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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2.대림 제4주간 화요일                                                     1사무1,24-28 루카1,46-56

 

 

 

노래의 힘

-아나뷤anawim의 찬가-

 

 

 

성서의 주인공은 바로 하느님께 온전히 신뢰와 희망을 두고 살았던 하느님의 가난한 이들인 아나뷤입니다. 하여 이들의 영성을 아나뷤의 영성, 빈자의 영성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이런면에서 우리 믿는 이들은 아나뷤의 후예라 부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은 예수님의 산상설교중 행복선언을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루카6,20).

 

특히 루가복음 사가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이 각별합니다. 오늘 루카복음의 마리아의 노래 역시 아나뷤의 찬가에 속합니다. 가난한 어머니,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영적 도반이자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던 엘리사벳의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분!” 행복선언에 이어 터져 나오는 마리아의 찬가입니다. 날마다 저녁 성무일도 끝무렵에 마리아 성모님과 함께 우리 교회가 바치는 찬가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역시 가난한 아나뷤이 되어 순수와 열정의 정신으로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이런 찬가는 그대로 구원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노래는 얼마나 큰 구원의 힘을 발휘했는지요! 아마 이런 노래 없이는 그 엄혹한 가난과 굶주림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고난과 시련중에 하느님의 선물처럼 주어진,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난 노래들처럼 생각됩니다.

 

중국의 시경도 가난한 이들의 노래였고 우리에게도 곳곳에 한이 배어 있는 무수한 가난한 동요와 민요가 전래되고 있지 않습니까? 가난한 이들에게 노래는 그대로 구원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성서의 가난한 아나뷤의 노래가 자랑스러운 것은 절망이나 원망이나 실망이 담기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희망과 생명과 빛으로 가득한 아나뷤의 노래인 찬미와 감사의 시편기도가 이를 입증합니다. 상처를 치유하고 용기와 힘을 주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 찬가들입니다. 이런 아나뷤의 찬가가 가난해도 아름답고 품위있는 삶을 살게 합니다. 사실 우리가 매일 바치는 시편 성무일도 역시 대부분 아나뷤의 노래에 속합니다. 가난해도 원망이나 증오심 없이 단순하고 진실한 순수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불렀던 말그대로 무공해의 깨끗한 성서의 가난의 사람들 아나뷤이었습니다. 

 

무공해의 사람들, 바로 우리 정주 수도승의 정의일 것입니다. 참으로 잘 사는 것은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 작금의 현실입니다. 쓰레기 같은 공해와 오염이 되는 말과 행동과 글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어제는 먹는 것도 죄, 입는 것도 죄, 신는 것도 죄, 즉 사는 것이 다 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끊임없이 쓰레기를 양산해 내기 때문입니다. 

 

택배로 배달되는 음식, 책, 운동화 등 무수한 물품들과 더불어 양산되는 쓰레기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어제는 뜻밖의 고마운 운동화 선물을 받고 포장되었다 버려지는 쓰레기에, 물론 박스 종이는 재활용되겠습니다만 저절로 신음같은 탄식이 나왔습니다. 시스템 자체가 쓰레기를 양산하는 현실에 자주 탄식과 한숨을 쏟아내게 됩니다. 일례로 프라스틱의 경우 만드는 데는 5초, 일회용 사용하는 데는 5분, 분해되는 데는 500년 걸린다 합니다. 이런면에서 옛 성서의 가난한 아나뷤들은 거의 쓰레기를 내지 않은 말 그대로 무공해의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이런 가난한 아나뷤의 모범이 마리아입니다. 이런 마리아 성모님의 빈자貧者의 영성은 그대로 아드님 예수님에게 전수됨을 봅니다. 마리아뿐 아니라 엘리사벳의 빈자의 영성 역시 세례자 요한에게 전수되었듯이 말입니다. 새삼 어머니의 신앙과 영성이 자녀들에게 얼마나 결정적 영향을 주는지 깨닫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세속에 오염되거나 타락되지 않고 순수한 영혼으로 살게 하는 데 찬가의 힘은 얼마나 절대적인지요! 가난중에도 존엄한 품위를 견지할 수 있게 하는 찬가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 은총의 힘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우리가 바치는 아나뷤의 노래, 시편 성무일도가 그렇게도 고마운 것입니다. 

 

비록 영육이 가난하고 병들어 있어도 희망과 생명과 빛으로, 사랑과 신뢰로 가득 채우는 아나뷤의 찬가가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하고 격려하며 영적 부요와 건강의 삶을 살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엘리 사제를 통해 사무엘을 봉헌하는 한나 역시 전형적 아나뷤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전적 희망과 신뢰를 두었던 가난한 어머니요, 바로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예표가 됩니다. 다음 한나의 진솔한 고백이 그대로 아나뷤의 순수하고 굳센 신앙을 반영합니다.

 

“나리!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드린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

 

이런 어머니 한나에 그 아들 사무엘 예언자입니다. 자녀 교육에 어머니의 신앙과 영성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이어 어김없이 이어지는 아나뷤 한나의 찬가가 바로 화답송입니다. 그대로 한나의 찬가를 닮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성모님의 찬가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 하느님의 모습은 거의 혁명적입니다.

 

“배부른 자들은 양식을 얻으려 품을 팔고, 배고픈 이들은 더욱 굶주리지 않는다. 아이 못낳던 여자는 일곱을 낳고, 아들 많은 여자는 홀로 시들어 간다. 주님은 비천한 이를 땅바닥에서 일으켜 세우시고, 가난한 이를 잿더미에서 들어 높이시어, 존귀한 이들과 한자리에 앉히시며,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하게 하신다.”

 

당대 가난한 이들의 눈물겨운 소망을 한나의 입에 담아 하느님께 노래한 성서의 가난한 이들, 아나뷤임을 깨닫습니다. 마찬가지 예루살렘 모교회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소망을 마리아의 입에 담아 노래한 것입니다. 참으로 대림시기, 아나뷤의 신앙과 영성을 살 때입니다.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한 참으로 가난하고 겸손하고 순수한 삶입니다. 새삼 아나뷤의 빈자의 영성은 그대로 순교 영성의 모태가 됨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이렇게 우리 모두 아나뷤의 빈자의 영성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온전히 하느님께 신뢰와 희망을 둔 가난과 겸손, 순수의 영성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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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12.22 08:24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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