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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30. 주님 수난 성금요일 

이사52,13-53,12 히브4,14-16;5,7-9 요한18,1-19,42



봄이 온다

-주님 부활의 희망-



어제 저녁 주님 만찬 미사부터 성삼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내일 성토요일이 지나면 대망의 주님 부활입니다. 곳곳에 피어나기 시작한 청초한 봄꽃들이 벌써 주님 부활의 봄을 경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활의 봄을 알리는 푸르른 싹들이 서서히 융단처럼 배밭을 덮어가고 있습니다. 주님 부활의 희망중에 주님 수난 성금요일을 맞이하는 우리들입니다. 얼마전 써 놨던 ‘수선화’란 시가 생각납니다.


-샛노란/수선화꽃들

 엄동嚴冬/겨울 추위/사랑으로 견뎌냈기에

 저리도/청초淸楚한가 보다

 참좋은/부활復活의 봄이다-


부활의 희망보다 더 좋은 명약名藥도 없습니다. 뿌리없이는 꽃도 없듯이 죽음 없이는 부활도 없습니다. 겨울없이는 봄도 없습니다. 봄의 부활을 내다 보기에 죽음 같은 겨울도 기쁘게,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마침내 동토凍土의 한반도에도 ‘통일의 봄’이 오는 느낌이 확연합니다. 어제 3월29일 성목요일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국 예술단 평양공연 선발대가 전세기 편으로 김포를 출항 곧장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김포-평양’ 알림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4.1일과 4.3일 두차례에 걸쳐 열리는 공연 제목은 ‘봄이 온다’라 합니다.


‘봄이 온다’란 제목이 참 좋아, 오늘 강론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부활의 봄으로 오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오늘 수난과 죽음의 주님을 묵상하고 싶습니다. 부활의 희망이 없는 죽음이라면 얼마나 막막하겠는지요. 주변에는 참으로 소리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살아있어도 희망을 잃고 절망의 죽음상태에서 살고 있는 이들도 많습니다. 평생 죽음을 겪지 않을 것처럼 건강과 돈에 집착하며 위태해 보이는 삶을 사는 이들도 많습니다.


참 잘 죽기도 어렵습니다. 하루하루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지름길입니다. 죽음은 삶의 요약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우리의 흩어진 삶을 바로 잡아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의 문제는 ‘어떻게 잘 살 것인가?’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바로 오늘 요한복음의 긴 예수님 수난사(19-20장)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줍니다. 예수님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참으로 복잡합니다. 


‘체포되신 예수님–한나스의 심문과 베드로의 부인-빌라도의 심문-사형선고-십자가에 달리심–예수님과 그 어머니-숨을 거두심-군사들이 예수님의 옆구리를 찌름-묻히심’, 여기 죽으시고 묻히심으로 수난사의 대단원은 막을 내립니다. 주님의 수난사에서 보다시피 죽음도 쉽지 않습니다. 정말 힘들고 복잡합니다. 이어지는 대망의 예수님 부활입니다. 부활 희망의 빛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통해 우리의 삶과 죽음을 묵상합니다.


첫째, 늘 십자가의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세상 구원이 달려있는 주님의 십자가입니다. 십자가의 주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자 의미입니다. 우리 삶의 목표이자 방향입니다. 이래야 죽음 앞에서 당황하거나 혼란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처럼 의연하게 적극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영원히 바라볼 대상,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모신 우리들은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십자가의 예수님에게서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을 봤습니다. “보라, 나의 종은 성공을 거두리라. 그는 높이 올라 숭고해지고 더없이 존귀해 지리라.” 바로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가리킵니다. 히브리서 역시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바라보며 은총의 어좌로 나갈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하라 하십니다.


또 하나 명심할 사실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주님 곁에 늘 계신 우리 모두의 어머니 마리아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애제자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말씀하셨습니다. 강론이 끝나면 거룩한 십자가 경배예식이 시작될 것입니다. 바로 늘 십자가와 부활의 주님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깨우침을 줍니다.


둘째, 늘 주님께 순종하십시오.

삶은 순종입니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의 비결은 순종에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순종과 비움의 모범입니다. 억지로 마지못해 순종이 아니라 적극적 자발적 사랑의 순종입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순종에 충실할 때 마지막 순종의 죽음입니다. 어제 끝기도시 응송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기까지 순종하셨도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셨도다.”


이어 히브리서도 우리 모두 순종의 모범인 예수님을 닮으라 촉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셋째, 늘 진리를 증언하는 삶을 사십시오.

십자가의 주님이 진리요 생명이요 길입니다. 진리이신 주님께 순종하는 삶이 참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의 영원한 삶을 살게 합니다. 진리이신 주님을 추구할 때 비로소 참사람입니다. 오늘 수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분명히 밝히십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알아 듣는다.”


진리는 예수님의 존재이유였습니다. 우리 모두 진리에 속한 사람이기에 모두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듣습니다. 끊임없이 진리이신 주님과 일치가 깊어질 때 우리 모두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진선미의 참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빌라도의 뜬금없어 보이는 질문 “진리가 무엇이오?” 역시 평생 화두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넷째, 늘 주님의 두 임종어를 기억하십시오.

“목마르다.”임종어에 이어지는 “다 이루었다.” 두 임종어입니다. 평생 하느님을, 진리를 목말라했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주님이, 진리가 목말라 그분을 찾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두 임종어를 우리 임종어로 삼아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그리움, 갈망, 열정 모두가 주님 향한 목마름의 표현입니다. “목마르다.” 하느님을 찾는 이들의 실존적 고백입니다. “다 이루었다.”는 임종어 역시 우리에게 부단한 자극이 되어,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주님의 뜻을 이루는 삶에 초점을 두고 살게 할 것입니다. 


죽음은 삶의 요약입니다. 잘 살아야 잘 죽습니다. 늘 깨어 귀가歸家준비, 죽음준비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의 은총이 우리 모두 예수님처럼 잘 살다가 잘 죽게 할 것입니다. 잘 살다가 잘 죽을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자작 좌우명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을 다시 나눔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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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3.30 09:43
    죽음은 삶의 요약입니다. 잘 살아야 잘 죽습니다. 늘 깨어 귀가歸家준비, 죽음준비를 잘 해야 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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