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2. 수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260) 기념일

2마카7,1.20-31 루카19,11ㄴ-28


귀가歸家 준비

-하느님이 미래이자 희망이다-


요즘 제가 자주 묵상하는 것은 귀가준비입니다. 아버지 집으로 귀가에 앞선 준비로 죽음 준비와도 같은 말입니다. 일년 사계가 뚜렷한 계절을 살다보면 내 나이를 자주 계절에 견주어 보게 됩니다. 사실 우리 인생을 일년 사계로 압축하여 묵상하다 보면 우리 삶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이젠 가을도 끝나고 겨울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교회 전례력도 다음 주가 연중 마지막 주간이고 다음에는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새삼 세상 종말에 대해, 인생 종말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세월흘러갈수록 점차 뚜렷이 떠오르는 분이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어야 합니다. 하는님 앞에 설 날에 대비하며, 준비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은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이고, 제1독서 마카베오기 하권은 한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에 대해, 그리고 복음은 미나의 비유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모두 우리의 종말에 대비할 것을 암시하는 내용들입니다. 하느님을 만날 종말을 생각한다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녀 아빌라의 데레사 글이 생각납니다.


-그 무엇에도/너 마음 설레지 마라

 그 무엇도/너 무서워하지 마라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님만이/가시지 않나니

 인내함이/모두를 얻느니라

 님을 모시는 이/아쉬울 무엇이 없나니

 님 하나시면/흐뭇할 따름이니라-


허무에 대한 답은 하느님뿐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 하루하루 깨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유비무환입니다. 어떤 역경을 당하더라도 하느님께 영원한 희망을 둘 때 자신을 지키며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순교성인들이 이에 대한 생생한 증거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견고한 믿음이 있을 때 결코 중심을 잃는 일이 없습니다. 


‘특별히 그 어머니는 오래 기억될 놀라운 사람이었다, 그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희망은 인내의 어머니입니다. 하느님께 영원한 희망을 두었기에 일곱 아들 역시 장렬한 순교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일곱 아들 모두가 어머니의 하느님 희망, 하느님 믿음을 보고 배웠음을 깨닫습니다. 생명보다 강한 믿음이요 희망이요 사랑입니다. 참으로 하느님만이 우리의 미래요 희망입니다. 오늘 미나의 비유도 종말 심판에 대한 비유입니다. 주님께서 재림하실 때, 주님 앞에 섰을 때 셈해야 할 우리 인생입니다.


삶은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누구나 똑같이 한 미나 인생을 선물로 받았고 이를 능력에 따라 활용해야 합니다. 마치 똑같은 하루를 선물로 받지만 사람마다 하루를 활용하는 양상은 다 다르듯이 한 번 뿐의 인생도 그럴 것입니다. 나름대로 하느님 주신 선물 인생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면 됩니다.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은 이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벌은 이나 하느님께 똑같이 칭찬을 받습니다.


“잘 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진정 착한 종은 오늘 지금 여기서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바로 디테일에 강한 이들임을 깨닫습니다. 반면 한 미나를 받고 선물인생을 전혀 활용하지 않고 한 미나 그대로 셈해 드린 이는 엄중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의 하느님관이 완전히 왜곡되었음을 봅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지도 믿지도 희망을 두지도 않고 생각없이 되는대로 살아왔음이, 하느님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아왔음이 분명합니다. 선물인생에 대한 자각없이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  폐쇠적 삶을 살아왔음이 분명합니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결국 심판은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가 자초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한 미나 선물인생도 박탈되니 참 비참한 인생입니다. 영성생활에 그대로 적용되는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의 진리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인생을 바라보게 됩니다. 


일일일생, 여러분의 삶을 하루로 압축하면 어느 시점에 와 있습니까? 오전입니까? 오후입니까? 여러분의 삶을 일년사계로 압축하면 여러분은 어느 계절에 와 있습니까? 혹시 겨울을 앞둔 가을 인생은 아닙니까?


우리는 때가 되면 누구나 주님 앞에서 내 선물인생을 셈해 드려야 합니다. 하루하루가 선물인생 잘 활용해보라고 주님이 주시는 기회입니다. 살아있음이 축복입니다. 지금 시작하면 늦지 않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오늘도 하느님 앞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선물 인생 잘 활용하며 착하고 성실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제 좌우명 자작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을 나눔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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