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9.이 정숙 루시아(+83세)를 위한 장례미사 

이사25,6ㄱㄴㄷㅂ.7-9 2코린4,14-5,1 마태11,25-30

장소 및 일시:아산병원 장례식장 11시

 

 

귀가 여정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

 

 

오늘 우리는 이정숙 루시아를 위한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정숙 루시아 누님의 사촌동생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이고 불암산 기슭 요셉수도원에서 수도사제로 살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7형제인데 이정숙 루시아 누님의 아버지는 4째가 되고 제 아버지는 7째 막내가 됩니다. 루시아 누님과 저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루시아 누님은 다년간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했고 저 또한 서울에서 8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다가 뒤늦게 수도사제가 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누님 소식을 모르다가 처음 알게 된 것이 1998년 조중연 아오스팅 매부가 세상을 떠나던 해였습니다. 그후 누님은 거의 매해 11월2일 매부 기일 때마다 연미사를 부탁하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매부 돌아가신 25년후 루시아 누님은 매부가 계신 하느님 집으로 귀가하셨습니다. 마침 제 예전 일기장에서 누님의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1999.2.5. 미국에서 보낸 편지중 일부입니다.

 

“내 미련과 불안과 슬픔을 태평양에 던져 버리고 동기간의 사랑과 위로로 마음을 잡으려 했더니 그도 실패인 듯 매형 가신지 80일이 넘어가는데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고 미련하게 과거에 매달려 헤어나지 못하는지 안타깝습니다. 내일 플로리다로 떠납니다. 명숙 누나도 그쪽으로 합류할 것입니다.

 

동생 시집 강론집 너무 좋다고 영숙언니가 말해요. 시가 맑고 고와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대요. 정말 좋은 시를 쓰시는 신부님! 파이팅! 12일 뉴욕에 다시 돌아 옵니다. 

 

사촌동생을 신부님으로 모신 것을 내게 행운입니다. 아오스팅의 영혼을 위한 미사를 정성껏 드릴수 있고 빚진 것을 갚을 수 있으니까요. 살아계실 때 내가 속을 썩인 편이 거든요. 잘 못해 드렸고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그동안도 자주 교류하다가 마지막으로 뵈온 것이 2021년 12월11일입니다. 제가 아현동에 있는 누님 집을 방문하여 고백성사도 드렸고 미사도 함께 봉헌했습니다. 당시 누님은 암투병중이었지만 아주 밝고 안정되고 평화로웠습니다. 마침 막내 아들 조성조 프란치스코 형제가 함께 했고 미사후에는 수도원을 잠시 방문하여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때의 사진과 메시지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신부님, 오늘 거룩한 시간 보낼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금 막내가 밥 잘 차려서 같이 먹고 설거지하고 다 뒤처리하고 당부하고 떠났습니다. 아들이 삼촌이 외할아버지 모습도 많이 지니셨다고 했어요. 너무 감사해요.”

 

지난일이 새롭게 선명히 떠오릅니다. 이젠 하느님 집으로 돌아간 이정숙 루시아 자매님입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세상을 떠납니다.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이정숙 루시아 누님은 참으로 성실히 최선을 다해 사셨습니다. 저는 신자분들에게 성인이 되라고, 성인이 되는 것이 인생에 유일한 목표요 행복이요 보람이라고 강조하는데 이정숙 루시아 누님은 정말 성녀처럼 사셨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하느님의 집으로의 귀가요 천상탄일로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이래서 죽음은 믿는 이들에게는 축제와도 같습니다. 하느님 집에서 하느님과 해후의 위로와 기쁨을 이사야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주시리라.”

 

바오로 사도 말씀도 고무적이요 희망적입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기쁨과 희망의 시작임을 알립니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합니다. 우리의 지상 천막집이 허물어지면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건물, 곧 사람 손으로 짓지 않은 영원한 집을 하늘에서 얻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이런 궁극의 희망이 우리에게는 내적 기쁨과 평화의 원천이 됩니다. 이정숙 루시아 자매님은 주님의 초대에 응답하여 세상 일을 모두 잘 마치고 주님의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당신을 찾는 이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구원의 하늘문 예수님이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영원한 안식처가 되시는 주님의 집으로, 주님의 품으로 돌아간 이정숙 루시아 자매님입니다. 이제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물론 옛 사막의 수도자들의 이구동성의 가르침은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것이였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좋아하는 제 좌우명 고백시 마지막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주 인용해도 늘 좋고 새롭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이렇게 살아야 오늘 지금 여기서 환상이나 거품이 사라진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가 자주 권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인생 귀가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일년사계로 요약하면 어느 시점에 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 경우는 하루로 하면 오후 4시, 일년사계로 하면 초겨울쯤이요 살날도 많지 않은 듯, 그러니 하루하루의 선물이 참 소중하고 감사할뿐입니다.

 

그러나 믿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부활의 봄입니다. 파스카의 주님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부활의 봄입니다. 지금은 은총의 사순시기, 얼마 지나면 이정숙 루시아 자매님도 주님과 함께 부활하여 영원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아니 이미 주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살고 계신 이정숙 루시아 자매님입니다. 

 

“주님, 이정숙 루시아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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