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7. 토요일 12월17일                                                                  창세49,1-2.8-10 마태1,1-17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하느님은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영원한 순례자’이시다-

 

 

 

오늘 12월17일(토)은 주님 성탄에 앞서 저녁 성무일도시, 또 복음 환호송을 통해 장엄한 O후렴이 시작되는 첫날입니다. 예수님 탄생이 점차 가까워짐을 실감합니다.

 

“오, 지혜 지극히 높으신 이의 말씀이여, 끝에서 끝까지 미치시며 권능과 자애로 다스리시는 이여, 오시어 우리에게 슬기의 길을 가르쳐 주소서.”

 

탄생 하실 지혜 자체이신 주님께 슬기의 길을 가르쳐 달라는 애절한 소망이 담긴 감동적 노래입니다. 저는 이미 8년전 산티아고 순례여정을 통해 이미 슬기의 길을 배웠습니다. 매일 강론을 쓴 후 4:00-4:30 까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위나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수도원 배밭을 돌아 정문에까지 걸어갔다 옵니다. 그대로 산티아고 순례 여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지요. 아마 살아있는 날까지 계속될 순례여정입니다. 

 

늘 강조합니다만 다시 각자 인생 여정을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로 요약하면 오후 몇시쯤, 일년사계一年四季로 요약하면 또 어느 계절 어느 시점時點에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저는 늘 말씀드리다시피 오후 4시, 초겨울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점검이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환상이 걷힌 투명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 합니다. 어제 모처럼 내려 쌓인 흰눈길을 걸을 때 생각난 23년전 쓴 “나 이런 이를 알고 있다”란 자작시가 생각났습니다.

 

“나 이런 이를 알고 있다.

 밤 하늘의 

 초롱초롱한 별빛 영혼으로 사는 이,

 푸른 하늘 

 흰구름 되어 님의 품안에 노니는 이,

 떠오르는 태양

 황홀한 사랑 동녘향해 마냥 걷다가 사라진 이,

 첫 눈 내리 하얀 길

 마냥 걷다가 사라져 하얀 그리움이 된 이,

 나 이런 이를 알고 있다.”-1999.2.28.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긴 족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완성된 족보라기 보다는 영원히 현재진행형의 족보라 생각됩니다.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역시 예수님 족보에 편입되기 때문이며 인류가, 교회가 지속하는 동안 계속될 예수님의 살아 있는 족보입니다.

 

흡사 우리와 영원히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은 “영원한 순례자”처럼 생각됩니다. 족보에 나오는 하나하나 사람마다 늘 함께 하시며 지금까지 순례 여정 중의 영원한 순례자로 살아 계신 하느님이라는 것이지요. 예수님의 긴 족보가 굽이굽이 이어진 하느님의 발자취처럼 느껴집니다. 

 

구원자 예수님 탄생하기 까지 얼마나 긴 인내의 기다림이 요구되었겠는지요! 인간의 눈높이에 맞춘 부단한 사랑의 인내, 사랑의 겸손의 하느님이십니다. 족보에 나오는 면면은 얼마나 다양한지요. 약속을 신실히 지키시는 하느님의 한결같은 모습도 감동입니다. 누구하나 배제시키거나 소외시킴이 없이 잘났는 못났든 믿음 하나만 있다면 당신 구원 역사의 일꾼으로 활용하십니다. 

 

참으로 하느님 믿음이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족보같습니다. 이런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이 하나하나의 존재이유와 존재의미를 밝힙니다. 결코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 하나하나 하느님의 구원 섭리의 도구라는 것, 바로 이게 한사람 한사람의 존재의미가 되며, 바로 우리도 여기에 속합니다. 바로 하나하나가 “신의 한 수”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하느님 믿음의 끈으로 연결된 족보를 볼 때마다 저는 하나의 끈에 연결된 묵주알을 연상합니다. 묵주끈에 하나로 연결되었을 때 뚜렷한 존재의미이지 만약 떨어져 나가 이리저리 뒹구는 고립단절의 혼자의 묵주알 같은 존재라면 완전히 존재의미의 상실이며 곧 이름없는 무명의 존재가 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 홀로 단절된 외롭고 쓸쓸하게 살다가 죽는 고독사의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예수님의 족보에 하나로 연결되어있기에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귀한 구원 섭리의 도구가 됩니다. 결코 우연적 존재가 아닙니다. 이미 제1독서 창세기에서 야곱의 축복을 통해 예언된 대로 유다의 구원 섭리중 역할이 참 대단합니다.

 

“너 유다야, 네 형제들이 너를 찬양하리라. 유다가 사자처럼, 암사자처럼 웅크려 엎드리니, 누가 감히 그를 건드리랴? 유다에게 조공을 바치고, 민족들이 그에게 순종할 때까지 왕홀이 유다에게서, 지휘봉이 그의 다리 사이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탄생하실 예수님을 통해 유다에게 준 야곱의 축복은 실현될 것입니다. 참으로 신실하신 하느님입니다.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라 하지만 다윗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흠이 많은 사람이며, 아브라함 역시 결점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들의 하느님 사랑과 믿음은 참으로 탁월했습니다. 

 

족보에 나오는 네 여인의 기구한 운명도 깊은 충격을 줍니다. 다말, 라합, 룻, 다윗의 아내이자 솔로몬의 어머니 바세바, 다 이방인들이었고 네 여인들 참 기구하고 불행한 여인들이었지만 눈밝은 하느님은 이들을 당신 구원의 도구로 활용하십니다. 사람 눈에는 불가사의이지만 하느님 눈에는 지극히 자연스런 일입니다. 

 

누구도 차별하지도 버리지도 않으시고 적재적소에 위치시켜 그 몫과 역할을 다하게 하십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것은 신분이나 지위가 아니라 그의 진실하고 한결같은 믿음과 책임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마리아를 통한 구원자 예수님의 탄생에서 족보는 절정을 이룹니다. 여기서 하느님 구원 섭리에 결정적 도움 역할을 한 분이 바로 마리아와 요셉입니다.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 나셨다.”

 

마침내 하느님의 소원이 성취된 것입니다. 그 장구한 세월 동안 하느님의 무한한 기다림의 인내의 사랑이 참 놀랍습니다. 새삼 구원의 길에는 요령이나 비약이나 도약은 불가함을 봅니다. 하나하나의 과정에 충실하며 서두르지 않고 사람 눈높이에 맞춰 끝까지 겸손히 인내하며 기다려온 하느님의 사랑이 영원한 감동입니다. 

 

하느님은 일방적으로 일을 못합니다. 인간의 자발적 응답의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불림받은 이들이 각자의 제자리에서 믿음으로 응답했기에 마침내 구원자 예수님 탄생이 가능했음을 봅니다. 예수님의 족보는 우리 교회를 통해 영원한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됨을 믿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교회 공동체내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거룩한 역할에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 저 달이 다할 그날까지, 

 정의와 큰 평화가 그의 시대에 꽃피게 하소서. 

 그가 바다에서 바다까지, 

 강에서 땅끝까지 디스리게 하소서.“(시편72,7-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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