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0.5.21.부활 제6주간 목요일                                                           사도18,1-8 요한16,16-20

 

 

 

떠남의 기쁨, 만남의 기쁨

-성령의 은총-

 

 

 

“항상 기뻐하십시오.”

바오로 사도의 말씀입니다. 사도의 필리피서 아름다운 말씀도 생각납니다.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나의 기쁨이며 화관인 여러분, 이렇게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역시 바오로는 기쁨의 사도입니다.

 

미사중 평화의 인사를 나누기전 사제의 권고 말씀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 저는 한동안 부주의로 인해 이 ‘항상’이란 이 좋은 말마디를 빼놓고 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상 우리와 함께 있기에 항상 기뻐할 수 있습니다. 기쁨과 평화는 주님의 참 좋은 한셋트의 선물처럼 생각됩니다. 얼마전 받은 메시지도 시처럼 아름다워 소개합니다.

 

-“아침

 

아침은

늘 새롭다

나도

늘 새롭다

 

너무나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힘이 된다. 한국에 온지 10년만에, 사별의 고통과 세상이 주는 아픔에 시달려온 18년만에 새로운 아침을 만났다. 6시 새벽미사후 하늘이 넘 예뻐 걷다가 역까지 와서 커피 한잔에 늘 새로운 날을 살아오신 신부님을 떠올립니다.”-

 

이 아침이란 시로 늘 새로운 기쁨의 날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어느 자매의 고백입니다. 어제 ‘찬미하라’ 주간 일반 알현 시간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신 아름다운 말씀 마지막 부분도 기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복음의 기쁨’이란 교황님의 권고에서 보다시피 기쁨을 참 강조하신 교황님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삶의 선물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해야 하는 ‘기쁨의 담지자(bearers of joy)’들입니다. 슬픔으로 소모하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 단지 만족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찬미의 기쁨입니다. 하느님 찬미는 ‘기쁨의 샘’입니다. 덧없이 짧은 인생, 늘 새롭게, 기쁘게 지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이별의 슬픔, 재회의 기쁨’입니다. 다음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착안한 듯 합니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하고 내가 말한 것을 가지고 서로 묻고 있느냐? 나는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이별의 슬픔이 재회의 기쁨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그러나 이미 부활의 기쁨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별의 슬픔이 아니라 이별의 기쁨입니다.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재회의 기쁨을 앞당겨 살게 하는 부활의 기쁨 때문입니다. 하여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파견 받아 떠나 주님 안에 살다가 내일 또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예견할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도 잔잔한 일상의 기쁨입니다.

 

하여 저는 ‘이별의 슬픔, 재회의 기쁨’이란 말마디를 바꿔, ‘떠남의 기쁨, 만남의 기쁨’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떠남의 슬픔이 아니라 떠남의 기쁨입니다. 이것은 제가 산티아고 순례 때 체험했던 진리입니다. 순례중 가장 기뻤던 순간은 짐을 말끔히 정리한 후 배낭을 메고 홀가분하게 새벽길을 떠날 때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곳도 하루 지나면 지루하고 따분해져 저절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떠날 때도 이렇게 기쁘게 떠난다면 참 이상적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만날 분이, 주님이 계시기에 기쁨의 떠남일 것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 마지막연에서 노래한 소망도 이와 흡사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아름답게 살아야 주님을 향한 아름다운 떠남, 기쁨의 떠남이 될 것입니다. 얼마전 써놨던 글도 생각납니다.

 

-“꼭/일년만에/피어난 꽃들

꽃같은/참 반가운/만남 되려면

꼬박/일년을/기다려야하는가보다

날마다/만나도/늘 새롭고 반가운 당신이시다”-

 

날마다 만나도 늘 새롭고 반가운 주님이십니다. 하여 늘 피는 꽃으로, 기쁨의 꽃, 사랑의 꽃으로 살 수 있는 신자들입니다. 바로 그의 참 좋은 본보기가 앞서 예로 들은 기쁨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의 삶의 모습은 역동적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참 다양한 인간관계에 다양한 활동에도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이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바오로입니다. 무엇보다 사도가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복음을 무상으로 선포하기 위한 방편으로 천막을 만드는 생업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마침 생업이 같아 그들과 함께 지내며 일을 하였다. 천막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생업이었다.”

 

얼마전의 체험도 새롭게 떠오릅니다. 아침 일찍 탱크 소리를 내며 농약을 치기 시작한 두 형제의 모습이 아침 일찍 출전한 주님의 전사같다는 생각과 더불어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분야의 생업이든 프로답게 최선을 다하며 살 때 참 아름답고 기쁠 것입니다. 

 

분도 수도자는 기도에는 신비가, 성독에는 학자, 일에는 프로 전문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삶의 프로’답게 사는 기쁨의 사도, 바오로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교황님 말씀처럼 슬픔이나 우울, 절망으로 소모하기에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단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만족하고 하느님께 찬미드리며 기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삶의 프로’가 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새롭게, 기쁘게 살게 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94 평생 학인 -평생 말씀 공부와 실천-2022.1.23.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프란치스코 2022.01.23 171
1593 행복하여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2023.10.14.연중 제27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10.14 171
1592 하느님의 ‘꿈쟁이’자 ‘꿈나무’인 우리들 -하느님 꿈의 실현-2024.3.1.사순 제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3.01 171
1591 아버지의 자녀답게 -자비로운 삶-2016.3.6. 사순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16.03.06 172
1590 인생 장애물 경주-2016.5.19. 연중 제7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6.05.19 172
1589 의인의 기도-2016.5.21. 연중 제7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05.21 172
1588 슬기로운 삶 -깨어 준비하는 삶-2016.8.26.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6.08.26 172
1587 회개의 표징-회개, 말씀, 자유-2016.10.10.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6.10.10 172
1586 부활의 희망-2016.11.6. 연중 제32주일 프란치스코 2016.11.06 172
1585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참 아름다운 빛의 사람들, 빛의 증언자들-2016.12.16. 대림 제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6.12.16 172
1584 분별의 잣대는 사랑 -착한목자 예수님-2017.5.8. 부활 제8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05.08 172
1583 영적 승리의 삶 -순교영성-2017.5.29. 월요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05.29 172
1582 어떻게 주님의 길을 잘 닦을 것인가? -회개, 위로, 기쁨-2017.12.10. 대림 제2주일 프란치스코 2017.12.10 172
1581 주님과 관계의 깊이 -주님께 신망애信望愛의 고백과 실천-2018.2.22. 목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2.22 172
1580 하느님 나라의 실현 -평화와 치유-2019.1.26. 토요일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1.26 172
1579 주님의 파스카의 삶 -어둠에서 빛으로, 아픔에서 기쁨으로-2019.5.15.수요일 성 파코미오 아빠스(290-347)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5.15 172
1578 하느님 중심의 찬미와 감사의 삶 -무지로부터의 해방-2019.8.12.연중 제19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8.12 172
1577 회개의 여정 -불행, 회개, 행복-2019.9.29.연중 제26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9.29 172
1576 성전 정화 -삶의 중심, 기도와 말씀의 집, 사랑과 평화의 집-2020.11.20.연중 제3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0.11.20 172
1575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가? -순교적 신망애信望愛의 삶-2021.9.20.월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순교자들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20 172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