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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8.31.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1코린1,17-25 마태25,1-13



슬기로운 삶

-주님과 앎의 깊이-



요즘 마태복음 말씀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어제 ‘깨어 있어라’로 주제로, ‘청지기 종의 비유가’ 나왔는데, 오늘은 그 연장선으로 25장의 ‘열처녀의 비유’가 나오고 내일은 ‘탈렌트의 비유’가 나옵니다. 모두 깨어 살 것을 촉구하는 절박성을 띠는 하늘 나라 비유입니다.


종말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습니다. 매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한 번 뿐인 삶을 깨어 최선을 다해 살라는 말씀입니다. 종말을 죽음으로 바꿔 이해하면 더 마음에 와 닿을 것입니다. 주님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듯 우리의 죽음도 그러합니다.


하여 저는 오늘 강론 제목을 죽음을 앞둔 아버지 집으로의 ‘歸家준비’로 할까 생각하다가 ‘슬기로운 삶-주님과 앎의 깊이-’로 정했습니다. 오늘 복음을 대할 때면 서울 분도 수녀원의 주보 성녀인 신비가 젤투르다의 임종어가 생각납니다. 


임종전 성녀의 마지막 말마디가,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자!” 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처녀처럼 오매불망寤寐不忘 주님을 깨어 기리다가 복된 선종의 죽음을 맞이한 성녀임이 분명합니다.


오늘 열처녀의 비유는 하늘 나라의 비유입니다. 

정답게 펼쳐지는 오늘 복음의 하늘 나라의 열처녀 비유입니다. 예수님이야 말로 타고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대가입니다.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지니고 신랑을 맞으로 나간 열처녀에 비길 수 있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멀리 있는 하늘 나라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깨어 준비하며 살아내야 할 하늘 나라가 바로 열처녀 비유의 가르침입니다. 흡사 저마다 등을 지니고 주님을 맞이하기위해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에 대한 묘사처럼 들립니다. 과연 여러분의 등에는 기름이 가득차 있습니까?


오늘 비유 내용은 마태복음 산상수훈이 끝나는 마지막 결론부의 ‘집짓는 사람들의 비유’의 다음 묘사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주님 앞에, 모래 위의 집같은 사상누각의 날림 공사 인생집은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어리석은 처녀 다섯의 삶이 이러했습니다. 선행의 기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입니다.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당당히 하늘 나라 잔치에 입장했는데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좌절되었습니다. 


각자 평생 살아 온 고유의 기름이란 선행들이기에 애당초 타인들에게 빌려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 인생 내 어깨에 지고 책임적 인생을 살았어야할 어리석은 처녀들로 상징되는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하늘 나라 입장에 요행의 벼락치기 공부는 소용없습니다. 다만 평생수행의 평생공부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래서 죽음 준비를 저는 귀가준비라 일컫곤 합니다.


깨어 준비하고 있던 슬기로운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하늘 나라 혼인 잔치에 입장했고 문은 닫혔습니다. 어리석은 처녀들과 주님의 대화가 우리에게 크나큰 깨우침을 줍니다. 


“주님, 주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저는 '주인님'을 '주님'으로 바꿨습니다. 하늘 나라 문은 닫혔고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나는 너희를 모른다’, 어리석은 처녀들의 절망감은 얼마나 컸을까요. 주님을 잊고 생각없이 막 살다가 죽음을 앞뒀을 때 이런 심경의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니 살아있음이 축복이요 기회입니다. 주님과 사랑의 관계를 깊이하며 선행의 기름을 부단히 비축하라 주신 기회입니다. 우리의 경각심警覺心을 일깨우는 복음의 결론같은 말씀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종말의 그 날, 그 시간만 아니라 각자 죽음의 그 날, 그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선행보다 더 본질적인 우선순위를 발견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 덕분입니다. 선행에 앞서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과 앎의 관계를 부단히 깊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원은 많은 선행에 달린 것이 아니라 주님과 사랑의 앎의 깊이에 달렸습니다. 바로 이것이 본질적인 것입니다. 


주님을 잊은 선행이 아니라 주님과 사랑의 앎의 깊이에서 저절로 실천되는 선행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 사랑의 관상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선행의 활동들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께 대한 바오로의 사랑이 바로 그 답입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과 앎의 깊이에 비례하는 슬기로운 삶입니다. 이런 주님과 일치된 슬기로운 이들이 행하는 모든 일들은 구원의 선행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날로 주님이신 당신과 사랑의 일치를 깊이해 주시어 우리 모두 깨어 슬기로운 삶을 살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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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8.31 08:38
    주님을 잊은 선행이 아니라
    주님과 사랑의 앎의 깊이에서 저절로 실천되는 선행이어야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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