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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28. 연중 제8주간 화요일                                                                           집회35,1-15 마르10,28-31



예닮영성

-버림, 떠남, 따름-



지난 2.13일 왜관 수도원 피정집에서는 제23차 한국교부학연구회 정기모임이 있었고 이 모임은 교부학연구회의 초석을 놓으신 고 이 형우 시몬 베드로 아빠스님을 기리는 성격도 지녔다 합니다. ‘암브로시우스의 사회교리’를 주제로 한 모임이었고 논평을 맡은 노신부와 주고 받았다는 문답의 말마디에 공감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부정적 현실에 대해 한 참석자가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교회에서 누구한테 희망을 걸어야 합니까?”

“누구한테도 희망을 걸지 마라! 내가 희망이 되자!”


명답을 내놓았다 합니다. ‘내가 희망이 되자!’ 얼마나 고무적인지요. 정말 정답입니다. 내가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님을 닮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일컬어 예수님 닮기, 즉 예닮영성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영성은 단 하나, 버리고 떠나 예수님을 따름으로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 예닮영성 하나뿐입니다. 


미사전례 중 영성체를 모시기전 ‘하느님의 어린양’ 세 번째,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기도를 바칠 때, 저는 자주 ‘평화를 주소서!’ 대신 ‘평화가 되게 하소서!’로 바꾸어 바치기도 합니다. 내가 희망이 됨은 물론 내 존재 자체가 평화가 되는 것입니다. 주님의 희망, 주님의 평화가 되는 것입니다. 비단 희망과 평화만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주님의 기쁨, 주님의 사랑, 주님의 믿음이 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복음 선포도 없을 것입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예닮영성-버림, 떠남, 따름-’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떠나 예수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래야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말 그대로 파스카의 영성입니다. 산티아고 순례시 가장 기뻤던 체험은 새벽마다 미사후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 순례길을 오를 때였습니다. 하루만 묵으면 더 이상 묵고 싶지 않았습니다. ‘만남의 기쁨’만 있는게 아니라 ‘떠남의 기쁨’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죽음을 향한 떠남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산티아고 순례후 수도원 생활중 언젠가 새벽 일어났을 때의 순간적인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아, 산티아고 순례는 계속중이구나!’ 하는 깨달음의 체험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향해 자기를 버리고 떠나 평생 예수님을 따르는 평생 순례 여정중의 우리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의 수제자 베드로는 예닮영성의 모범입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직제자들은 곧이 곧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따랐습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시면서 현세는 물론 내세에서도 엄청난 축복이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현세에서는 박해도 받겠지만 백배의 축복에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의 축복을 받을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끝으로 우리 모두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말씀을 주십니다. 


“그런데 첫째가 꼴지 되고 꼴지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시종여일始終如一 한결같이 초발심의 자세로 주님을 따르는 일에 항구해야 함을 일깨우는 말씀입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버림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직제자들처럼 말그대로 모든 것을 버릴 수는 없어도, 날마다 할 수 있는 한 안팎으로 부단히 버려가는 일은 우리 삶에는 본질적입니다. 


안팎으로 채우고 모으고 쌓는 삶에서, 날마다 비우고 나누고 버리는 삶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떠나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매일 버리고 나누고 비우고 떠나 주님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화답송 후렴이 오늘 말씀을 요약합니다.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이렇게 버리고 떠나 예수님을 따라 올바른 길을 걸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합니다. 이런 예수님 닮기 예닮영성에 결정적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매일 우리가 바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집회서는 삶과 전례의 일치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율법을 지키는 것이 제물을 많이 바치는 것이고, 계명에 충실한 것이 구원의 제사를 바치는 것이다. 은혜를 갚는 것이 고운 곡식 제물을 바치는 것이고, 자선을 베푸는 것이 찬미의 제사를 바치는 것이다. 악을 멀리하는 것이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고 불의를 멀리하는 것이 속죄하는 일이다. 의로운 이의 제물은 제단을 기름지게 하고, 그 향기가 지극히 높으신 분께 올라간다. 기꺼운 마음으로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네 손의 첫 열매를 바치는 데에 인색하지 마라. 제물을 바칠 때는 언제나 즐거운 얼굴을 하고, 십일조를 기쁘게 봉헌하여라. 그분에게 뇌물을 바치지 마라. 받아 주지 않으신다.”


삶 따로 전례 따로가 아닙니다. 삶이 없는 전례는 공허하고 전례가 없는 삶은 맹목입니다. 전례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전례를 거행합니다. 경신례는 올바른 윤리생활이 전제되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삶과 전례는 둘이 아니라 하나요 영적 삶의 리듬입니다.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삶과 전례의 일치도 깊어질 것입니다. ‘삶의 전례화’요 ‘전례의 삶화’라고 말할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일에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의 성체를 모실 때 마다 다음 기도를 바치시기 바랍니다.


“주님, 제가 당신의 희망이, 평화가, 기쁨이, 사랑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모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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