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4. 목요일 성 요한 사제 학자(1542-1591) 기념일

                                                                                                                이사41,13-20 마태11,1-15



                                                            어떻게 하늘 나라를 지킬 것인가?

                                                                           -주님과 함께-



가장 큰 적은 내면의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이 영성생활의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누구나의 원초적 정서가 두려움입니다. 흡사 이런저런 안팎의 두려움에 에워싸여 살아가는 사람들 같습니다. 우리 수도원 십자로 중앙 예수님 부활상 아래 돌판에도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예수님 말씀이 새겨져 있습니다. 오늘 희망의 예언자 이사야가 우리를 격려하며 ‘두려워하지 마라’ 연거푸 말씀하십니다.


“나 주님이 너의 하느님, 내가 네 오른손을 붙잡아 주고 있다. 나는 너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두려워하지 마라.---내가 너를 도와 주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이 너의 구원자이다.”


성경에는 ‘두려워하지 마라’는 주님 말씀이 무려 365회 나온다 합니다. 날마다 우리를 '두려워하지 마라' 격려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 뒤에는 어김없이 ‘내가 너와 함께있다’라는 말씀이 뒤따릅니다. 제가 고백성사 보속 처방전 말씀으로 가장 많이 써드리는 말씀중 하나도 이사야서 말씀입니다.


“두려워 마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 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제가 이 말씀을 잊지 못하는 것은 제 여섯째 숙부님이 임종전 1주일 정도 이 말씀을 마음에 되새기며 죽음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약속이 고무적입니다.


“나 주님이 응답하고 나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리라. 나는 벌거숭이산들 위에 강물이, 골짜기들 가운데에 샘물이 솟아나게 하리라. 광야를 못으로, 메마른 땅을 수원지로 만들리라.”


주님과 함께 할 때 풍요로운 내외적 삶입니다. 우리가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어떻게 하늘 나라를 지킬 것인가?”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답은 “주님과 함께”입니다. '주님과 함께'가 두려움에 대한 근원적 대책입니다. 주님과 함께 할 때 하늘나라의 실현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바로 복음이 답을 줍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 그러나 하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오늘 지금 여기서 시작된 하늘 나라입니다. 그러니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우리일지라도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크다는 놀라운 말씀입니다. 주석은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하늘 나라, 곧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과 함께 시작한다. 세례자 요한은 그 입구에 서있다. 그래서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인 우리들, 그리고 요한 사이에는 일종의 단절, 일종의 근원적인 새로움이 있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과는 달리 파스카의 예수님과 함께 하늘 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며칠전 읽은 어느 자매님의 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여기 나오는 장신부님은 제 대구 가대 동창신부로 지금은 안식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장신부님은 미사강론에 이곳에서 행복하게 사랑하며 사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 하늘 나라이니 여기서 잘 살라고, 이왕이면 잘 살다 떠나는 우리의 ‘뒷모습’을 멋지게 보여주자고, 지금 여기서도 소리 없는 고생으로 밥하고 설거지하는 여인들의 모습은 뒷모습이라고, 논에서 쟁기질하는 아버지, 밭에서 호미질하는 어머니 모습도 늘 뒷모습이었다고 하셨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를 떠올리며 한 해를 넘기면서 나는 어떤 뒷모습을 주위 사람들에게 남기며 떠나는 중인지 돌아보게 하는 강론이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참 의미심장한 인용문입니다. 여기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게 하늘나라란 말은 바로 오늘 여기서 시작된 하늘 나라임을 깨닫게 합니다. ‘뒷모습’이 아름답고 좋은 사람들이 바로 하늘 나라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앞모습보다도 뒷모습이 진한 감동을 줍니다. 그래서 길가다가 인상적인 사람을 만나면 순간 뒤돌아 서서 뒷모습을 바라다 보는 지도 모릅니다. 뒷모습하면 떠오르는 튀임후의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모습입니다. 얼마전 피정지도 강사님의 말씀이 긴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교황님은 사임전 일체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만류로 인해 사임이 쉽지 않았음을 직감하셨기 때문입니다. 퇴임후로도 자기의 거처를 교황청 내의 숙소로 자기를 유폐시킴으로 현임 교황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셨고 일체의 스캔들을 미연에 방지했습니다. 전에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교황님의 책도 읽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라는 요지의 언급이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성인다운 뒷모습인지요. 살 때의 앞모습보다 떠날 때의 뒷모습이 백배나 중요하고 깊은 감동을 줍니다. 오늘 가념하는 십자가의 성 요한은 물로 성인들의 공통적 특징은 뒷모습이 한결같이 아름답고 거룩하다는 것입니다. 이형기 시인의 싯귀처럼 진정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임종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뒷모습입니다.


이미 뒷모습이 아름다운 겸손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가 하늘 나라입니다. 함께 하는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을 닮아갈 때 아름다운 뒷모습의 사람들이됩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해 왔습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나라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바로 여기서 기인하는 영적전쟁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도, 예수님의 죽음도 이런 폭력의 결과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하늘나라가 여전히 건재할 수 있음은 무수한 순교성인들이 하늘나라를 지켜낸 공덕임을 깨닫습니다. 귀있는 사람은 알아들어야 합니다.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있는 엘리야다. 귀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예수님은 요한의 뒷모습에서 엘리야의 뒷모습을 발견하셨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귀있는 사람은 알아들으라는 것입니다. 하늘나라는 여전히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세상 끝날 때 까지 계속되는 폭력의 세력과의 영적전투입니다. 


이런 어둠의 세력에 대한 최상의 무기가 주님과 함께하는 겸손입니다. 아름다운 뒷모습의 겸손입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주님을 따르는 뒷모습보다 더 감동적인,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은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날로 온유하고 겸손하신 당신의 뒷모습을 닮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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