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주일 주님 세례 축일                                       이사42,1-4.6-7 사도10,34-38  마태3,13-17

 

 

 

세례성사 은총의 축복

-하느님의 자녀답게, 아름답고 품위있게 삽시다-

 

 

 

오늘 주일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작년 2019년 12월25일부터 시작됐던 성탄시기는 오늘로 끝나고 내일부터는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그동안 참으로 풍성했던 축제시기에 축일 미사때 마다 화답송 후렴의 가사도 곡도 참 적절하고 흥겨웠습니다. 수십년을 반복해 부르지만 부를 때 마다 늘 새롭고 힘이 납니다. 그대로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기도입니다.

 

-“하느님이 당신 백성에게 평화의 복을 주시리라.”-

 

방금 부른 오늘 주님 세례 축일 화답송 역시 참 은혜롭고 흥겹습니다. 주님은 감사하게도 우리 모두에게 평화의 복을 주시고자 이 거룩한 축일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오늘 축일 아침 성무일도시 아름다운 찬미가중 한 절과 저녁 성무일도 마리아의 노래 후렴 역시 은혜롭고 아름다워 소개합니다.

 

-“동정녀 태중에서 탄생하신 분/당신을 씻을 필요 전혀 없건만

인간이 범한 죄를 씻기 위하여/당신이 세례 예식 받으셨도다.”-

 

-“묵은 사람을 세례의 물을 통해서 새롭게 하시고

우리에게 불멸의 옷을 입혀 주신 우리 구원자께서

오늘은 요르단강에 오시어/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도다”-

 

하느님의 외아드님 예수님은 세례가 필요없으신 분이 었지만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바로 우리에 앞서 세례의 모범을 보여 주신 주님의 겸손한 사랑이 참 고맙습니다. 주님의 세례가 있었기에 우리의 세례도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세례가 없었다면 우리의 세례도 없었을 것이며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일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주님의 세례 축일을 통해 우리의 세례를 상기하고 세례의 은총과 축복을 새롭게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마 주님께서 오늘 당신 세례 축일에 원하는 바도 이것일 것입니다. 참으로 분명한 사실은 주님의 세례가 있기에 우리의 세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우리에게 세례은총이 없었다면 지금 이 거룩하고 은혜로운 미사에 참여할 수 있었을까요. 삭막하고 메마른 광야인생 오아시스와 같은 미사축제가 없었다면 우리 인생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까요. 영적 배고픔과 목마름은 어디서 해결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이란 부질없는 가정법 물음이지만 만약 우리가 세례 받지 않았다면 지금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지낼런지요. 인생 허무虛無와 무지無知에 대한 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런지요. 부질없는 가정법 질문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 우연은 없고 모두가 은총의 섭리입니다. 얼마전 써놓은 체험적 고백도 생각납니다.

 

-“하느님은/나보다 더 지혜로우시고/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고

  나보다 더 나를 아시어

  최선最善/최상最上/최고最高의 길로 나를 이끌어 주신다

  내 존재 자체로/충만充滿이요/행복幸福이요/자유自由요/부요富饒인데

  무엇을 욕심내는가/부러워하는가

  무지無知이다/유혹誘惑이다”-

 

세례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기에 이런 깨달음입니다. 세례를 받았기에 하느님을 알게 되었고, 회개가 겸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며, 믿음, 희망. 사랑의 신망애 향주삼덕도 알게 되었고, 참 기쁨과 감사, 평화와 행복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세례은총을 통해 주님은 우리 모두의 운명이자 사랑이 되고 말았습니다.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남남의 우리는 서로는 형제들이 되어 이 거룩한 미사잔치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 많이 강론 제목으로 인용했던 ‘여정旅程’이란 단어입니다. 우리 삶은 하느님을 향한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무의미無意味한 인생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믿음의 여정, 회개의 여정, 사랑의 여정, 자유의 여정등 끝이 없습니다. 세례은총이 없어 하느님을 몰랐다면 애당초 이런 인생 여정이란 말의 뜻도 몰랐을 것입니다. 무지와 허무의 어둠에서 벗어날 길도 없었을 것입니다.

 

세례받음으로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빛의 자녀가 되었고, 하느님은 우리 삶의 여정중 궁극의 목표目標가, 방향方向이, 중심中心이, 의미意味가 되었음을 뜻합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따라 살아갈 때 하느님을 닮아 참나眞我의 실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은 선물膳物이자 과제課題입니다. 세례은총의 선물로 이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일이 평생과제로 우리 모두에게 주어졌습니다. 

 

우리가 물음이라면 답은 예수님뿐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과 두 독서 말씀이 답을 줍니다. 

 

첫째, 겸손입니다.

겸손의 아름다움입니다. 예수님을 닮아 하느님의 자녀답게 사는 길입니다. 주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안식을 얻을 것이다”,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아 갈 때 비로소 겸손과 지혜라는 은총의 선물이요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오늘 주님의 세례 장면에서도 예수님의 겸손이 참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세례받기를 한사코 만류하는 세례자 요한에 대한 예수님의 겸손한 답변이 감동입니다.

 

“지금은 이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이렇게 해서 마땅히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

 

겸손은 모든 덕의 어머니입니다. 하느님의 의로움만 추구하는 예수님의 겸손에 깊이 감동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은혜로운 응답이 뒤를 잇습니다. 주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 오시자 예수님은 눈이 열려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 오시는 것을 보십니다. 

 

하느님은 겸손한 이들에게 하늘 문을 열어 성령을 내려 주시고, 소통하시는 분임을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라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알려 주신 당신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며 크게 감동하셨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감동과 예수님의 감동이 만나는 참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이 거룩한 미사중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각자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너희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과 딸, 내 마음에 드는 아들과 딸이다.”

 

그러니 하느님의 아들답게, 하느님의 딸답게, 바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아름답고 품위있게 살아가는 일은 우리의 평생과제임을 깨닫습니다.

 

둘째, 사랑입니다.

사랑의 아름다움입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각자도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처럼 주님의 종, 주님께서 붙들어 주는 이, 선택한 이, 마음에 드는 이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주님은 성령을 주시어 참으로 깊고 섬세한 겸손한 사랑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그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 사랑의 모습입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은 ‘영원한 현재’의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다음 말씀도 참 고무적입니다.

 

“주님인 내가 너를 부르고, 네 손을 붙잡아 주었다. 보지 못하는 눈을 뜨게 하고, 갇힌 이들을 감옥에서,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을 감방에서 풀어 주기 위함이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파견에 앞서 우리을 부르신 주님은 우선 미사은총으로 우리 눈을 열어주시고, 자기 감옥에 갇힌, 무지의 어둔 감방에 앉아 있는 우리들을 해방시켜 자유롭게 하십니다. 참으로 가이없는 주님의 사랑이요 이에 대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당연한 응답이 사랑의 실천입니다. 

 

셋째, 순종입니다.

순종의 아름다움입니다. 순종을 통한 주님과의 일치입니다. 예수님의 순종을 통해 그대로 실현되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오늘 제2독서 사도행전에서 베드로는 순종을 통한 하느님 체험을 감격에 벅차 고백합니다. 

 

“나는 이제 참으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게도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들입니다.”

 

역시 순종의 모범은 예수님이십니다. 죽기까지,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뜻에 그대로 순종한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 주시어 평화의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여 온 유다 지방을 두루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시니 그대로 이사야 예언의 실현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결론의 말씀이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

 

임마누엘,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말씀 그대로 참으로 순종하는 이들과 함께 계신 주님이십니다. 말 그대로 순종의 축복입니다. 세례성사 은총의 축복이, 또 성체성사 미사은총의 축복이 자발적 순종을 북돋웁니다. 참으로 순종하는 이들은 마태복음 마지막 주님 말씀도 깊이 공감하며 깨달을 것입니다.

 

“내가 세상 끝 날 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그러니 절대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하느님께 대한 순종의 사랑과 믿음이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저절로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고백도 흘러 나올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이자 우리의 세례를 새로이 하는 세례 갱신更新 축일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세례성사 은총의 축복이, 이 거룩한 성체성사 은총의 축복이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답게, 아름답고 품위있게 살게 하십니다. 우리의 평생과제입니다. 

 

구체적으로 겸손과 사랑, 순종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결국은 사랑의 겸손, 사랑의 순종이요 사랑의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의 축복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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