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2.화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1580-1623) 기념일  

지혜2,23-3,9 루카17,7-10

 

 

 

주님의 충복忠僕

-묵묵히, 충실히, 항구히-

 

 

오늘 복음은 짧지만 여운은 강렬합니다. 참된 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주인이자 주님이신 예수님은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오늘 날 당신의 제자들인 우리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복음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의 다음 주석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를 단순히 겸손한 표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 표현이 제자들에게는 말 그대로 들어 맞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섬김을 받으시는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반드시 의지하셔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제자들의 섬김을 받으시는 주님이십니다. 무엇을 바라거나 기대할 것 없이, 누가 알아 주든 말든 보아 주든 말든 상관없이, 주님의 종으로서 주어진 섬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이건 겸손이 아니라 마땅하고 당연한 의무입니다. 주인을 원망할 것도 주인에 서운해 하거나 실망할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주인의 처분에 달렸을 뿐 마치 채권자처럼 주인께 요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제 분수를 아는 지혜로운 종입니다.

 

주인의 반응이나 처분에 관계 없이 기쁘게, 평화로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종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주님 향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주어진 임무를 깨어, 묵묵히, 충실히, 항구히 수행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충실한 주님의 종, 주님의 충복의 모습입니다. 충복忠僕, 충견忠犬, 충신忠臣, 참 기분 좋은 말마디입니다. 다음 주인이자 주님이신 말씀은 얼마나 적절한지요!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하고 말하여라.”

 

얼마나 멋지고 믿음직스럽고 매력적인 종인지요! 참으로 꾸밈없고 담백한, 겸손보다 한층 깊고 아름다운 진실한 고백입니다. 얼마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하는 고백인지요. 일체의 칭찬도 보상도 바라는 것이 없는 참 순수한 마음입니다. 주님을 참으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주님의 충복으로서의 임무 수행 자체가 기쁨이요 행복이요 평화요 보상일 것입니다. 영성으로 말하면 최고의 영성입니다. 참 크고 깊고 고요하고 한결같은 여여한 삶, 산같은 영성입니다. 

 

바로 이런 이가 제1독서 지혜서가 말하는 의인입니다. 쑥맥같이 어리석어 보이나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 대우大愚같으나 역설적으로 대지大智의 사람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충복이 되어 주님을 항구히 충심忠心으로 섬길 때 치유되는 영혼의 상처요 하느님 모상의 회복입니다. 주님의 충복들을 통해서 지혜서의 다음 말씀을 그대로 실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불멸의 존재로 창조하시고, 당신 본성의 모습에 따라 인간을 만드셨다.”

 

이들 의인들이, 주님의 충복들이 누리는 내적평화와 불사의 희망은 그대로 주인이신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종이야말로 그대로 주님의 충복의 모습입니다. 일체의 요구없이 주님의 종으로서 주어진 섬김의 직무에 충실할 뿐입니다. 하여 주님의 제자들인 우리의 영성을 ‘섬김과 종의 영성’이라 하는 것입니다. 영어를 봐도 ‘섬김service’과 ‘종servant’의 어원이 같습니다. 묵묵히, 충실히, 항구히 주님을 섬기는 종이 말그대로 주님의 충복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당신 수도승들의 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로 정의했습니다. 말 그대로 주님의 충복이 되어 정주와 수도자다운 생활, 순종 서원을 통해 평생 주님을 섬기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우리 수도승들입니다. 분도 규칙서 머리말 마지막 구절도 감동적입니다. 

 

“주의 가르침에서 결코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써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

 

참으로 죽기까지 주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주님의 충복같은 삶의 모습이 바로 우리 분도수도승들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출신인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역시 주님의 충복으로서 최선을 다해 사시다가 43세로 순교한 성인입니다. 부모는 그가 뛰어난 상인이 되기를 바랐는데 주님을 그를 뛰어난 성인, 주님의 충복으로 만드셨습니다. 새삼 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주님의 훌륭한 충복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섬기러 오신 주님께서 몸소 섬김과 종의 영성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충복이 되어 묵묵히, 충실히, 항구히 섬기며 살게 하십니다. 주님의 충복이 되기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 다음 화답송 시편처럼 항구한 주님 찬미의 삶입니다.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내 영혼 주님을 자랑하리니, 가난한 이는 듣고 기뻐하여라.”(시편34,2ㄱ). 아멘.

 

  • ?
    고안젤로 2019.11.12 06:09
    사랑하는 주님. 주님이 저희에게 주신 이 모든것에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저희를 통하여 세상 모든것에 주님사랑이 넘치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97 어둠을 밝히는 빛 -무지의 어둠, 주님의 빛-2017.4.7. 사순 제5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7.04.07 135
1796 어떻게 살 것인가? -‘씨뿌리는 활동가, ’좋은 땅’의 관상가로-2018.1.24. 수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1567-1622)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1.24 135
1795 어떻게 살 것인가? -기도와 섬김-2019.3.20.사순 제5주간 수요일 3 프란치스코 2019.03.20 145
1794 어떻게 살 것인가? -깨어 준비하며 주님을 기다리는 삶-2023.11.2.목요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프란치스코 2023.11.02 160
1793 어떻게 살 것인가? -문제와 답도 내안에 있다-2019.1.30. 연중 제3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1.30 157
1792 어떻게 살 것인가? -물음, 돌아봄, 찾음, 비움-2018.3.25. 주님 수난 성지 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3.25 212
1791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랑하라, 화내지 마라, 자비로워라-2020.9.13.연중 제24주일 1 프란치스코 2020.09.13 138
1790 어떻게 살 것인가? -예닮의 여정- “주님을 믿어라, 주님을 사랑하라”2024.4.11.목요일 성 스타니슬라오 주교 순교자(1030-1079)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4.11 116
1789 어떻게 살 것인가? -예수님 수난기로부터 배우는 가르침-2022.4.10.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 프란치스코 2022.04.10 244
1788 어떻게 살아야 하나? -“슬기롭게”-2022.11.2.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프란치스코 2022.11.02 286
1787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랑이 답이다-2022.10.31.연중 제31주간 월요일 PACOMIO 2022.10.31 237
1786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신뢰, 꿈, 시야, 한결같음-2021.3.5.사순 제2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05 156
1785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자나깨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하여-2019.6.4. 부활 제7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04 168
1784 어떻게 살아야 하나? -주님의 제자이자 복음 선포의 사도로-2023.10.18.수요일 성 루카 복음 사가 축일 프란치스코 2023.10.18 165
1783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진리의 연인, 진리의 증인, 진리의 협력자-2022.11.12.토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1580-1623)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11.12 182
1782 어떻게 살아야 하나? -회개, 만남, 사랑, 증인-2021.4.18.부활 제3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4.18 102
1781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예수님처럼 -주님의 섬김의 종답게, 순종의 대사제답게, 진리의 왕답게-2024.3.29.주님 수난 성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3.29 152
1780 어떻게 살아야 하나?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2017.6.13. 화요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사제 학자(1195-123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06.13 137
1779 어떻게 살아야 하나?-2015.7.5. 주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1821-1846)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07.05 392
1778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예수님을 따라 “해맞이꽃 사랑”으로-2023.8.11.금요일 성녀 클라라 동정(1194-1253)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8.11 313
Board Pagination Prev 1 ...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