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6. 월요일 성 바오로 미끼(1564-1597)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창세1,1-19 마르6,53-56



우리의 참 좋은 가장(家長)이자 최고의 디자이너

-하느님-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퍼뜩 떠오른 주제는 ‘우리의 참 좋은 가장-하느님’이었습니다. 세상 창조때부터 지금까지는 물론 세상 종말까지 참 좋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 애쓰시는 우리의 참 좋은 가장 하느님이십니다. 교회의 순교사를 봐도 이런저런 우여곡절의 과정을 통해 참 좋은 영원한 가장이신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나라가 교회를 통해 서서히 실현되리라는 희망을 지니게 됩니다.


오늘은 일본 순교성인들인 성 바오로 미끼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느날 일본을 생각하면 참으로 각별한 느낌이 듭니다. 성 바오로 미끼는 약 450년전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박해시기에 예수님과 똑같은 나이인 33세 짧은 나이에 순교한 예수회 회원이었습니다. 그는 교토에서 동료 신자들과 체포되어 나가사키까지 무려 1000km 600마일, 2500리 길을 교회의 찬미감사가인 테데움(Te Deum)을 부르며 걸어가 동료 신자들 25명과 함께 1597년 2월5일 십자가에 달려 순교하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처럼 십자가위에서 박해자들의 용서를 청하는 기도의 강론으로 최후를 마쳤습니다. 이때 바오로 미키와 순교한 25명은 사제 22명과 예수회 일본 수사 3명이었습니다. 참으로 혼돈스러운 세상도 이런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서서히 인류가정으로 형성됨을 봅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교회의 순교역사입니다. 


오늘부터 제1독서는 창세기의 시작입니다. 첫 절을 보면 창조 이전의 혼돈스러운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를 감돌고 있었다.’


참으로 어둡고 무의미(無意味)하고 무질서(無秩序)한 무(無)의 심연(深淵)같은 장면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영원한 가장이신 하느님은 당신의 자녀들이 살 수 있는 가정의 터전으로 만들어 가시는 인상적인 장면이 펼쳐집니다. 하느님의 디자인 솜씨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하느님은 최고의 디자이너입니다. 하여 강론 제목은 '우리의 참 좋은 가장이자 최고의 디자이너-하느님-'으로 정했습니다. 


창조과정을 통해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면서 가장인 하느님을 중심으로 가정(家庭)이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흡사 균형과 조화가 갖춰지고 질서가 잡혀가는 아름다운 세계 가정같습니다. 오늘은 넷째 날까지 창조과정을 보여줍니다. 각자의 영역과 한계가 분명해집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라는 예전의 강론 주제가 생각납니다. 창조전의 혼돈스러운 모습이 바로 그러합니다. 창조과정을 통해 분명한 한계가 설정되고 하느님 중심의 균형과 조화, 질서가 잡혀가니 “천국에는 한계가 있다.”라는 말이 그대로 통합니다. 


창조과정 중에 후렴처럼 되풀이 되는 말마디가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입니다.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가장은 오직 하느님 한 분 뿐이시고, 그분은 좋으시며 그분이 하신 모든 것은 정말 좋다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좋은 세상이 악과 고통이 범람하는 세상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답은 앞으로 나오게 될 것입니다. 


창조 과정의 넷째 날까지 매번 후렴처럼 도합 4회 나오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는 말마디가 참 기분이 좋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수도원 세상을 꾸미려 노력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분별의 잣대는 우리의 영원한 참 좋으신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가정’입니다. 어제의 신선한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바로 수도원 화장실과 샤워실 빈 마루바닥 공간을 원장수사가 말끔히 정리, 정돈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네요!”

“정리의 천재같네요!”

“인테리어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것 같네요!”


진심에서 우러난 청담(淸談)을 나눴습니다. 창세기의 혼돈스러운 모습이 창조과정을 거치면서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운 질서있는 모습으로 변한 것과 흡사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마르꼬 복음 사가가 예수님의 활약상을 요약한 집약문으로, 우리의 참 좋은 영원한 가장이신 하느님의 외아드님 예수님께서 참 좋은 가정을 만들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


그대로 창세기의 창조과정을 보는 듯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라는 말이 딱 드러맞는 광경입니다. 이들 삶의 중심에 자리잡으신 예수님을 텃치하여 연결, 소통하는 순간 병고의 혼돈스런 모습들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치유, 회복되는 모습들 모두가 예수님 가정의 한 식구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구원을 받았다’라는 말마디의 뜻을 나누고 싶습니다. ‘구원을 받았다.’는 희랍어 ‘에스존토(eszonto)’의 뜻은 육체의 치유 그 이상입니다. 초대교회에서 그말마디의 뜻은 ‘육신의 좋은 상태(wellness)’만이 아니라 ‘온전한 상태(wholeness)’를, ‘가정에의 복귀(coming home)를 뜻했습니다. 그야말로 고향집에 돌아 와 우리의 영원한 가장이신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텃치하여 만남으로 영육의 전인적 치유의 구원을 받은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고향집에 돌아온 우리 모두에게 전인적 치유의 구원을 선사하시고, 이어 당신을 중심으로 한 균형과 조화, 질서가 잡힌, 당신 보시기에 참 좋은 가정공동체를 이루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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