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20.부활 제2주간 목요일 (장애인의 날)                                                   사도5,27-33 요한3,31-36

 

 

 

예수님과 형제들과 더불어(together) 

우정(友情)의 여정

-늘 새로운 시작-

 

 

“내 한 평생을 예수님 안에, 내 온전하게 그 말씀 안에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 그분만을 따릅니다.”(성가445장)

 

지금도 선명한 1989년 7월11일 오후 2시, 왜관수도원에서 사제서품미사중 입당송에 주르르 흐르던 눈물의 추억입니다. “예수님과 형제들과 더불어(together) 우정(友情)의 여정-늘 새로운 시작-”, 오늘 강론 제목에 감사했습니다. 역시 자주 사용했던 강론 제목이지만 이번 착안의 은총이 새롭고 고맙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중 맨 끝 세 구절의 주석에서 착안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위에 머문다”(요한3,34-36) 

 

이 고맙고 귀한 말씀에 대한 주석을 그대로 나눕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의 밀접한 결속 관계로 언급되면서 아버지의 사랑이 강조된다. 여기서 믿음은 계시자의 구원 약속을 받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그 계시자를 실제로 따르는 것까지도 뜻한다. 믿음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계시자의 인격적 결속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요한복음에서 ‘믿음’이라는 명사대신 ‘믿는다’라는 동사가 사용된 것도 바로 그런 뜻을 시사한다. 믿는 자에게는 그리스도 안에서 신적 삶이 직접 가능하고 구원이 현재적이다.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믿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생명을 보지 못한다’란 ‘하느님의 나라를 보지 못한다’와 같은 뜻으로 하느님의 생명 영역, 곧 구원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정말 은혜롭고 고마운 주석입니다. 저에게 하루를 여는 새벽 강론 쓰는 시간은 배움의 시간이자 기도하는 시간이고, 회개하는 시간이요 예수님과의 우정을 새로 깊이 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바로 날마다의 이 시간이 첩첩산중疊疊山中 하루하루 산을 넘게하는 힘을 줍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주님과 우정의 여정입니다.

 

아버지와 예수님의 일치의 결속관계처럼, 예수님과 우리의 일치의 결속관계가 살게 하는 힘입니다. 삶은 여정이자 관계입니다. 믿는 이들은 예외없이 예수님과 우정의 여정을 삽니다. 과연 살아갈수록 예수님과 날로 깊어가는 우정 관계의 여정인지요? 예수님과 깊어가는 우정의 관계가 인간 무지와 허무에 대한 근본 처방이기도 합니다. 주님과 우정의 여정과 더불어 날로 주님을 닮아가면서 날로 자유로워지고 밝아지는 자아초월의 여정이 됩니다.

 

우리가 평생 추종하는 예수님은 어떤분입니까? 복음에서 보다시피 위에서 오시는 분, 하늘에서 오시는 분, 모든 것 위에 계신 분,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하시며 아버지께서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시는 분,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는 분이신 예수님이십니다. 

 

참으로 이런 예수님과 무관한 삶의 여정이라면 우리가 생각없이, 영혼없이 아무리 오래 산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트랙 경주의 비유가 적절하겠습니다. 생각없이, 영혼없이 그냥 수없이 많은 트랙을 도는 경주같은 인생의 삶이라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주님과 우정 관계의 깊이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태평양 깊이의 관계도 있을 것이요, 작은 시냇물같은 얕은 관계도 있을 것이며 전혀 무관한 관계의 깊이 없는 관계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살아갈수록 노쇠하는 육신과는 관계없이 끝없이 깊어지는 주님과 우정의 관계인지요?

 

마리아 성모님, 사도들, 순교자들, 성인들의 주님과 우정 관계의 깊이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나무들이 하루 이틀 정도로 저렇게 큰 것이 아닙니다. 수도원 하늘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이 하늘을 찌를 듯 잘 자라고 있습니다. 2009년 심을 때는 작은 묘목들이었는데 14년만에 아름드리 나무들로 자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주님과의 우정관계 역시 똑같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깊어가는 우정 관계의 여정이지 하루이틀의 벼락치기로 깊어지는 여정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죽는 그날까지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시종여일 항구한 사랑의 노력과 훈련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다시 심기일전하여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박차를 가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인생이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시 일일일생, 일년사계로 압축된 내 인생 여정의 시점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참 자주 예로 들었습니다만 제 경우는 일일일생 하루로 하면 오전 6시부터 해가지는 오후 6시까지로 압축한다면 아마 지금의 시점은 오후 4:30분쯤, 일년사계로 하면 초겨울의 시점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러나 주님과 우정의 관계가 날로 깊어지는 관계라면 신체의 나이와는 무관하게 정신은, 마음은, 영혼은 하느님을 닮아 작금의 ‘파스카의 봄철’같은 신록에 빛나는 ‘영원한 청춘’의 아름다운 영적 삶일 것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예수님의 사도들이야말로 예수님과 우정의 여정에 대가들입니다. 예수님과 신뢰와 사랑의 우정 관계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지 다음 다음 베드로와 사도들의 담대한 고백이 이를 입증합니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나무에 매달아 죽인 예수님을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영도자와 구원자로 삼아 당신의 오른쪽에 들어 올리시어,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죄를 용서받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순종하는 이들에게 주시는 성령도 증인입니다.”

 

여전히 우리의 무딘 마음을 두드리는 사도들의 우레같은 고백입니다. 그러나 무지로 굳어질 대로 굳어진 완고한 지도자들은 격분하여 사도들을 죽이려 합니다. 새삼 주님과 우정의 여정은 더불어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결코 혼자의 외롭고 고독한 여정이 아닙니다. 바로 사도들의 주님과 우정의 여정이 이를 입증합니다. 사실 저에게도 수도공동체의 형제도반들은 물론 세상 곳곳에서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랑하는 형제자매 도반들도 많습니다. 바로 하루하루 날마다 제 강론을 애독하는 분들이 그러합니다.

 

영원한 주님이자 도반인 예수님을 공동체의 중심에 모시고 더불어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도반들인 사도들입니다. 그대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들의 경우도 똑같습니다. 주님과 우정의 여정과 더불어 도반 형제자매들간의 우정도 깊어질 것이니 그대로 이 거룩한 주님의 미사은총입니다. 끝으로 제 좌우명 고백기도시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주님과 형제들과 더불어, 하루하루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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