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0.금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400-461) 기념일 

로마15,14-21 루카16,1-8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으로 살기

-하느님의 자녀답게-

 

 

"주님은 하느님, 너희는 알라,

 우리를 내셨으니, 우리는 당신의 것,

 당신 백성이어라, 기르시는 양뗴이어라."(시편100,3)

 

어느 때보다 북두칠성 또렷이 빛나는 만추의 새벽 밤하늘입니다. 참으로 기도에 전념해야할 11월 위령성월입니다. 살아 있음이 축복이자 은총입니다. 무한한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깨어 빛으로 살라고, 사랑하라고, 기도하라고, 찬미하라고, 감사하라고, 회개하라고, 보속하라고 연장되는 우리의 날들입니다. 11월 위령성월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달이자 더욱 우리 삶을 추스르며 깨어 살아야 하는 달입니다. 

 

“자신의 희망을 하느님께 두라.”(성규4,41)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4,47)

 

문득 떠오른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깨어 하루하루 거품이나 환상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약은 집사의 비유’입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참으로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을 위한 반면교사가 됩니다. 그의 미래에 대처한 민첩성을 배우라는 것이지 그의 삶을 배우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에게 주목할 것은 그가 “어떻게”대처했느냐 이지 그가 “무엇을”했느냐가 아닙니다. 

 

불의한 집사는 미구 닥칠 위험에 대비하여 참으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행합니다.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임의대로 과감히 탕감해 줍니다. 그런데 주인은 이런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입니다. 복음 사가는 다음과 같이 예수님 심중을 전합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믿는 이들은 세상속에 살지만 빛의 자녀들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라 했습니다. 빛의 자녀들 역시 분발하여 미래에 대처하여 약은 불의한 집사와는 달리 하루하루 충실하고 슬기롭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위기에 민첩하게 대처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삶의 태도를 배워야 하겠고 그의 태만하고 무책임했던 과거의 삶은 철저히 배격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최고, 최상의 미래에 대한 대책이겠습니까? 하루하루 한결같이 정의와 평화의 삶, 사랑과 지혜의 삶, 찬미와 감사의 삶, 회개와 보속의 삶, 맡은 사명을, 책임을 다하는 삶이겠습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주님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대천명의 삶입니다. 말그대로 성인다운 삶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배울 삶의 롤모델은 약은 집사가 아니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 제1독서의 주인공 바오로 사도요, 오늘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위대한 성인 대 레오 교황 학자입니다. 여기에 저는 또 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1940년 11월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위대한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그와 평생 영적 교류를 갖었던 기도의 사람,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여사입니다. 의사였던 그녀의 임종을 앞둔 시기에 대한 묘사입니다.

 

‘건강이 점점 약해지던 그녀는 기력이 없어 더 이상 환자들을 진료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1950년대 중반에 의료행위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로도 기도하고, 뜨개질을 하고, 편지를 쓰고, 책을 읽으며 활동하던 슈파이어는 죽음을 앞두고 “죽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말하였다. 그 이유는 오직 하느님만이 우리 앞에 계시기 때문이었다. 1967년 9월17일, 그녀가 세상을 떠난 그날은 빙엔의 힐데가르트 축일이었다. 슈파이어의 전 생애는 전적으로 하느님께 순명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스며드는 삶이었다.’(기도의 세계, 569쪽)

 

복음의 약은 집사와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참 충실하고 슬기로운 슈피이어 여사입니다.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녀다운 삶인지요! 제1독서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의 겸손과 그 사명에 전력투구하는 삶은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지요!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이와같이 나는 그리스도께서 아직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주님의 종으로서 복음 선포를 자랑으로 여기며, 명예로 여기며 시종여일, 한결같이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한 바오로의 한평생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이 무한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섭리와 사랑의 하느님은 그 시대에 맞게 당신의 종들을 보내십니다. 

 

오늘 기념하는 대 레오 교황학자가 바로 그런 분입니다. 정말 위대한 교황입니다. 재위 21년 동안의 업적은 정말 불가사의, 놀랍습니다.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의심할 여지없이 교회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하나”라고 평합니다. 제45대 교황으로 재위 21년 동안 총명한 두뇌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가톨릭 교회를 넘어서 유럽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하나로 거론되며 대교황의 칭호를 받은 첫 번째 교황입니다.

 

교황님 재위 기간은 게르만 민족의 대 이동과 더불어 서로마 제국이 위기에 봉착한 시대였습니다. 교황은 훈족과 반달족의 침공을 받았을 때 용감하고 지혜롭게 이들로부터 로마를 구출하여 교황의 권위와 위엄을 로마시민들에게 깊이 각인시켰습니다. 사자라는 레오 이름 뜻대로 지칠줄 모르는 열정의 교황이었으며, 교황에 대한 평가는 위대한 행정가, 신앙의 보존자, 고대 교회의 초석을 놓은 교황으로 요약됩니다. 

 

내우외환, 서로마제국의 붕괴로 정치적 사회적 불안과 교회 역시 여러 가지 이단 사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신학적, 사목적, 정치적 난제들을 훌륭하게 해결해 냈던 그는 대내적으로 로마 교회의 최고 통치권 기반을 확립한 수장이었고, 대외적으로는 사실상 로마의 수호자로서 황제 역할까지 했던 당시 서방 유럽 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교황은 교회학자라는 칭호을 받을 정도로 173편의 서간들과 100여편의 강론집을 남겼습니다. 교부시대의 마지막 교황으로서 그의 문체는 레오 문체라고 불릴 정도로 수세기 동안 교회 문학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레오 1세와 같은 예술같은 서간을 쓰거나 강론한 교황은 역시 대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나타나기 전까지 150년 동안 없었습니다. 

 

안팎으로 백척간두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뛰어난 무수한 서간과 강론을 남길 수 있었던지 하느님의 각별한 은총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온 레오 대교황은 교회를 넘어 세속의 황제 역할 까지 하며 로마를 구하고 유럽을 수호했던 참으로 위대한 교황이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당시 과거 로마제국의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던 부득이한 상황이었습니다. 하르나크의 말과 같이 이제 로마교회는 종교적 의미에서 서로마제국이었고, 로마주교는 사실상의 황제였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이런 역사적 상황을 이해할 때 오해도 많이 해소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의 약은 집사로부터 배울 바는 미래에 신속히 대처하여 유비무환의 자세로 맡은 바 주님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사명을,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방금 예로들었던 바오로 사도, 위대한 대교황 레오1세, 그리고 간략히 소개했던 슈파이어 여사처럼 말입니다. 

 

11월 위령성월, 죽음을 묵상하며 하루하루 날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각자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종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 크던 작던 깨어 주어진 책임을 다하면 됩니다. 정의와 평화, 사랑과 지혜, 찬미와 감사, 회개와 보속, 그리고 맡은 사명을, 책임을 다하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이렇게 살라고 연장되는 하루하루 선물로 주어지는 날들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 좋으시다, 영원하신 그 사랑,

 당신의 진실하심, 세세에 미치리라."(시편100,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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