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1요한5,14-21 요한3,22-30

 

 

 

작아지기(비움)의 여정

-참 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

 

 

 

참 행복은 어디 있을까요? 오늘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참으로 작아지기의 여정에, 비움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한 거기 그 자리가 영원한 생명의 참 행복의 자리입니다. 텅 빈 충만의 기쁨에 행복입니다. 

 

어제는 겨울속의 봄처럼 포근한 날씨에 빈 나무 가지들 사이로 환히 드러난 하늘과 산이 참 투명하고 아름다웠습니다. 하여 사랑하는 여러분들에게 하늘길 배경의 하늘과 불암산을 찍어 전송했습니다. 아주 예전 겨울에 써놨던 시가 지금도 공감이 갑니다. 

 

-“누가 겨울 나무들 가난하다 하는가

나무마다 푸른 하늘 가득하고

가지마다 빛나는 별들 가득 달린 나무들인데

누가 겨울 나무들 가난하다 하는가”-1998.11.21

 

나뭇가지들 비움의 자리에 가득한 푸른 하늘입니다. 온갖 나뭇잎들 다 떠나 보내고 빈 가지들의 본질로 남으니 말 그대로 텅 빈 충만의 행복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승들이 좋아하는 겨울산, 겨울나무들입니다.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비우면 비울수록 투명히 드러나는 영원한 생명의 주님이십니다. 

 

얼마전 수녀원에서 강론이 없던 평일 미사때의 참신한 체험을 잊지 못합니다. 때로는 자기로 가득한 군더더기 긴 강론들이 주님을 가려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론이 없으니 미사가, 사제가, 말씀이, 즉 주님만이 투명히 드러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참으로 미사 자체가, 사제의 삶 자체가, 침묵 자체가, 푸른 하늘을 환히 드러내는 텅 빈 겨울 나무들처럼 주님을 환히 드러내는 참 좋은 강론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 좋은 삶이나 참 좋은 강론은 그 자체가 주님을 환히 드러내는 삶이요 강론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이 그 모범입니다. 참으로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과의 관계가 참 아름답습니다. 예수님의 소식을 들은 세례자 요한의 겸손한 반응이 감동적입니다. 일체의 질투심이나 경쟁 의식이 없습니다. 빈 겨울 나무들을 통해 환히 드러난 푸른 하늘처럼, 텅 빈 무욕의 세례자 요한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예수님입니다.

 

-“하늘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신부를 차지하는 이는 신랑이다. 신랑 친구는 신랑의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세례자 요한의 이런 깨달음 역시 은총의 선물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자기 비움의 겸손이 참 아름답습니다. 세례자 요한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영원한 생명의 주님 때문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알아 갈수록 비움의 여정, 작아지기의 여정, 겸손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오늘 복음의 백미입니다. 비단 세례자 요한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사랑하는 모든 구도여정중의 수행자들인 우리들의 고백입니다. 작아지기의 여정, 비움의 여정, 겸손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텅 빈 충만의 기쁨과 행복에 참 아름다운 삶입니다. 주님만이 환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작아지기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을까요? 답은 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을 열렬히 항구히 충실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이런 아름다우신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모실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자기 비움의, 작아지기의 여정입니다. 요한 사도의 고백이 참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오시어 우리에게 참되신 분을 알도록 이해력을 주신 것도 압니다. 우리는 참되신 분 안에 있고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이분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십니다. 우상을 멀리 하십시오.”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이런 우리들은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들로 아무런 죄도 짓지 않습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나신 분께서 우리들을 지켜 주시어 악마가 손을 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님을 삶의 중심에 모실 때 저절로 우상도 멀리하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을 사랑하여 삶의 중심에 모시고 있기에 가능한 작아지기의 여정이자 비움의 겸손한 여정이요, 이런 여정을 통해 투명히, 환히 참으로 아름답게 드러나는 영원한 생명의 주님이십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믿는 이들이 추구해야 할 유일한 영적 여정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겸손한 작아지기의, 비움의 아름다운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께 노래하여라, 새로운 노래. 주님은 당신 백성을 좋아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구원하여 높이신다.”(시편149,1.4). 아멘.

 

  • ?
    고안젤로 2020.01.11 09:07
    사랑하는 주님,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을 사랑하여
    삶의 중심에 모실수 있도록
    비움의 겸손여정을 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32 소통疏通의 대가大家-2015.7.7. 연중 제1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7 204
3231 영적(내적)성장의 삶-2015.7.8.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8 216
3230 누가 '하느님의 사람'인가?-2015.7.9.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9 224
3229 하느님 중심中心의 삶 -하루하루 살았습니다-2015.7.10.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07.10 553
3228 성 베네딕도는 누구인가?-2015.7.11. 토요일 유럽의 수호자 사부 성 베네딕도 아빠스(480-54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7.11 332
3227 회개의 삶 -자유의 길-2015.7.12. 연중 제15주일 프란치스코 2015.07.12 257
3226 주님께 합당한 사람-2015.7.13.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07.13 199
3225 회개의 일상화-2015.7.14.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07.14 233
3224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2015.7.15. 수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17-127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7.15 287
3223 환대의 품-2015.7.16.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07.16 215
3222 사랑의 기적 -파스카 축제-2015.7.17. 연중 제15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07.17 347
3221 탈출(脫出;Exodus)의 여정 -파스카의 삶-2015.7.18.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07.18 255
3220 자유인-2015.7.19.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프란치스코 2015.07.19 358
3219 신비감각의 회복-2015.7.20. 연중 제1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07.20 186
3218 삶은 축제다 -파스카 축제 공동체-2015.7.21.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07.21 373
3217 사랑의 중심 -파스카의 주님-2015.7.22.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7.22 407
3216 속도速度보다는 하느님 방향方向이다 -아름다운 삶-2015.7.23.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07.23 207
3215 말씀의 깨달음-깨달음 예찬-2015.7.24.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07.24 168
3214 섬김의 사랑, 구원의 사랑-2015.7.25. 토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15.07.25 222
3213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2015.7.26. 연중 제17주일 프란치스코 2015.07.26 277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