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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24.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코헬렛11,9-12,8 루카9,43ㄴ-45


                                                    내 귀가歸家 준비를 위한 구원의 임종어臨終語는?


“다 이루어졌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임종어입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순교 직전 스테파노의 임종어입니다. 이밖에도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을 요약하는 유언과도 같은 임종어를 가끔 발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임종어입니다.


불교의 고승들에게는 죽음을 맞이해 남기는 열반송涅槃頌이 있습니다. 처음 깨달음을 전하는 오도송悟道頌과 더불어 그 고결한 삶을 요약하는 열반송입니다. 당대 최고의 고승 성철스님의 널리 회자되었단 열반송입니다.


“한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에 가득한 죄업이 수미산을 지나간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지니 한이 만 갈래나 되는데

태양이 붉은 빛을 토하면서 푸른 산에 걸렸구나.”


나름대로 깊은 회한과 더불어 구원의 기쁨을 노래한 시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내 유언과도 같은 임종어는 무엇이 될까요? 역시 묘비명墓碑銘처러 자주 생각해 봐야 할 내 임종어입니다. 전 삶을 요약하는 좌우명座右銘과도 같은 내 임종어臨終語를 염두에 두고 산다면 그 삶은 더욱 그윽하고 깊어질 것입니다. 수차례 인용했던 부인에게 남긴 어느 남편의 임종어도 생각납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모든 앙금은 눈녹듯 사라지고 남편 사후에 더욱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는 구원의 임종어가 되었다는 자매의 고백입니다. 마지막 선종을 맞이하면서 남긴 이런 임종어보다 남은 이들에게 좋은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알렐루야, 아멘.”

이렇게 '알렐루야' 하느님 찬미로 살다가, '아멘' 하느님 감사로 끝맺는 인생의, ‘알렐루야, 아멘’ 임종어라면 참 환상적일 것입니다.


오늘로서 제1독서의 코헬렛은 끝납니다. 허무로서 시작하여 허무로 끝나는 코헬렛입니다.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수차례 언급합니다만 결국은 허무로 끝납니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순간 저에겐 이 말이 코헬렛의 임종어로 들렸습니다. 얼마나 골수에 깊에 스며든 허무라는 영혼의 질병인지요. 이런 임종어라면 남은 이들에게 주는 부정적 충격은 참으로 클 것입니다. 이젠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참으로 품위있는 노년은 물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도 코헬렛의 지혜는 깊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젊음의 날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불행의 날들이 닥치기 전에, ‘이런 시절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하고 말할 때가 오기 전에. 해와 달과 별들이 어두워지고 비 온 뒤 구름이 다시 몰려오기 전에 그분을 기억하여라.”


“은사슬이 끊어지고, 금 그릇이 깨어지며, 샘에서 물동이가 부서지고, 우물에서 도르래가 깨어지기 전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여라.”


노년의 비참한 삶에 대한 상징적 표현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입니다.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특히 여기 요셉수도원에 오랫동안 정주하다 보니 흐르는 세월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마음은 청춘 같은데 몸은 서서히 노쇠해 갑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창조주 하느님을 기억하며 죽음을 준비하며 사는 것이 지혜중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창조주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부족합니다. 간절히 끊임없이 기도해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코헬렛에게는 기도가 빠졌습니다. 하느님과의 살아있는 친교인 기도가 없습니다. 기도하는 신학자라기 보다는 사변적인 철학자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코헬렛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살아계신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이 없으면 허무의 질병은 피할 수 없습니다.


코헬렛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복음의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이야말로 기도의 사람, 늘 아버지와 깊은 친교중에 사신 분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어 두 번째 수난과 부활의 예고(루카9,43-45)에 안절부절 두려워하는 제자들입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 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을뿐 아니라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했다 합니다. 바로 제자들의 믿음 부족을 반영합니다. 예수님의 담담한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바로 이에 앞서 예수님의 신비로운 변모체험(루카9,28-36)이 있었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산 위에서 기도중에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한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예수님의 기도와 하느님 체험을 통한 하느님과 일치의 삶이 바로 초연한 삶의 원천原泉임을 깨닫습니다.


기도를 통한 주님과 일치의 삶만이 허무에 대한, 노년과 죽음의 귀가歸家 준비를 위한 유일한 대안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마음속 허무의 어둠을 말끔히 몰아내시고,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며, 살아계신 주님과의 일치를 날로 깊게 하십니다.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예수님은 죽음을 없애시고, 복음으로 생명을 환히 보여 주셨네.”(2티모1,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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