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29.금요일
주님의 손님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1요한4,7-16 요한11,19-27
사랑의 환대
-환대의 집, 환대의 사람, 환대의 정주-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2,6)
찬미의 사랑, 찬미의 기쁨입니다. 주님을 찬미의 사랑으로 환대할 때 참기쁨, 참행복입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이 오늘 말씀과 참 잘 어울립니다. 오늘은 7월29일, ‘주님의 손님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입니다. 한 가족의 남매들이 모두 성인이니 말 그대로 성가정입니다.
재작년까지는 단지 ‘성녀 마르타 기념일“로 지냈지만 우리 자상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각별한 배려로 3남매 모두를 기리는 기념미사를 봉헌하게 되었고 교황청 경신성사성은 다음과 같이 해명합니다.
“주 예수님은 베타니아의 집에서 마르타와 마리아, 라자로의 가족 정신과 우애를 경험하셨고, 이런 까닭에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셨다고 말한다. 마르타는 예수님께 너그러이 환대를 베풀었고, 마리아는 주님의 말씀을 온순히 경청했으며, 라자로는 죽음을 굴복시키신 분의 명령으로 무덤에서 즉시 나왔다.”
아마도 예수님이 가장 많이 찾았던 집이 삼남매가 살았던 베타니아의 집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많이 사랑하셨고, 또 예수님을 지극한 사랑으로 가장 많이 환대했던 삼남매였음이 분명합니다. 이런 면에서 정주 수도원으로 세상을 향해 환대의 사랑으로 활짝 열려 있는 우리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은 그대로 베타니아의 집을 닮았습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환대를 실천하는 환대의 집에서 환대의 정주를 살아가는 환대의 사람인 우리 수도자입니다.
바로 요셉 수도원 배경의 불암산이 정주와 동시에 환대를, 환대의 정주를 상징합니다. 제가 34년 동안 정주하면서 날마다 한결같이 참 많이 바라본 불암산과 배경의 하늘입니다. 아주 오래전 써놓고 애송했던 ‘산처럼!’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
아버지 산 앞에서 서면
저절로 경건 겸허해져
모자를 벗는다
있음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살 수는 없을까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늘 행복할 수는 없을까
산처럼!”-2000.11.17
휴가를 잊고 산지 수십년입니다. 수도원 배경의 불암산처럼 깊고 넓은 머물 ‘환대의 품’이 없기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거기 그 자리에서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 환대의 불암산과 수도원은 그대로 사랑으로 환대하는 하느님을 닮았습니다. 참으로 주님의 환대의 사랑을 체험할수록 환대의 사람이 되어 이웃을 환대할 수 있습니다. 주님을 환대하듯 이웃을 환대합니다. 베네딕도 규칙도 이를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아들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분께서는 장차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 너희는 나를 맞아 주었다’라고 말씀하실 것이기 때문이다.”(성규53,1)
보이는 형제를 환대함으로 보이지 않는 주님을 환대합니다. 수도원 경내, 겨울 한철만 뻬놓고 끊임없이 폈다지는 온갖 야생화野生花와 꽃나무들 역시 하느님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제 집무실은 환대의 방이요, '환대는 꽃처럼’, 제 모토이기도 합니다. 요즘 들어 달맞이꽃 야생화가 한창입니다.
“아무도
심거나 씨뿌리지 않았어도
아무도
돌보거나 가꾸지 않았어도
때되니
자라나 피어나기 시작한
야생화
샛노란 청초한 달맞이꽃들
반갑다
고맙고 기쁘다”-2022.7.28.
어제 아침 반가이 환대하는 달맞이꽃을 보며 쓴 시입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주님 환대의 사랑으로 가득한 세상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언제나 우리를 환대하는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바로 주님 환대의 사랑이 잘 드러나는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우리를 환대의 사랑으로 맞이하는 주님이시며 우리 또한 환대의 사랑으로 주님을 맞이합니다. 주님의 환대와 우리의 환대가 만나 주님과 하나되는 참 복된 미사시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강조되는바, 끊임없이 선사되는 무사無私한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하느님의 아가페 사랑, 환대의 사랑입니다. 오늘 제1독서, 사랑이란 말마디가 무려 18회나 나옵니다. 길다 싶지만 많은 부문 인용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났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당신의 외아드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가 그분을 통하여 살게 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안에 머무르십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과의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사랑으로 일치할 때, 비로소 온전한 사랑, 온전한 사람입니다. 바로 이의 생생한 증거가 복음의 환대의 사랑이 몸에 밴 성녀 마르타, 성녀 마리아, 성 라자로 삼남매입니다.
마리아는 관상의 사랑으로 경청敬聽하며 주님을 환대하고, 마르타는 적극적인 활동의 사랑으로 주님을 환대하니 관상과 활동이 서로 조화를 이룹니다. 라자로 오빠가 죽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그를 살려내기 위해 곧장 베타니아의 집을 방문한 예수님과 마르타의 대화가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네 오빠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마지막 날, 부활 때에 다시 살아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
“예, 주님! 저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
그대로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대변하여 베드로처럼 마르타가 그 믿음을 고백합니다. 주님은 당신을 사랑으로 환대해준 마르타에게 당신을 환대함이 바로 ‘영원한 생명’의 구원임을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을 사랑으로 환대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님은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십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
그분을 경외하는 이에게는 아쉬움이 없으리라.
부자들도 궁색해져 굶주리게 되지만,
주님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것 뿐이리라.”(시편34;9,11).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