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3.21. 수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480-543/547) 별세 축일    

창세12,1-4 요한17,20-26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

-귀천歸天-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의 별세 축일입니다. 잠시 베네딕도 별세 축일의 유래에 대해 나눕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되어 몬떼 까시노 수도원은 여러 야만인들한테 파괴되고마는 운명에 처했고, 당연히 베네딕토 성인의 무덤 역시 황폐화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7세기쯤에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프랑스 플류리-쉬르-루아르 수도원의 아빠스가 수도자들에게 명하여 베네딕토 성인과 스콜라스티카 성녀의 시신을 프랑스로 모셔오게 했습니다. 몬떼 까시노 수도원에서 프랑스로 성인의 유해가 이전 된 날이 바로 7월 11일입니다. 


그러나 베네딕토 성인께서 돌아가신 날인 3월 21일 별세 축일은 항상 사순 시기 한 가운데에 오기 때문에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이 축일을 기쁘게 지낼 수가 없어 성인 유해가 이전된 날인 7월 11일을 "베네딕도 대축일"로 정해 더 크게 지내게 된 것입니다.


분도 성인의 죽음을 기념하는 별세 축일을 지낼 때 마다 참 아름답다는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죽음의 귀천입니다. 전례 역시 아름답습니다. 오늘 저녁기도 찬미가도 아름다워 1-2절을 소개합니다. 


“예수님의 발자취 따르는 이들/아버지요 스승인 성베네딕도

 하늘나라 오르신 이날 기리며/노래 불러라

 스쳐가는 세속의 행락등지고/주님 찾는 보람을 한껏 누리며

 천사들과 한노래 부르는 영복/끝이 없어라.”


그대로 사부 베네딕도의 아름다운 삶과 죽음을 요약하는 찬미가입니다. 삶이 아름다웠기에 아름다운 죽음이요 이어지는 아름다운 영원한 천상의 삶입니다. 


입당송에서 영성체후 기도까지의 내용이 참 좋은 묵상감입니다. 입당송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하느님의 얼을 지니셨기에 세상의 영화를 업신여기고 버렸도다.’란 내용이 성베네딕도의 아름다운 삶의 비결을 말해 줍니다. 하느님의 얼을 지녔기에 세상의 주인되어 초연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신 성인입니다. 


본기도는 죽음을 일컬어 지상 삶에서 천상 삶으로 옮기셨다고 표현합니다.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임을 알려줍니다. 선종일을 라틴어로 트란시투스Transitus라 하는데 이는 ‘통과하다, 건너가다.’란뜻으로 지상 삶에서 천상 삶으로 옮겨감을 뜻함을 알게 됩니다. 말 그대로 천상탄일입니다. 이런 믿음이라면 죽음도 참 편안히 희망을 지니고 감사와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살아서보다도 사후 더 유명해지셔서 많은 일을 하시는 분도성인입니다. 


화답송 후렴, “주님,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당신 자애를 저희에게 베푸소서.”처럼 주님은 분도 성인에게 자애를 베푸시어 아름다운 삶에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게 하셨습니다. 예물기도에 나오는 말마디처럼 주님만을 찾고 섬겼기에 주님께서 주시는 일치와 평화를 누리셨던 성인이십니다.


참으로 베네딕도 성인은 축복받은 자라는 그의 이름 뜻대로 주님께 축복받아 거룩하게 사셨습니다. 저녁성무일도 독서에 인용된 그레고리오 교황님의 베네딕도 전기 36장에는 베네딕도 규칙서의 특징과 성인의 인품이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그 많은 기적으로 명성이 널리 알려졌으나, 이에 못지 않게 가르치는 말로써도 빛났다. 즉 그는 수도자들을 위하여 슬기로운 절제와 명쾌한 표현으로 한 규칙서를 저술했다. 그의 거룩한 생활을 더욱 깊이 알기를 원하는 사람은 이 규칙서에서 그가 교사로서 실행했던 모든 활동을 재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 이 거룩한 사람은 자기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가르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주님을 닮아 깊고 향기로운, 매력적인 인품으로 빛나는 우리 수도승들의 영원한 스승이신 분도 성인입니다. ‘축복받은 이’라는 이름 뜻 그대로 수도자들은 물론 온 인류에 주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대로 오늘 제1독서 아브라함을 닮은 성인입니다.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너는 복이 될 것이다.’ 아브라함에게 한 축복의 말씀은 그대로 성 베네딕도를 통해 실현되었습니다. ‘너는 복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대로 정말 우리도 이웃에게 복이 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직전 최후만찬석상에서 믿는 모든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신 내용입니다. 흔히 대사제의 기도라 일컬어지는 일치를 위한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아버지, 저는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는 제 안에 계십니다. 이는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시고, 또 저를 사랑하셨듯이 그들도 사랑하셨다는 것을 세상이 알게 하시려는 것입니다.”(요한17,23).


사랑의 일치, 일치의 축복, 일치의 아름다움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바 다양성의 일치입니다. 성인들의 공통적 특징은 모두가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공동체의 일치에 전력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마지막 아름다운 죽음은 늘 읽어도 새로운 감동에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예수님은 물론 베네딕도 역시 삶이 아름다웠기에 죽음도 아름답습니다. 바로 베네딕도 전기 37장에 나오는 묘사입니다.


“임종 당일 성인은 제자들에게 당신을 성당에 옮겨 달라고 하셨다. 그분은 거기서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영하심으로써 당신의 임종을 준비하시고, 쇠약해진 몸을 제자들의 손에 의지한 채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기도를 하는 가운데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하시며 임종하시는 장엄한 모습이 참 감동적입니다. 이보다 남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더 좋은 ‘아름다운 추억의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죽음은 그대로 공동체에 일치의 선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남은 이들에게 일치의 선물을 안겨주는 죽음이 참으로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입니다. 바로 오늘 저녁기도 성무일도 마리아의 노래 후렴도 성인의 아름다운 죽음을 요약합니다.


“오늘 성 베네딕도 제자들의 눈앞에서 동녘 곧은 길로 하늘에 올라가셨도다. 오늘 손을 펴들고 기도하시면서 별세하셨도다. 오늘 천사들이 그를 영광중에 맞아 들이셨도다.”


아름답고 거룩한 삶에,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축복의 선물도 없습니다. 정말 후손에게 물려줄 참 좋은 유산은 분열을 조장하는 많은 재물보다 일치를 이루는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의 유산임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가 생생한 모범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아름답고 거룩한 삶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입니다. 사실 매일 정성껏 봉헌하는 미사보다 더 좋은 죽음준비는 없습니다. 아멘.


  • ?
    안젤로 2018.03.21 08:34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아름답고 거룩한 삶에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입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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