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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 위령의 날 (All souls)                                                         지혜4,7-15 로마6,3-9 마태25,1-13


                                                                               슬기로운 삶


어제는 하늘과 땅위에 있는 모든 성인들All saints을 기리는 잔칫날이라면 오늘은 정화과정 중에 있는 모든 연옥 영혼들All souls을 위한 잔칫날입니다. 하늘의 성인들은 우리를 위해 전구하고 지상의 우리들은 연옥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니 주님 안에서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교회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천상의 성인들보다 연옥영혼들에 더 애착이 갑니다. 살아있는 우리들과 더 긴밀히 연결되어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천국도 연옥도 지옥도 이미 지상에서 시작됩니다. 


며칠전 한 피의자가 검찰청사 정문을 들어설 때 무수한 취재진들이 달려드는 모습이 흡사 지옥문에 들어설 때 악마들이 몰려드는 장면처럼 상상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강할때는 꿈쩍 못하던 이들이 약해졌을 때 하이애나처럼 달려드는 모습들을 보면 역시 지옥을 연상하게 됩니다. 


천국이 지옥이 연옥이, 천사와 악마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연옥과정을 겪고 있고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좌우간 힘든 세상살이 힘껏 믿음으로 살아 냈다는 자체가 구원이고 세상 연옥살이에서 충분히 정화되었을 때 연옥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도 해 봅니다.


오늘은 우리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날입니다. 옛 사막교부들은 물론 베네딕도 성인도 강조한 ‘죽음을 날마다 눈 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말씀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종말론적 깨어있는 삶을 살 때 모든 환상은 걷히고 오늘 지금 여기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죽음을 무無에의 환원還元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歸家라 합니다. 죽음이 무에의 환원이라면 허무의 절망이겠지만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라면 구원의 희망을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11월은 나름대로 죽음을 묵상하며 아버지의 집으로 귀가준비를 해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모르는 무지가 참으로 심각한 마음의 병입니다. 무지의 어리석음입니다. 반대로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이가 진정 슬기로운 사람입니다. 어리석은 삶이 아니라 슬기로운 삶보다 더 좋은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준비도 없을 것입니다. 


어리석어서 탐욕과 교만의 유혹에 빠지고 어리석음이 자초하는 지옥이요 연옥입니다. 슬기로운 삶은 그대로 겸손한 삶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들과 어리석은 처녀들의 비유가 우리들에겐 좋은 공부가 됩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슬기로운 삶’이 되겠습니다.


첫째, 찬미하는 삶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삶과 기도가 슬기로운 삶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표현에 찬미보다 더 좋은 기도도 없습니다. 찬미의 종교인 그리스도교요 찬미의 기쁨으로 사는 찬미의 사람인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세상에 찬미의 기쁨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알렐루야’ 찬미로 살다가 ‘아멘’ 감사로 끝나는 삶이라면 참으로 아름답고 슬기로운 삶일 것입니다. 하여 매일 평생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며칠 전 마음을 사로잡았던 미사중 퇴장성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가 참 감미로웠습니다. 하느님 찬미가 얼마나 좋은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성인이었기에 세례명도, 수도명도 프란치스코로 했습니다. 


미사후에도 방에서 틈틈이 불러보면서 하나의 소원이 떠올랐습니다. 세상 떠나는 날 임종시 형제들이 불러주는 ‘태양의 찬가’를 들으며 잠들 듯이 선종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소원이었습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다 세상을 떠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아름다운, 거룩한 죽음도 없을 것입니다. 


둘째, 깨어있는 삶입니다.

깨어있는 삶이 슬기로운 삶입니다. 끊임없는 찬미기도의 삶이 깨어 있게 합니다. 끊임없는 기도의 궁극목표도 깨어 있는 삶입니다. 깨어있는 삶은 활짝 열려있는 삶입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활짝 열려있는 삶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려있는 삶입니다. 


깨어있는 삶은 늘 죽음을 환히 두고 준비하며 기다리는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가 그 모범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기에 찬미의 삶이며 깨어있는 삶입니다.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들은 기름을 충분히 준비해 뒀기에 결정적인 순간 신랑인 주님과 함께 혼인잔치 축제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깨어있는 삶은 늘 새롭게 시작하는 삶입니다.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하느님을 향해 맑게 흐르는 강물같은 삶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의 말씀처럼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세례성사와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 새로운 삶을 살라고 매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새날, 새땅, 새하늘을 우리에게 선사하십니다.


셋째, 때를 아는 삶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때를 알아 때에 맞게 처신하는 삶이 슬기로운 삶입니다.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인내의 믿음입니다. 지혜서의 말씀대로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예지가 백발이고, 티없는 삶이 곧 원숙한 노년입니다. 때를 알아 때에 맞게 처신할 때 이런 예지에 티없는 삶입니다. 


제가 기회가 될 때마다 피정자들에게 상기시키는 예화가 있습니다. 내 인생순례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어느 시점에 와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전인가 오후인가, 과연 몇 시 지점에 와 있는가 때를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이어 일년사계로 내 나이를 계절로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때에 있느냐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저절로 때를 알아 때에 맞는 처신으로 슬기로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죽어서 가는 천국이 지옥이 연옥이 아니라 이미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천국의 삶, 지옥의 삶, 연옥의 삶입니다. 무지의 어리석은 삶을 살 때 자초하는 지옥의 삶, 연옥의 삶입니다. 반면 슬기롭고 겸손한 삶을 살 때 이미 지금 여기서 부터 펼쳐지는 천국의 삶입니다. 


이미 지금 여기서 천국의 삶을 살게 하는 슬기로운 삶이 찬미하는 삶, 깨어 있는 삶, 때를 아는 삶입니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께 선택된 슬기로운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슬기로운 이들을 돌보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슬기롭고 겸손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25,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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