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22.연중 제12주간 수요일                                                   2열왕22,8-13;23,1-3 마태7,15-20

 

 

 

사람이 좋아야 열매인 글도 말도 행동도 좋다

-기도, 회개, 훈련, 습관-

 

 

우리 삶의 궁극 목표는 ‘참나眞我’의 좋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하느님의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압니다. 나무가 좋아야 열매도 좋듯 사람이 좋아야 열매인 글도 말도 행동도 좋습니다. 그러니 좋은 나무에 좋은 열매이듯 좋은 사람에 좋은 열매들입니다. 나무를 닮은 사람들입니다. 

 

많은 시인들이 나무를 좋아해 많은 시들을 남겼습니다. 11년전 제 졸저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 에, 이해인 수녀의 추천사중 ‘한그루 나무를 닮은 수사님께’ 부제에 이은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온종일 하느님을 우러러보며

잎이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가슴에 쌓이고

비와 함께 다정히 사는 나무---”

 

제가 좋아하는 조이스 킬머의 시구를 외워보며 수사님의 이름을 부르노라니 제 마음에도 나무 향기가 절로 나네요.-

 

기도하는 나무들 같은 우리 수도형제들입니다. 김용택 시인의 나무에 관한 글도 좋습니다.

 

“나무는 정면이 없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 나무는 경계가 없다. 모든 것이 넘나든다. 나무 자체가 세계요 세계의 중심이다. 나무는 볼 때마다 완성되어 있고, 볼 때마다 다르다.”

 

과연 나무를 닮은 사람들입니다. 성장중에 있는 나무들이듯 사람도 그러합니다. 나무야 말로, 좋은 열매를 내는 좋은 나무야 말로 우리의 영원한 스승입니다.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거두어 들일 수 없고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거두어 들일 수 없습니다. 이처럼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습니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자명한 오늘 복음 말씀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다릅니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나무처럼 고정불변이 아니라 믿습니다. 하느님 은총의 선물과 더불어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와 회개, 훈련과 습관으로 누구든 좋은 사람으로 변화됨을 믿습니다. 타고난 선인도 타고난 악인도 없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부단不斷한, 절박切迫한 분투奮鬪의 노력의 수행이 좋은 사람, 좋은 행동에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습니다.

 

얼마전 세계적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정웅씨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라는 자전적 이야기 책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그 아버지에 그 아들임을 깨닫습니다. ‘보고 배우는 일’이 삶의 꼴의 형성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많은 대목이 감동을 줬지만 그 중 일부만 인용합니다.

 

“가정은 최초의 학교요 최고의 학교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말에 앞서서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보고 배운다. 아무리 좋고 옳은 말로 가르치고 훈육한다 해도 부모가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대들보가 휘면 기둥이 휜다. 부모가 올바른데 자식이 휘겠는가.”

 

저에게는 여기 수도가정공동체가 평생 학교입니다. 저에게 가장 큰 스승은 여기 수도가정공동체라는 고백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공동체 형제들을 보고 배우는 것은 끝이 없습니다.

 

“나는 초심初心, 초심을 강조한다. 자만하지 마라.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반으로 삼는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라는 시경 구절처럼, 우리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삶에 완성이란 없다.”

 

“축구의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다가 아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 네델란드 출신의 불세출의 축구 영웅인 요한 크라워프는 자서전에서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내가 만난 월드클라스 선수 중에 인성人性이 나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가의 경지에 이른 분들의 특징은 좋은 사람, 즉 인성이 좋다는 것입니다. 사실 세월흘러 나이들어 갈수록 비슷해 지다가 죽으면 다 똑같아집니다. 다 사라지고 남는 것은 ‘좋은 사람’이었는가. ‘향기로운 사람’이었는가 하나만 남습니다.

 

요즘 밤꽃에 이어 자귀나무꽃이 한창입니다. 아카시아 꽃처럼 으레 향기를 맡고 주위를 돌아보다 찾는 꽃입니다. 사람으로 하면 흡사 존재의 향기, 사랑의 향기, 겸손의 향기같습니다. 좋은 사람은 떠나도 은은하고 그윽한 좋은 향기로, 그리스도의 향기로 남습니다. 이런분들을 생각하면 마음도 따뜻해지고 향기로워지는 느낌입니다. 

 

이래서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와 회개, 겸손과 감사의 훈련과 습관의 수행이 절대적입니다. 이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항구히 노력할 때 하느님 은총이 작용하면서 점차 좋은 사람으로, 향기로운 삶으로 변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마음을 다해 바치는 아름다운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는 얼마나 결정적 도움을 주겠는지요! 좋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 거룩한 사람으로 변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보고 배웁니다. 스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눈만 열리면 지금 여기서 선택하여 배울 스승은 무궁무진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영원한 주님이자 스승이시며 도반이신 주님으로부터 보고 배우는 미사시간입니다. 

 

오늘 제1독서 열왕기 하권은 요시아 임금의 등장과 종교개혁, 그리고 주님의 율법서의 발견과 요시야가 계약 책을 봉독하고 계약을 맺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한 사람, 요시야 임금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얼마나 결정적 역향을 미치는지 깨닫습니다. 지도자 하나가 얼마나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는 작금의 나라 현실에서도 실감할 것입니다. 요시아 임금의 마지막 장면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런 다음에 요시야 임금은 기둥 곁에 서서, 주님을 따라 걸으며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여 그분의 계명과 법령과 규정을 지켜, 그 책에 쓰여 있는 계약의 말씀을 실천하기로 주님 앞에서 계약을 맺었다. 그러자 온백성이 이 계약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입니다. 요시야는 이집트 임금 파라오 느코에 죽음을 당하고 더불어 개혁은 좌초되었으며 또 이스라엘 백성은 우상숭배의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참으로 한 두 번의 개혁이 아니라 끊임없는 개혁의 회개, 끊임없는 영적혁명의 회개로, 늘 초심의 자세로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말그대로 영원한 현역의 영적 훈련병으로, 영원한 초보자의 겸손한 학인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아름드린 좋은 나무같은 삶에 신망애信望愛의 열매 또한 풍성할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좋은 나무에 좋은 열매 맺는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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