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1. 사순 제1주간 수요일                                                                                  요나3,1-10 루카11,29-32



회개悔改가 답答이다

-부패腐敗인생이 아닌 발효醱酵인생을 삽시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되는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회개가 답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야말로 정신건강에도 가장 좋은 식이자 약입니다. 저에겐 감동을 선사하는 평창올림픽 몇몇 금메달을 딴 분들도 회개의 표징입니다. ‘이렇게 영혼이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운동선수는 처음’이라는 어느 선수에 대한 평은 그대로 회개의 표징이 되기에 충분한 모습입니다. 


회개를 통한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회개한 영혼의 향기 또한 은은합니다. 어제의 순간적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집무실에 들어선 순간 그윽하고 상큼한 향기의 여운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어느 자매가 말끔히 청소와 정리를 끝낸 것입니다. 정리정돈된 모습보다도 향기를 맡고 아름다운 분이 다녀갔음을 감지했습니다.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는 겸손하고 헌신적인 이웃들! 저에겐 이 또한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회개한 영혼이 아름답습니다. 노추老醜에 대한 답도 회개뿐입니다. 성회롱과 성폭력에 관련된 ‘미투me too’ 고발현장의 노대가老大家들의 평소 존경스럽던 모습들이 순간 참 추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 실추된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는 참 어려울 것입니다. 노대가들의 가정 부인이나 자녀들의 심정은 얼마나 착잡미묘하겠는지요. 


그 숱한 위대한 업적들도 완전히 빛을 잃는, 물거품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답은, ‘구원의 출구出口’는 단 하나 철저한 회개뿐이겠습니다. 저에게 이 또한 부정적 의미에서 회개의 표징입니다. 나이들어 늙어갈수록 노추가 되지 않고 곱게 늙어갈 수 있기 위해 치열한 회개의 삶이 절대적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어제 잘 마른 세탁물을 걷을 때의 새삼스런 깨달음도 잊지 못합니다. 가득 널렸던 세탁물들이 말끔히 걷혀지고 제 세탁물만 남았습니다. ‘내가 잊고 거둬가지 않으면 그대로 방치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주인이 살지 않아 폐가가 된 집이, 주부가 없어 소홀히 방치된 가정이 연상됐습니다. 각자 ‘제자리’에 충실한 정주의 수행이 또 회개의 표징이 됨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역경중에도 믿음으로 살아가는, 매달 심경을 고백하는 마음으로 보내는 어느 자매의 편지 글도 제게는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올 한해 동안 제가 하느님 뜻에 맞는 삶 이어가고, 희생하면서 자식들에게 덕이 갈 수 있는 날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글도 써야 하고, 성가, 성악도 열심히 해서 하느님께 찬미드리고 건강하도록 기도합니다. 너그럽고 겸손하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역시 많은 분들에게 빛나는 회개의 표징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2월8일자 회개의 표징에 손색이 없는 강론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죄인은 성인이 될 수 있지만 부패한 자는 될 수 없다.’는 요지의 강론으로 전자는 다윗을 후자는 솔로몬을 그 예로 들었습니다. 워낙 중요한 교훈이 되는 통찰이라 길다 싶지만 요약하여 나눕니다.


-다윗은 죄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입니다. 한편 위대하고 현명한 솔로몬은 주님에 의해 내쳐졌습니다. 그가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고 언제나 용서를 청한 ‘회개의 달인達人’인 반면에 솔로몬은 온 세상에 칭송을 받은 자기 자신을 주님에게서 거리를 두고 다른 신들을 따랐고 자신을 몰랐습니다. 


여기 ‘약한 마음’의 문제가 있습니다.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할 때 그것은 죄의 상황과 같지 않습니다. 마음의 약함은 천천히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한걸음, 한걸음씩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바로 점차 썩어가는 부패의 여정입니다. 솔로몬은 이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죄의 명백함이 마음의 약함보다 낫습니다. 위대한 왕 솔로몬은 결국 부패했습니다. 솔론몬은 그의 부패 안에서 평온해졌습니다. 그의 마음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약한 마음의 드라마는 우리 모두에게 일어납니다. 다윗은 성인이 된 죄인입니다. 솔로몬처럼 부패한 사람은 성인이 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약한 마음의 길을 따라가면서 부패하게 됩니다. 회개하십시오. 살펴 보십시오. 당신의 마음을 지키십시오.-


요지의 강론이었습니다. 언젠가 인용했던 발효인생과 부패인생에 대한 강론도 생각납니다. 끊임없는 회개가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이 강한’ 사람을 만들고 향기좋은 발효인생이 되게 한다는 것입니다. 회개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점점 약해져 썩어가는 부패인생에게서는 향기香氣가 아닌 악취惡臭가 납니다. 


제가 평창올림픽 한국 금메달리스트들에게서 발견된 공통적 특징은 강한 정신력이었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해 끊임없는 회개의 수행이 강한 정신력을, 강한 영혼을, 강한 마음을 만듭니다. 이래야 비로소 주님의 전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온유하고 겸손한 자가, 영혼이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가 실로 강한 주님의 전사임을 깨닫습니다.


마음 약해져서 부패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습니다. 회개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회개의 때입니다. 조금 부패했을 때는 회개로 도려내어 가닥을 잡을 수 있지만 너무 부패하면 회개도 소용없어 집니다. 바로 중독이 되어 폐인이 된 이들이 이의 생생한 증거입니다. 


예전 어느 자매의 탄식도 생각이 납니다. ‘음식이 상해 맛이 가면 버리기라도 하는데 자식이 상해 맛이 가면 버리지도 못한다.’ 맛이 가지 않고 제 맛을 유지하는 데는 끊임없는 회개뿐임을 깨닫습니다.


마음의 눈만 열리면 곳곳에 회개의 표징입니다. 하여 복음의 예수님은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일갈하시며 군중의 표징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십니다. 제1독서 요나의 표징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요나의 설교로 지체없는 회개로 구원받는 니네베 사람들보다 더 좋은 회개의 표징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바로 눈앞에 있는 당신이, 솔로몬도 아니고 요나도 아닌 당신이 바로 최고의 회개의 표징임을 선포하십니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보다 더 좋은 회개의 표징은 없습니다. 바로 솔로몬보다, 요나보다 더 큰 분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약한’ 마음을 ‘강하게’ 하시고, 부패를 막아 향기로운 발효인생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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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2.21 09:07
    ‘죄인은 성인이 될 수 있지만 부패한 자는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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