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0.11.28.연중 제34주간 토요일                                                     묵시22,1-7 루카21,34-36

 

 

 

새 예루살렘

-늘 깨어 기도하여라-

 

 

 

끝은 시작입니다. 만추晩秋의 늦가을인가 했더니 추위가 초겨울입니다. 창세기에서 시작한 성서가 오늘 제1독서 성서의 마지막 요한 묵시록 22장입니다. 연중 제34주간 마지막 토요일이 끝나면 내일부터는 주님을 기다리는 기다림과 그리움의 꿈과 설렘의 대림시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 요한 묵시록 마지막 장 마지막 말씀이 대림을 앞두고 주님을 갈망하는 우리 심정을 잘 대변합니다.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

 

‘마라나타!’ 그리스어는 우리 말로 풀이하면 ‘오십시오, 주 예수님!’입니다. ‘마라나타’는 바로 명상기도의 대가 분도회 존 메인 신부님이 권한 만트라(성구)입니다. 호흡에 맞춰 성구를 계속 되뇌이며 끊임없이 기도를 바칠 때 깨어있는 삶이 이뤄집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사랑해야 합니다. 기도가 답입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면 저절로 기도하게 됩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기교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늘 해도 늘 부족한 것이 기도요 사랑입니다. 기도와 사랑에는 늘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참 재미있는 것이 20년전 꼭 이 때쯤 써놨던 ‘겨울나무’란 시가 생각납니다.

 

-“떠나자 

떠나 보내자

미련없이 아름답게

 

나 늘 푸른 사철나무보다 

단풍잎들 다 떠나 보낸 겨울나무가 좋다

 

가난한 겨울나무앞에 서면

왜 이리 부끄러워질까

왜 이리 가슴저릴까

 

하늘 향해 쭉쭉뻗은 무수한 나뭇가지들

찬 간절한 그리움의, 기다림의 촉수觸手들

볼품은 따질 게 아니다

그대로 그리움의 덩어리, 침묵의 기도로구나

침묵의 기도,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 겨울나무로구나

 

하늘님 향해 쭉쭉 벋은

무수한 내 그리움의, 기다림의 촉수觸手들!

나도 한 그루 겨울나무로구나

그대로 그리움 덩어리, 침묵의 기도로구나

나도.”-2000.11.29

 

흡사 겨울 침묵의 동안거에 들어가 기도하는 배밭의 겨울 배나무들 같습니다. 오늘 아침미사중 서원갱신으로 끝나는 연중 마지막 주간의 연피정 주제는 ‘곱게 늙기’ 였고, OLYMPICS(올림픽)의 문자 풀이를 중심으로 한 강의가 참 흥미로웠습니다.

 

O; Open-개방

L; Listen-경청

Y; Yield-물러남

M; Modesty-겸손

P; Possession(소유의 집착)-이탈

I; Interesting-관심

C; Clean and Bright-순수와 광명

S; Smile, Spirit, Soul-미소와 영, 영혼

 

‘곱게 늙기의 인생 여정’은 그대로 ‘기도의 인생 여정’이자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노추老醜란, 노욕老慾이란 말도 있듯이 기도하지 않으면 위와는 반대로 전개되어 십중팔구 ‘추하게 늙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기도가, 끊임없는 기도가 답입니다. 기도뿐이 길이 없습니다. 창세기의 잃었던 낙원, 즉 실낙원失樂園이 오늘 묵시록의 되찾은 낙원, 즉 복낙원復樂園을 미리 맛보는 것도, 또 이런 복낙원의 새 예루살렘의 궁극의 꿈이 실현되는 것도 기도뿐임을 깨닫습니다. 

 

아니 이런 새 예루살렘의 궁극의 비전이, 꿈이, 희망이 우리가 늘 깨어 기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생명수의 강이 흐르며 생명나무 열매들과 치료약으로 쓰이는 나뭇잎들은 얼마나 생명으로 충만한 낙원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음 새 예루살렘의 묘사가 절정입니다.

 

“그곳에는 더 이상 하느님의 저주를 받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도성 안에는 하느님과 어린양의 어좌가 있어, 그분의 종들이 그분을 섬기며 그분의 얼굴을 뵈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는 그분의 이름이 적혀 있을 것입니다. 다시는 밤이 없고 등불도 햇빛도 필요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들의 빛이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원무궁토록 다스릴 것입니다.”(묵시22,3-5).

 

얼마나 고무적인 궁극의 꿈이자 비전이자 희망인 새 예루살렘인지요! 이 거룩한 미사전례 은총으로 은연중 미리 맛보는 새 예루살렘입니다. 이런 새 예루살렘의 비전이, 꿈이, 희망이 우리를 더욱 늘 깨어 기도하게 합니다. 저절로 오늘 복음의 우려도 말끔히 사라질 것입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바로 이에 대한 답이 늘 깨어 기도하는 영적 수련입니다. 새 예루살렘을 미리 맛본 기도의 사람들은 도저히 이런 타락 상태에 머물 수가 없으며, 언젠가 불행의 그날이 우리를 덫처럼 덮치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서 벗어나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늘 깨어 기도하며 새 예루살렘의 꿈을 실현하며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그렇다. 내가 곧 간다. 아멘,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 주 예수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묵시22,20-21)-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6 새로움, 놀라움, 고마움-찬미의 열매-2015.9.4.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09.04 221
1315 새로운 출발 -끝은 시작이다-2016.7.9.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07.09 159
1314 새가정, 성가정 공동체 -기도, 말씀, 실행-2016.7.19.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7.19 248
1313 새 하늘과 새 땅 -말씀을 통한 새로운 창조-2016.3.7. 사순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6.03.07 187
1312 새 하늘과 새 땅 -꿈꾸는 사람, 춤추는 사람-2015.3.16. 사순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03.16 325
1311 새 하늘과 새 땅 -창조와 구원-2020..3.23.사순 제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0.03.23 155
1310 새 하늘과 새 땅 -창조와 구원-2019.4.1.사순 제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01 114
1309 새 하늘과 새 땅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2021.3.15.사순 제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15 129
1308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그리스도 중심의 삶- 022.1.17.월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2.01.17 171
1307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파스카의 꽃’같은 삶-2021.9.3.금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9.03 177
1306 새 인간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새 인간을 입자-2016.7.31. 연중 제18주일 프란치스코 2016.07.31 285
1305 새 인간 -생명의 빵인 예수님이 답이다-2021.8.1.연중 제18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8.01 149
1304 새 예루살렘 -참 겸손한 이들이 영원히 머무는 곳-2022.11.28.대림 제1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2.11.28 185
» 새 예루살렘 -늘 깨어 기도하여라-2020.11.28.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0.11.28 864
1302 새 삶의 시작 -죽음은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歸家다-2020.7.13.월요일 고故 이 정우 바오로 수사(1933-2020)를 위한 위령미사 1 프란치스코 2020.07.13 196
1301 새 사람의 삶 -사랑하라, 그리고 또 사랑하라-2019.9.12.연중 제2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9.12 135
1300 새 가정 인류 공동체 -하느님의 영원한 꿈-2015.1.27. 연중 제3주간 화요일(뉴튼수도원 78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7 350
1299 삼위일체의 삶 -늘 새롭고 아름답고 행복한 삶-2020.6.7.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0.06.07 150
1298 삼위일체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개방, 나눔, 관계, 겸손-2017.6.11. 주일 삼위일체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7.06.11 203
1297 삼위일체 하느님-2015.5.31. 주일 삼위일체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05.31 426
Board Pagination Prev 1 ...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