 명상기도요 명상기도의 습관화가 우리를 내외적으로 단순하고 순수하게 해주고 주님과의 일치, 공동체와의 일치, 나와의 일치를 견고히 해준다는 것입니다. 오늘 옛 어른의 사랑에 관한 말씀도 공감이 갑니다.

 

“사랑은 참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근본이자 길이다.”<다산>

“사랑은 곧 사람이다. 사람과 사랑이 합해지면 그것이 바로 도(道)다.”<맹자>

 

참으로 주님 사랑안에 머무르는 관상기도와 더불어 위로와 치유, 정화(淨化)와 성화(聖化), 일치와 성장이요,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일치와 더불어 풍성한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랑의 힐링에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관상 수행을, 미사전례를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어지는 대목이 주님 안에 머무름은 그대로 기도임을 깨닫게 됩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주님 사랑안에 깨어 머무르는 관상기도중 강조하는 것이 하느님 말씀인 성구를 호흡에 맞춰 반복하라는 것입니다. 많이 강조하는 성구가 주님의 이름을 부르는 자비송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인인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네 단락의 성구를 호흡에 맞춰 소원을 담아 기도로 바친다면 그 사랑의 기도는 다 이루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관상기도의 집중적 훈련과 습관화가 요즘 물질주의, 활동주의에 빠져, 삶의 중심을 잃고, 자기를 잃고 뿌리없이 표류하는 불행한 현대인의 치유에 참으로 필요한 기도임을 깨닫습니다. 참 죄도 많고 병도 많은 세상이니 희망이자 길이요, 생명이자 진리요, 빛이신 주님을 잊었기,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영혼이 “살기위해” 이런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관상기도는 절박할 수 뿐이 없습니다. 

 

넓이보다도 깊이를, 채우기 보다는 비움을, 모으기 보다는 버림을, 행함의 기쁨보다는 존재의 기쁨을 , 주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는 참으로 우리에게 초연한 자유를 선사하는 관상기도 훈련입니다. “세상 안”에 머물러 표류하는 삶이 아니라 “주님 안”에 머물러, 주님 중심에 날로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관상기도입니다. 우리의 정주생활에 참 좋은 도움이 되는 관상기도입니다.

 

율법이 아닌 사랑이 분별의 잣대입니다. 참으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수련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뿐 아니라 지혜로운 분별을 가능하게 합니다. 사랑과 지혜는 함께 가며 오늘 사도행전에서 제기되는 할례의 문제도 말끔히 해결할수 있습니다. 결론하여 율법을 지켜서, 할례를 받아서 구원이 아니라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올바른 분별의 지혜를 발휘해야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안티오키아 교회는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르나바와 바오로를 예루살렘 모교회의 파견했고 사도들과 원로들은 사랑의 분별, 분별의 지혜로 답을 줄 것입니다. 

 

날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봉헌하는 미사은총이 주님 안에서 공동체의 일치를 견고히 해주고 분별의 지혜를 발휘하며 살게 합니다. 주님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랑의 관상기도 시간이 바로 우리가 평생 날마다 바치는 이 거룩한 미사와 더불어 시편공동전례기도요, 관상의 일상화, 관상의 생활화를 이뤄주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너희가 많은 열매를 맺고 내 제자가 되면, 그것으로 내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이다.”(요한15,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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