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6.주님 만찬 성목요일 

탈출12,1-8.11-14 1코린11,23-26 요한13,1-15

 

 

파스카 축제(미사)의 생활화

-파스카의 꽃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삽시다-

“겸손한 섬김의 사랑”

 

 

바야흐로 지금 주님 만찬 성목요일부터 파스카의 성삼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만개하기 시작한 파스카의 봄꽃들이, 겨울 추위를 통과한 인동초같은 파스카의 봄꽃들이, 벌써 주님 부활을 경축하는 듯 합니다. 배밭의 배꽃들이 참 장관입니다. 계절의 순환이 전례주기와 정말 잘 맞는 우리나라입니다. 예전 써놨던 파스카의 꽃이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사람은 꽃이다

주님 파스카의 꽃이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죽는 그날까지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새롭게 폈다지는

사람은 꽃이다

주님 파스카의 꽃이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주님을 믿는 우리는 꽃입니다. 주님 파스카의 꽃입니다. 그러니 꽃처럼 아름답고 품위있게 살아야 합니다. 요즘 절정을 이루는 활짝 피어나기 시작한 봄꽃들이 참 예쁩니다. 해당화, 산당화가 특히 그러합니다. 이런 사진을 전송할 때 마다 다들 예쁘다고 감탄하면 저는 지체없이 덕담의 답글을 보냅니다.

 

“자매님은 더 예뻐요!”

 

사실입니다. 파스카의 꽃인 사람보다 더 예쁜 꽃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니 꽃처럼 삽시다. 죽는 그날까지 날마다 새롭게 폈다지는 주님 파스카의 꽃으로 삽시다. 바로 이게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유일한 목적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을까요? 바로 그 답을 알려드립니다.

 

파스카 축제의 생활화, 일상화, 현재화가 답입니다.

파스카의 꽃으로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것입니다.

한결같이 겸손한 섬김의 사랑으로 사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 거룩한 파스카 축제인 미사전례입니다. 오늘 지금 거행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전례가 파스카 축제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참으로 눈물나게 감동스런 사랑의 성체성사, 파스카 축제입니다.

 

유다인들은 일년 한 번 이집트의 종살이로부터의 탈출을 기념하여 파스카 축제를 지냈지만 우리는 파스카 축제의 생활화, 일상화, 현재화를 위해 매일 파스카 축제 미사를 봉헌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구약의 파스카 축제가 우리에게 좋은 가르침이 됩니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메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바로 파스카의 순례 여정중인 삶임을 자각하면서 생각없이, 영혼없이 살지 말고 깨어 준비된 자세로 정성껏 미사축제를 거행하라는 것입니다.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

 

날마다 미사 축제를 봉헌하는 우리들에게 이날은 일년중 한날이 아니라, 오늘이 바로 이날입니다. 바로 매일의 이 거룩한 파스카 축제의 미사 은총이 우리 모두 파스카의 꽃으로, 주님의 자녀답게 살게 합니다. 바로 오늘 제2독서는 신약의 파스카 축제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바로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미사축제입니다. 다음 두 말마디는 늘 들어도 감동적이고 새롭습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날마다를 집어 넣어 “날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로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바로 파스카 축제의 미사 전례 거행을 명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망각이 영혼의 치명적 병입니다. '아남네시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끊임없이, 한결같이 상기하여 파스카 축제를 거행하라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참으로 파스카 축제의 현재화를 통해 종살이에서 자유인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감으로 파스카 신비의 삶이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복음과 전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일상에서 겸손한 섬김의 사랑으로 실현될 때 파스카 축제의 완성입니다. 어제 영문주석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생활은 복음, 전례, 일상생활과 상호작용 사이의 이음매 없는 옷입니다.”

 

복음, 전례, 일상생활이 완전 하나된 이음매 없는 옷은 그대로 파스카가 생활화된, 일상화된, 현재화된 삶을 지칭합니다. 오늘 복음의 발씻김 예식이 바로 파스카 삶의 결정적 요소임을 자각하여 몸소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영원한 감동을 선사하는 유언적 장면이 주님께서 친히 우리 발을 씻어주시는 장면입니다. 겸손한 섬김의 사랑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복음 서두 말씀도 감동이고 마지막 유언적 행위와 더불어 유언이 감동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친히 우리에게 죽음은 허무로 끝나는 마지막이 아니라, 끝까지 사랑하다가 아버지께로 건너가는 것임을 가르쳐주십니다. 이것이 우리의 자랑이요 희망입니다. 지상에서 천상의 기쁨을, 파스카의 기쁨을 앞당겨 살게 합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드린후 다음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이 거룩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에게 주시는 유언입니다. 꼭 잊지 마시고 평생 날마다 미사봉헌때 마다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파스카의 예수님을 닮아 겸손한 섬김의 사랑을 ‘선택’하고 ‘배워' '훈련’하고 ‘습관화’하라는 것입니다. 마침 어제 입원하여 재활 훈련중인 고마웠던 분이 방문했을 때 드린 충고가 생각납니다.

 

“자매님도 재활 훈련을 잘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평생 수도원에서 죽을 때까지 영육의 재활 훈련을 잘 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살아 있는 그날까지 영원한 현역으로, 한결같이 신망애(信望愛)의, 진선미(眞善美)의 재활 훈련으로,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새롭게 폈다지는 ‘파스카의 꽃’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잘 사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이렇게 살도록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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