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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19.연중 제25주간 월요일                                                             잠언3,27-34 루카8,16-18


                                                                  지혜로운 현자賢者의 삶


오늘부터 제1독서는 구약으로 돌아가 소위 지혜서의 말씀을, 특히 이번 주는 잠언과 집회서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이 책들은 지혜의 말씀들로 이루어졌으며 이들 말씀은 바빌론 유배이후 유대 지식층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이 책들은 예언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개인들의 행동, 친밀한 관계, 올바른 사고에 대해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최근 읽었던 예언자들의 주요 관심사인 불의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는 예언자豫言者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자賢者도 있음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밖으로는 예언자, 안으로는 현자의 삶이면 이상적이겠고 이 둘은 경쟁이 아닌 보완관계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잠언의 책은 학식이 많은 교사들에 의해 젊은 유대인들에게 주어진 윤리적, 종교적 가르침의 모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격언들은 거의 구약 지혜서의 전형적 본보기입니다. 그것은 종교에 기반한 윤리적 금지를 강조하고 이런 삶에 따라오는 상과 벌의 가르침이 주가 됩니다. 그것은 ‘계시revelation’보다는 ‘체험experience’에 호소합니다. 그 가르침은 짧으나 하느님과 관계된 지혜에 대한 중요한 탐구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지혜는 ‘비의적 지식’이 아니라 개인이나 공동체가 이성적으로 책임감있게 받아들여 따라야 할 ‘상식’입니다. 


이런 지혜는 책에서 습득된 것이 아니라 삶의 체험이 반영된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어렵지 않게 공감하고 동의하게 됩니다. 하여 격언은 명쾌하여 기억하여 전달하기 쉽습니다. 오늘의 잠언 독서는 좋은 이웃에 대한 다섯가지 가르침입니다. 이웃이 참으로 곤궁중에 있다면 언제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아들아, 네가 할 수 있다면, 도와야 할 이에게 선행을 거절하지 마라. 가진 것이 있으면서도 네 이웃에게, ‘갔다가 다시 오게, 내일 줄테니.’하고 말하지 마라. 이웃이 네 곁에서 안심하고 사는데, 그에게 해가 되는 악을 지어내지 마라. 포악한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의 길은 어떤 것이든 선택하지 마라.”


이렇게 시작되는 모든 구절들이 구구절절 공감이 갑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상식적입니다. 새삼 우리의 영성생활도 이런 건전하고 상식적인 지혜에 기반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하여 먼저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이런 상식의 지혜에 기초하지 않은 영성생활은 사상누각, 모래위의 집되기 십중팔구입니다.


무엇보다 폭력의 사람들을 닮지 말아야 합니다. 폭력적 사람들이나 하느님 백성의 적들의 분명해 보이는 번영은 언제나 믿는 사람들의 하느님 신뢰에 위협이 됩니다. 예레미야도 욥도 계속 하느님께 “왜?”하고 물었고 이런 경우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그러나 다음 격언이 분명한 교훈입니다.


“주님께서는 비뚤어진 자를 역겨워하시고. 올곧은 이들을 가까이 하신다. 주님께서는 악인의 집에 저주를 내리시고, 의인이 사는 곳에는 복을 내리신다.”


악인의 번영을 부러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비도덕적 행위는 하느님이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비도덕적 행위를 싫어하십니다. 반면 주님은 위의 올곧은 사람들을 당신 친구로 삼으십니다. 객관적으로 또는 주관적으로 봐도 악한 삶이 부와 물질적 성공, 권력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도, 실은 하느님과 이웃간의 내적평화나 조화의 소중한 선물은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사실 밖으로 행복해 보이는 성공적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내적으로 불행한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그러니 악인의 성공이나 번영을 결코 부러워하지 말라는 지혜서의 가르침입니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부와 명예, 권력을 지녔어도 그 내면에 평화와 기쁨, 희망이 없다면, 진정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런 소유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지요.


한편 참으로 착한 사람들이 표면상 시련의 연속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느 적대자도 빼앗아갈 수 없는 평화와 힘을 체험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앞에서 올바르게 참되게 살아갈 때의 이런 깊은 내적평화와 힘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도 등불의 비유에서 세가지 이런 잠언의 지혜에 호소합니다. 복음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전혀 감춰져 있지 않습니다. 복음은 소수의 엘리트에게 맡겨진 신비종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붕 위로부터 모든 이들에게 선포되는 메시지입니다.


“아무도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지 않는다. 등경 위에 놓아 들어오는 이들이 빛을 보게 된다.”


오늘날의 인터넷이 바로 등경의 등불같은 역할로 세상 만방에 복음을 전하는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산티아고 순례시, 불암산 산 속 수도원에서 제가 인터넷에 올리는 강론도 세상 수많은 사람이 읽으니 등경 위에 등불처럼 완전히 현대판 기적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라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추종자들인 우리 역시 세상 모든 이들이 보도록 그분의 빛을 반사하는 작은 등불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신자invisible Christian’란 말 자체가 모순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종교를 지키고 이웃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강한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가능하다 할지라도 이웃에게 믿음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그러나 ‘와서 보고come and see’, 복음을 듣고 개인적 체험을 갖게 함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듣고 동화된 진리는 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습니다. 계속 퍼내야 맑은 샘이 되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하여 나도 살고 너도 ‘살기위하여’ 매일 쓰는 제 강론입니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예수님의 잠언같은 지혜의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바로 부익부富益富, 빈익비貧益貧의 원리가 영성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신자가 된다는 것은 어는 지점에 도달하여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자가 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끊임없는 내적성장과 발전을 뜻합니다. 정지하거나 침체되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자 퇴보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삶은 살아있는 삶이냐 죽어있는 삶이냐 둘중 하나이지 중간은 없습니다. 하느님 향해 끊임없이 흐르는 맑은 강물이냐, 혹은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이냐 둘 중 하나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맑게 흐르는 강물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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