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6.부활 제4주간 토요일                                                               사도13,44-52 요한14,7-14

 

 

 

주님과 우정의 여정

-“그리스도는 우리의 희망이자 기쁨이요 미래이다”-

 

 

 

어제 수녀원 고백성사후 귀원중 지난 왜관 수도원에서 베네딕도회 수도자 모임시 참석하여 첵코 출신 토마시 할리크 신부의 강연을 들었던 수녀님의 언급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질의 응답중 체코의 공산치하에서 40년 이상 어떻게 신앙을 유지해왔느냐에 대한 신부의 응답입니다. 바로 왜관 수도원 성전 제대 위의 그리스도 십자가를 가리키면서,

 

"저분께 희망을 두었기에 살아 남았다!"

 

라는 고백입니다. 부활 삼종 기도중 감미로운 한대목, "하느님, 성자의 부활로 온 세상을 기쁘게 하셨으니" 란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그러니 그리스도는 우리의 희망이자 기쁨이요 미래임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 5월3일 베드로 광장에서 주중 수요일 일반 알현 시간 강론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헝가리 사목 방문중 얼마나 많은 겸허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뿌리들과의 결속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지 알게 되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뿌리들중 최우선의 뿌리들은 바로 성인들이라는 것입니다.

 

백성들을 위해 생명을 바친 성인들이요, 사랑의 복음의 증거자들인 성인들이요, 어둠의 시대에 빛들이 되었던 성인들이라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바로 우리의 뿌리들인 과거의 성인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그리스도는 우리의 미래”임을 기억하면서 패배주의의 위험과 내일의 두려움을 극복할 것을 간곡히 타이르고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희망이자 기쁨이요 미래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자주, “기억하라, 그리고 희망과 기쁨을 지니고 그리스도와 함께 앞으로 계속 힘차게 전진하라.” 강조하십니다. 참으로 그리스도가 우리의 미래임을 굳건히 믿을 때, 비로소 패배주의의 위험과 내일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그리스도는 우리의 미래일뿐 아니라 우리의 현재이자 과거임을 즉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주님과의 좋은 우정 관계의 본보기가 바로 성인들입니다.

 

그러니 주님과 우정의 여정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영원한 도반이자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이 깊어지면서 더불어 도반 형제들과의 우정도 깊어질 것입니다. 과연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 형제들간의 우정의 관계인지 우리 자신을 살펴보게 됩니다.

 

제가 자치수도원이 되던 해인 2014년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늘 해 온 일이 있습니다. 피정지도시나 면담성사중 휴대폰에 “하늘과 산”의 수도원 로고를 붙여 드린 일입니다. 사실 제가 1988년부터 지금까지 35년 동안 요셉수도원에 정주하면서 가장 많이 바라본 대상이 불암산과 그 배경의 하늘이었습니다.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수없이 되뇌었던 다짐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바라본 하늘과 산입니다. 저절로 떠오르는 다음 시편입니다.

 

“산들을 우러러 눈을 드노라, 어데서 구원이 올런고?

 구원은 오리라 주님한테서, 하늘땅 만드신 그님한테서.”(시편121,1-2)

 

수도원 로고의 “하늘과 산”의 그림은 기도하고 일하고, 하늘보고 땅보고, 하느님 보고 사람보고, 관상하고 활동하고를 연상케 하는, 참으로 상징성이 깊은 로고입니다. “하늘과 산”이라는 자작 좌우명 애송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나눴는지, 그러나 늘 반복해도 새롭게 와닿는 좌우명시입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

 산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1997.2

 

하늘과 산의 관계는 얼마나 좋습니까! 바로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상징하는 시입니다. 무려 26년전 1997년 이 자리에서 쓴 시이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살아있는 시입니다. 과연 하늘과 산처럼, 날로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 깊어지는 사랑의 우정관계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보면 그 이해가 확연해집니다. 다음 주님의 질책을 보면 필립보의 주님과의 우정 관계는 여전히 미흡함을 느낍니다. 필립보는 다음 말씀에 부끄러움과 더불어 크게 깨우침을 받았을 것이며 깊은 충격과 더불어 심기일전 주님과의 관계를 날로 새로이 했을 것입니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아버지와 얼마나 깊은 일치의 관계에 있는 예수님인지 깨닫습니다. 흡사 우리를 향한 질책처럼 들립니다.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수십년 정주해오면서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주님의 형제로, 주님의 절친(切親)으로 주님과 우정을 깊이해 왔는데 아직도 나를 모르느냐고 질책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예수님과 믿음의 관계, 사랑의 관계가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게 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

 

주님과 우정의 절정의 일치 관계를 보여 주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영원한 도반이자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날로 깊어지는 신뢰와 사랑의 우정이 우리의 전부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의 빛나는 모범이 제1독서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바르나바 사도입니다. 역경중에도 굴함이 없이 담대하게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참으로 멋진 말씀의 사람, 믿음의 용사인 바오로와 바르나바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먼저 여러분에게 전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그것을 배척하고 영원한 생명을 받기에 스스로 합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니, 이제 우리는 다른 민족들에게 돌아섭니다.”

 

유다인들의 박해에 쫓겨날 때, 발의 먼지를 털어 버리고 미련없이, 바람처럼, 가볍게, 훌훌 떠나는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자유로운 모습은 얼마나 멋지고 매력적인지요! 세상 떠날 때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제자들은 기쁨과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다니 말 그대로 성령에 따라 살았던 성령충만한 바오로와 바르나바 두 제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령충만한 삶과 더불어 날로 당신과의 우정은 물론 도반 형제들과의 우정도 깊이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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