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15. 연중 제15주일                                                                            아모7,12-15 에페1,3-14 마르6,7-13



누가 참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인가?

-성소聖召에 충실한 사람-



우리는 방금 화답송 후렴을 흥겹게 노래했습니다. “주여, 우리에게 자비를 보이소서. 또한 우리에게 구원을 주소서.” 저에겐 ‘우리 각자 제자리에서 잘 살게 해 달라.’는 청원으로 들립니다. 얼마전 읽은 글귀도 잊지 못합니다.


“완벽한 건강은 없다, 과도한 절망이 문제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가 환자가 될 사람이다. 아프면 수긍하고 고쳐나가고 개선해 나가고 그렇게 대응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참 공감이 가는 말마디입니다. ‘건강’대신 ‘삶’을, ‘일’을 넣어, ‘완벽한 삶은 없다. 과도한 절망이 문제다.’, ‘완벽한 일은 없다. 과도한 절망이 문제다.’로 바꿔 말해도 그대로 통합니다. 배밭 재봉지 싸는 자매들 역시 완벽하게 배봉지를 싼 것 같았는데 빼놓은 배들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과도한 절망없이 각자 하느님 불러주신 제자리에서 제사명에 충실하면 충분합니다. ‘누가 참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입니까? 성소聖召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수도원에는 여러 마리의 개와 고양이도 함께 삽니다. 외관상 걱정없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과 집집승과는 다릅니다. 고양이와 개들은 ‘생각없이’, ‘의식없이’, ‘영혼없이’, ‘의미없이’ ‘자각自覺없이’ 그냥 잘도 살아갑니다. 어쩌면 사람도 육적 욕망만 채우면서 이렇게 본능대로 살아갈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정말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생각하면서 의식하면서 의미있는 삶, 영적 삶을 추구할 것입니다. 한 번뿐이 없는 삶, 하느님 불러 주신 각자 삶의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참나’를 살아가는 이들이 참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은 지위도 자리도 재산도 재능도 지식도 보지 않습니다. 각자 불러주신 제자리에서 충실히 책임을 다하는 모습만 보시고, 이런 이들을 신뢰하시며 사랑하십니다. 오늘은 농민주일입니다. 농민주일을 맞이하여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의 담화문도 구구절절 공감이 갔습니다.


강주교는 “농민들은 이 땅에서 생명을 심고 지키는 사도들”이며, “이 생명의 수호자들에게 우리는 기도와 힘을 보태야 하며, 농부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닮아 세상 안에 생명을 심는 농민들에게 주님의 은총과 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라며 담화문을 끝맺습니다.


농부를 지칭해 ‘생명의 사도들’, ‘생명의 수호자들’이라는 표현이 참 신선했습니다. 세상 어느 직업의 사람들에게 이런 칭호를 붙여줍니까? 예수님의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라는 고백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농부로 살다가 하느님께 불림받은 제1독서의 아모스 예언자의 모습은 얼마나 위풍당당한지요.


“나는 예언자도 아니고 예언자의 제자도 아니다. 나는 그저 가축을 키우고 돌무화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님께서 양떼를 몰고 가는 나를 붙잡으셨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내 백성 이스라엘에게 예언하여라.”


이렇게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제자리에서 받은 사명을 충실히 실천하며 ‘참나’를 사는 이들이 실로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에는 ‘참나’를 잊고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시간 탕진하며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사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마침 이번 주일 가톨릭평화신문 12면을 가득 채운 우리 분도수도자들의 대선배 사제서품 60주년을 맞이한 왜관수도원의 초대 오도 하스 아빠스(87)에 대한 인터뷰 기사중 특히 다음 대목이 감동적이었습니다.


“1971년 2월 초대 아빠스 사임 즉시 후임인 한국인 아빠스가 자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한국을 떠났다. 일본 성 요한 수도원에서 10년간 있었고, 1981년부터 필리핀 민다나오섬 남쪽에 디고스 수도원을 설립해 20여년 생활했다. 2004년 한국에 와서 1년간 살다가 로마 성 바오로 수도원에 파견되어 고해사제로 생활하다 이후 1년간 대만 수녀원에서 1년 지도신부로 지내다, 2009년 내 첫사랑인 왜관수도원에 돌아와 살고 있다.”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그때 그자리에서 충실히 사명을 다한 아빠스의 파란만장한 ‘순종의 여정’, ‘믿음의 여정’이 참 아름답습니다. 누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입니까? 바로 아모스 예언자같은, 오도 하스 아빠스같은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그자리에서 충실히 사명을 다하며 ‘참나’를 사는 분들입니다. 이런 각자의 성소에 충실한 분들의 특징이 오늘 말씀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첫째, 늘 하느님께 감사의 찬미를 드리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우선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가 바로 우선 순위를 말합니다. 하느님과의 일치의 관상에서 흘러나오는 활동이 바른 순서입니다. 파견 선교에 앞서 하느님과의 일치가 우선입니다. 아니 우리 분도수도자들에겐 ‘전례’가 ‘선교’가 되기도 합니다.


믿는 이들에게 찬미의 기쁨을 능가할 수 있는 기쁨은 없습니다. 주님을 끊임없이 찬미하는 것이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의 참행복이요 첫째 의무입니다. 감사의 찬미를 통해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 위로와 치유요 기쁨과 평화의 선물입니다.


오늘 제2독서의 찬미가 참 아름답고 장엄합니다. 무한한 영적의미의 보물창고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은혜로운 신원이 잘 드러납니다. 주어는 온통 하느님이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이 넘치도록 풍부합니다. 


오늘 제2독서 에페소서 1장 3절에서 14절까지는 그리스어로 한문장입니다. 그야말로 숨을 멈추지 않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베풀어진 은총을 찬양합니다. 우리는 매주 월요일 저녁 성무일도때 마다 에페소서(1,3-10) 찬미가를 노래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 찬미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축복의 사랑입니다. 찬미의 은총이 날로 성소에 충실하게 합니다.


둘째, 자발적 가난을 택한 사람들입니다.

찬미의 관상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웃에 파견되는 우리들입니다. 하느님 안에 내적으로 정주하되 끊임없이 떠나 예수님을 따르는 성소자들입니다. 소유가 아닌 존재를, 부수적이 아닌 본질적 삶을 사는 이들에게 자발적 가난은 필수입니다. 


불러주신 하느님께서 내외적으로 보이지 않는 보물로 가득 채워 주셨기에 이런 자발적 가난입니다. 역설적으로 살아있는 참보물 하느님을 모셨기에 진정 내적 부요의 행복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행복선언 1항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6,2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 역시 제자들을 당신의 능력으로 가득 채워 주신 후, 둘씩 짝지어 파견하십니다. 최소한도의 소유물입니다. 참으로 가벼운 옷차림에 홀가분한 마음이 부럽습니다.


하여 주님은 제자들에게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가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온전한 이탈의 무욕의 자유로운 삶을 통해 하느님의 도구로서 사명을 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하느님의 일에, 불러 주신 성소에 충실한 자들이 굶어 죽는 일은 없습니다. 


어디에 머물든지 제자들은 의식주에 초연하며 민폐를 끼치지 말라 하십니다. 또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착하지 말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물처럼 지체없이 훌훌 떠나라 하십니다. 참으로 무엇에도 매이지 않은 내적으로 참 자유로운 사도들의 삶이자 우리의 소망이자 꿈이기도 합니다.



셋째, 복음 선포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복음의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합니다. 복음선포는 회개선포로 이어집니다. 떠남의 목적이 드러납니다. 하늘나라의 선포요 회개의 선포입니다. 회개가 우선입니다. 하여 이 거룩한 미사도 군더더기 없이 참회를 통해 죄의 용서부터 받고 시작합니다.


회개할 때 겸손입니다. 회개와 겸손은 한셋트입니다. 회개없이는 겸손도 은총도 없습니다. 회개의 메타노이아가 있어 친교의 코이노니아가 있고 디아코니아의 봉사가 있습니다. 우선순위의 첫째에 자리하고 있는 회개입니다.


회개의 선포와 더불어 제자들은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줍니다. 바로 회개의 열매가 이런 치유은총입니다. 회개의 선포에 앞서 선포자의 회개가 먼저입니다. 하여 성소자들에게 필히 요구되는 바 끊임없는 회개와 기도입니다. 이래야 주님을 닮아 각자 파견받은 삶의 제자리에서 ‘선포자’와 ‘치유자’로 살 수 있습니다. 


누가 과연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입니까? 주님은 오늘 연중 제15주일 답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각자 하느님 불러 주신 성소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하느님 불러 주신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받은 사명을 충실히 실천하며 ‘참나’를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구체적으로 1.늘 감사의 찬미를 드리는 사람들, 3.자발적 가난을 택한 사람들, 3.복음선포에 충실한 사람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끝으로 자작 좌우명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첫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定住)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살다보니 1년생 작은 나무가 

이제는 30년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아멘.


  • ?
    안젤로 2018.07.15 08:22
    주님 오늘 말씀을 통하여 저희가 하느님이 불러 주신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받은 사명을 충실히 실천하며 ‘참나’를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 ?
    오늘사랑 2018.07.16 01:1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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