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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19.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사도28,16-20.30-31 요한21,20-25



공동체의 풍요로움

-다 자기 색깔과 향기로 살면 된다-



공동체의 풍요로움, 조화의 아름다움입니다.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 그만의 크기, 모양, 색깔, 향기를 지닙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주님을 따르지만 그 길은 다 다릅니다. 같은 공동체내에 살면서 예수님을 따르지만 모두 각각 자기 고유의 길을 갑니다. 모두 주님을 따르지만 그 길은 사람 숫자 만큼 많습니다. 주님을 따라갈 때 주님을 닮아가면서 각자 고유의 얼굴을 지니게 됩니다. 얼마전 특강후 나눈 대화중 두 자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생각납니다.


“저는 교회내 봉사활동을 잘 못합니다.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괜히 위축되고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고 됩니다.”


질문에 즉시 다음과 같은 요지로 말씀드렸습니다.


“아, 자책하실 것 없습니다. 이웃과 비교할 것도 부러워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똑같은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를 모방할 것 없이 예수님을 사랑하고 자매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매님 색깔대로, 향기대로 살면 됩니다.”


이어 한 분이 질문했습니다.


“저는 생각이 참 많습니다. 어떻게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역시 다음과 같은 요지의 짧은 대답을 드렸습니다.


“깨어 오늘 지금 여기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십시오,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어제나 내일의 일이 아닌 오늘 지금 여기서 하시는 일입니다. 일할 때는 일하고 기도할 때는 기도하고 먹을 때는 먹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대화 나눌 때는 대화 나누고 놀 때는 노십시오. 저절로 생각도 마음도 단순해 질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베드로의 산만한 생각을 바로 잡아 주십니다. 이웃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에서 본연의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십니다. 똑같이 예수님을 따르는 사도들이지만 수제자인 베드로와 애제자인 요한의 길은 다릅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수님의 즉각적 답변입니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바란다 할 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예수님은 단칼에 베드로의 분심을 정리해 주십니다. 영적안내자의 역할은 이런 것입니다. 다른 이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접고 네 일에나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각자의 몫과 역할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형제적 공동체를 위한 헌장같은 장에서 다음처럼 공동체의 원리를 밝히십니다.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고,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르지 말고 남에게 이롭다도 생각하는 것을 따를 것이며 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낼 것이다.”(성규72,4-8)


그러니 공동체 형제의 장점을 부러워하거나 질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부족함을 보완해 주고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기에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모두가 공동선을 목표로 할 때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하느님의 영광을 잘 반사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수도공동체 생활을 하면 할수록 수도형제들의 다름에 대해 감사하게 됩니다. 말 그대로 하나하나가 하느님이 보내 주신 선물들임을 깨닫습니다. 누구나 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하느님 고유의 선물들인 형제들입니다. 사실 각자 받은 장점들도 하느님 은총의 선물들이니 자랑한다면 자기가 아닌 하느님을 자랑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자각에서 자연스럽게 따르는 겸손입니다.


수제자 베드로는 주님을 따르다가 순교했지만 애제자 사도 요한은 장수를 누리며 요한복음을 썼으니 그 몫과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하여 미사전례시 베드로 축일에는 순교의 피를 상징하는 홍색 제의에 홍색 영대지만 사도 요한 축일에는 백색제의에 백색영대를 합니다. 애제자 요한에 대한 묘사입니다.


‘이 제자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한이 일찍 순교했다면 누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기록합니까? 사도 요한이 끝까지 남아 기록을 남겼기에 요한복음입니다. 똑같이 교회의 양대 기둥인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이지만 그 길은 완연히 달랐습니다. 


마침내 바오로의 로마 선교를 통해 이제 그리스도교의 복음은 당대 세상의 중심이라는 로마에서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묘사에서 보다시피 미미한 시작이었지만 앞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자기 고유의 몫과 역할을 다한 바오로 사도에 대한 묘사입니다. 


‘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


이로써 사도행전의 대단원은 막을 내리고 내일은 대망의 성령강림대축일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소개된 예수님 제자공동체의 베드로, 요한, 바오로 다 각자 자기의 길을 통해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세 분이 너무나 다르지만 누구보다 예수님을 닮은 분들입니다. 역설적으로 예수님을 닮을수록 제 고유의 색깔이요 향기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사람마다 크기, 모양, 색깔, 향기가 다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지요.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각자 고유의 색깔과 향기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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