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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2. 대림 제4주간 목요일                                                                          사무상1,24-28 루카1,46-56



‘아나빔anawim’의 노래



어제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주석책을 보던 중 한눈에 반갑게 와닿은 ‘아나빔anawim’이란 말마디 였고 지체없이 강론 제목을 ‘아나빔anawim의 노래’로 택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리아의 찬미감사가인 마니피캇이나 화답송 후렴의 한나의 찬미감사가가 모두 아나빔의 노래입니다. 


아나빔anawim이란 하느님밖에 의지할 것이 없는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을 뜻합니다. 그러나 사실 깊이 들여다보면 사람 모두가 본질적으로 하느님밖에 의지할 이 없는 아나빔임을 깨닫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함께 부르는 떼창은 얼마나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지요. 


얼마전 우연히 유투브를 통해 광화문 촛불집회시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모 가수의 애국가를 들으며, 또 모가수의 아침이슬을 들으며 순간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많은 사람이 함께 떼창을 하는 모습이 참 숙연해 보였습니다. 흡사 아나빔의 노래를 연상케 했습니다. 


예로부터 구전口傳으로 내려오는 민초들의 애환哀歡과 소망所望이 담긴 민초民草들을 위무慰撫하는 민요들 역시 일종의 아나빔의 노래라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노래의 힘은 위대합니다. 이의 가장 적합한 본보기가 우리 분도수도승들이 매일 평생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함께 노래로 바치는 시편성무일도입니다. 그러니 우리 수도승들은 아나빔의 후예들이고 대부분의 시편 찬미가들은 아나빔의 노래라 할 수 있습니다. 하여 누가 무슨 기쁨으로 사는가 묻는다면 저는 지체없이 대답합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쁨으로 삽니다.”


저뿐 아니라 대부분 분도수도자들의 고백일 것입니다. 사실 찬미의 기쁨을 능가할 수 있는 기쁨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매일 ‘하느님의 노래방(?)’ 이라 일컫는 수도원 성전에서 하루 일곱 번의 아나빔의 노래인 시편 찬미가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면서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전례의 궁극 목적은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나빔의 노래인 시편 찬미가를 부르며 살아계신 주님을 만남으로 위로와 치유의 구원을 체험하는 수도자들입니다. 말 그대로 ‘살기위하여’ 바치는 아나빔의 노래, 시편찬미가입니다. 이런 하느님께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노래를 뺏는 것은 죽음과도 같습니다. 보십시오. 오늘 복음의 마리아는 살기위해 하느님께 기쁨과 감사의 마니피캇 찬미가를 바치지 않습니까?


기뻐도 찬미, 슬퍼도 찬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해야 살 수 있는 아나빔들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이렇게 하느님께 찬미감사가를 노래함으로 맺힌 한을 풀어야 살 수 있습니다. 아나빔의 대표격인 마리아와 한나입니다. 마리아와 한나의 처지가 참 흡사합니다. 마치 옛 우리 신앙의 어머니들을 대하는 느낌입니다. 기도로 얻은 아들이라 다시 하느님께 바치는 가난한 한나는 진정 아나빔의 전형입니다.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드린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


고백한 후 예배를 드리며 터져 나온 한나의 노래가 바로 1독서후 이어지는 화답송입니다. 영원한 도반 엘리사벳의 구원의 위로와 격려를 받은 후 즉시 터져 나온 마리아의 노래가 바로 오늘 복음의 내용입니다. 두 가난한 여인의 기도 내용 역시 흡사합니다. 주님 안에서 구원받아 기뻐 뛰는 가난한 영혼들이 구원자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감사가의 본격적 내용은 과히 혁명적입니다. 가난한 여인들의 입을 빌려 고백한 가난한 민초들의 소망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가난한 민초들의 애환과 소망이 가득 담긴 만민평등의 하늘나라를 꿈꾸며 바친 영원불멸의 찬미감사가 성모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입니다. 하여 주님의 종인 영적 이스라엘인 우리 교회의 수도자들은 매일 저녁 성무일도 끝무렵에 한 목소리로 성모 마리아와 함께 하느님께 마니피캇을 바칩니다.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그 자비가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당신의 아나빔인 우리 모두에게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끝으로 가난한 아나빔의 간원기도와도 같은 오늘 저녁성무일도 ‘오 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 모든 이가 갈망하는 이여, 두 벽을 맞붙이는 모퉁이돌이시니 오시어 흙으로 만드신 인간을 구원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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