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9.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잠언31,10-13.19-20.30-31 1테살5,1-6 마태25,14-30



착하고 성실한 삶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적극적인 삶-


이제 교회 전례력도 연중 제33주일로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다음 주일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이고 연중 마지막 주일이 됩니다. 계절 역시 만추晩秋의 늦가을이지만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 몹시 추운날이 계속됩니다. 절로 우리의 인생을 셈해보게 됩니다. 이런면에서 오늘 탈렌트의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오늘 비유 역시 하늘 나라의 비유입니다. 언젠가의 하늘 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시작된 하늘 나라임을 비유는 알려 줍니다. 각자 주님께 받은 탈렌트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가 하늘 나라의 판별잣대 입니다.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각자 고유의 몫인 탈렌트입니다. 결코 주님께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할 일이 아닙니다. 주님은 나보다 더 잘 나를 아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받는 탈렌트는 무엇이고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요? 다섯 탈렌트 받은 이는 최선을 다해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고, 두 탈렌트 받은 이도 적극적으로 부지런히 일해서 두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주님이 보시는 것은 성취의 양이 아니라 성취의 질입니다. 주님은 더도 덜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 착하고 성실하게, 아름답게 사시는 삶을 바라십니다. 둘 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착하고 성실한 아름다운 하늘 나라의 삶을 살았습니다. 언젠가 우리도 받은 탈렌트를 셈해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주인님’을 ‘주님’으로 바꿉니다.


“주님, 저에게 다섯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다섯 탈렌트를 벌었습니다.”


새삼 우리 삶의 탈렌트는 선물이자 과제임을 깨닫습니다. 내것이 아닌 주님께 받은 선물이요 이를 사장死藏시키지 말고 최대한 활용해야 할 과제라는 것입니다. 실로 내것이 아닌 주님의 선물임을 깨달을 때 겸손과 감사의 마음이 일어날 것이며 깨어 책임을 다하려 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칭찬입니다.


“잘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님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우리의 성취는 주님께도 기쁨이 됩니다. 주신 탈렌트를 회수하지 않으시고 다시 내어 주시며 우리의 성취를 기뻐하면서 풍요한 삶을 살도록 격려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기쁨이 주님의 기쁨이요 우리의 행복이 주님의 행복이십니다. 참으로 순수한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두 탈렌트 받아 두 탈렌트를 더 번 이도 똑같은 주님의 칭찬을 받습니다. 


주님은 두 경우 다 성취의 양에 관계 없이 ‘작은 일’에 성실하였다 하십니다. 주님 눈에는 모두가 작은 일에 불과할 뿐이며 주님은 성취의 양이 아닌 성취의 질을, 삶의 자세를 보심을 깨닫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자리나 위치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하루하루 성실히 충실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십니다.


과연 여러분이 받은 탈렌트를 잘 활용하고 계신지요? 바로 이 거룩한 주일 미사시간은 일주 동안 우리가 받은 탈렌트를 셈해 드리는 시간입니다. 아니 정말 깨어있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매일 끝무렵 탈렌트를 주님께 셈해 드릴 것입니다. 


사실 이런 탈렌트에 대한 자각이 있을 때 저절로 깨어 착하고 성실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도대체 이런 이들에게 불평이나 불만이, 원망이나 절망이 있을 수 없습니다. 늘 자존감 높은 삶에 겸손과 감사, 기쁨과 평화가 뒤따를 것입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사는 이들이 진정 깨어있는 이들이요 빛의 자녀이자 낮의 자녀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격려가 이런 착하고 성실한 이들에게 그대로 어울립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어둠 속에 있지 않으므로, 그 날이 여러분을 도둑처럼 덮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이며 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한 것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들지 말고,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도록 합시다.”


이렇게 잠들지 않고, 깨어 맑은 정신으로 착하게 성실한 삶을 살 때 구원의 기쁨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의 영원한 삶을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살 때 후회할 것 없는 과거요 두려울 것 없는 미래이기에 참으로 자유롭고 행복한 영원한 현재의 삶입니다. 


어제는 오늘로 오늘은 내일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과거가 되고 미래는 오늘이 되니 하루하루 탈렌트를 잘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이처럼 삶에는 우연도 없고 도약이나 비약도 없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하루하루 깨어 착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제일입니다. 


바로 이런 이들의 전형적 모범이 잠언집 끝부분의 훌륭한 아내입니다. 훌륭한 아내는 바로 지혜를 인격화한 것이요 우리 모두가 귀감으로 삼아야 할 모습입니다. 정말 착하고 성실한 이들은 이처럼 지혜롭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이들입니다. 잠언 마지막 31장 10-31절 까지 ‘훌륭한 아내’에 대한 글이 너무 아름다워 일부 인용합니다. 


“훌륭한 아내를 누가 얻으리오? 그 가치는 산호보다도 높다.---그 아내는 허리를 단단히 동이고 힘센 팔로 일을 하며, 벌이가 좋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밤에도 등불을 끄지 않는다. 한 손으로는 물레질을 하고 다른 손으로는 실을 잣는다. 가난한 이에게 손을 펼치고 불쌍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 준다.


힘과 위엄이 그 아내의 옷, 앞날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입을 열면 지혜이고 자상한 가르침이 그 입술에 배어 있다. 집안 일을 두루 보살피고 놀고 먹는 일이 없다. 아들들이 일어나 그를 기리고 남편도 그를 칭송한다. 우아함은 거짓이고 아름다움은 헛것이지만 주님을 경외하는 여인은 칭송을 받는다.”


참으로 하느님을 경외하고 이웃을 사랑한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여인입니다. 이런 경천애인의 삶이 바로 탈렌트를 잘 활용한 착하고 성실한 삶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이 그대로 이들을 지칭합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 그분의 길을 걷는 모든 사람! 네 손으로 벌어 네가 먹으리니, 너는 행복하여라, 너는 복을 받으리라.---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은 이렇듯 복을 받으리라.”


빛과 어둠의 대조처럼 마음 아프게 와 닿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 하나를 잊어선 안됩니다. 흡사 바오로 사도가 말한 어둠에 속한 사람같고 잠들어 있는 사람같습니다. 참 소심하고 의심많고 두려움이 많은 참 불쌍한 사람입니다. 주님께 대한 신뢰가 전적으로 결핍된 참 자존감 낮고 열등감 많은 사람같습니다. 바로 한 탈렌트 받은 사람입니다. 선물 받은 한 탈렌트를 그대로 주님께 드릴 때의 주님의 반응이 또 충격입니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저자에게서 그 한 탈렌트를 빼앗아 열 탈렌트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그리고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스스로 자초한 화입니다. 다시 번복할 수 없는 인생입니다. 살아있을 때 깨어 착하고 성실하게 살라는 충격요법의 깨우침을 주는 한 탈렌트 받은 이의 삶입니다. 복음의 취지에서 벗어납니다만 이런 묵상도 해 봅니다. 한 탈렌트 받은 이의 결과가 너무 불쌍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쓸모 없는 종의 삶을 살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과연 이런 모습을 다섯 탈렌트 벌어, 또 두 탈렌트를 벌어 주님께 칭찬 받았던 종들이 목격했다면 동료종의 불행에 과연 이들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과연 이들에게 책임은 없을까요? 정말 주님께서 이들의 어쩔 수 없는 내적 현실을 알았더라면 이처럼 냉혹할 수 있을까요? 하는 생각이 뒤늦게 일어납니다. 살다보면 자신의 처지에 절망하여 복음의 한 탈렌트 받은 이의 모습처럼 자포자기의 삶을 사는 이들도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복음의 본 취지에서 벗어난 묵상이고, 각자 주어진 선물이자 과제인 인생, 깨어 착하게 성실하게 살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한 탈렌트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주님께 대한 철석같은 희망과 신뢰로 한 탈렌트라도 벌려는 눈물 겨운 노력을 하라는 것이며, 할 수 있다면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이웃이 되라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런 이들의 선전善戰을 더 고마워하며 기뻐할 것입니다. 


과연 나는 어느쪽에 속합니까? 쏜살같이 지나는, 강물처럼 흐르는 인생입니다. 주님의 집에 귀가歸家할 죽음의 시간도 점점 가까워집니다. 귀가하자마자 우리 모두 받은 탈렌트를 주님께 셈바쳐야 합니다. 아직 살아있는 동안 하루하루 받은 탈렌트를 잘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깨어 받은 탈렌트를 잘 활용하며 착하고 성실한 아름다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미사때 마다 주님의 칭찬을 듣기 바랍니다.


“잘 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님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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