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9.17. 연중 제24주간 목요일                                                                                                1티모4,12-16 루카7,36-50


                                                                                    사랑의 회개와 구원


오늘 복음은 복음에서 가장 충격적 장면이요 오직 루가복음에만 나오는 내용입니다. 실감나는 장면에 마치 우리도 참여하고 있는 듯이 생각됩니다. 새삼 사랑이 모두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회개, 사랑의 변화, 사랑의 구원, 사랑의 만남, 사랑의 용서, 사랑의 겸손 등, 사랑이 붙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랑만이 길이요 답임을 입증합니다.


간절히 찾을 때 만납니다. 우연한 만남은 없습니다. 특히 주님과의 만남이 그러합니다. 바리사이 집의 예수님을 찾는 죄녀가 바로 그러합니다. 예수님을 찾아 왔음이 분명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예수님을 뵙는 순간 죄녀의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그림같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렘브란트가 왜 이런 장면을 그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향유를 부어 발랐다.’


전 여기서 사랑과 사랑의 만남인 회개를 묵상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예수님은 하느님 사랑의 화신입니다. 회개를 말하지 않아도 사랑 자체이신 주님을 만나는 순간 회개의 반응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자연발생적으로 죄녀의 회개를 촉발시켰습니다. 


이런 온몸과 마음을 다한 회개의 표현은 주님 사랑을 만났기에 가능했으며 이 또한 주님 향한 회개의 표현이자 동시에 사랑의 표현입니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만남, 기쁨의 구원에 비하면 옥합의 향유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사랑과 죄는 양립할 수 없습니다. 사랑과 죄는 똑같은 사람안에 공존할 수 없습니다. 사랑이 빛이라면 죄는 어둠입니다. 사랑의 빛에 죄의 어둠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죄가 없어 마음의 순수가 아니라 사랑할수록 마음의 순수입니다. 아무리 죄를 없애려 해도 죄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사랑할수록 깨끗해지는 마음입니다.


죄녀는 그순간 주님을 너무 사랑했기에 도저히 죄녀일 수가 없습니다. 바리사이, 시몬보다 순수합니다. 시몬은 이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의 죄에 대한 관점은 순수히 법적이었고, 예수님에게는 관계적이었습니다. 법적으로 고정된 죄가 아니라 주님과 사랑의 관계에 따른 죄의 유무입니다. 죄녀가 사랑의 회개를 통해 죄를 용서받는 순간 그녀의 죄스런 과거는 전적으로 무관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느님은 회개한 자에게 더 이상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들이 아무리 현재 변화의 삶을 산다해도 전과 기록은 계속 따라 붙습니다만 하느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역시 고백성사시 제가 자주 써드리는 처방전 말씀입니다.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 주지 마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이미 싹이 돋았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느냐? 내가 사막에 큰길을 내리라. 광야에 한길들을 트리라.”(이사43,18-19)


흡사 예수님의 죄녀에게 주시는 처방전 말씀같습니다. 진정 회개하여 용서 받았을 때, 하느님은 '여기 지금'의 그들만 다루십니다. 우리가 어제 했던 일은 문제 삼지 않습니다. 정말 문제 삼으시는 모두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느님과 그리고 바로 지금 내 주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입니다.


죄의 용서가 많을수록 사랑도 깊습니다. 도저히 바리사이 시몬의 사랑의 깊이는 죄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얕습니다. 주님은 이런 시몬을 깨우치심으로 겸손으로 이끄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 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 받은 사랑은 적게 사랑한다.”


죄녀처럼 많은 죄를 지어 용서 받음으로 큰 사랑을 드러내라는 것이 아니라, 죄의 결과에 낙심하지 말고 더욱 주님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죄에 대한 최고의 보속은 주님 향한 열렬한 사랑뿐이요, 사랑할수록 깨끗해지는 마음입니다. 사랑과 죄는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죄녀의 넘치는 사랑의 회개에 대한 주님의 용서와 구원의 선언입니다.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바로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새삼 사랑은 믿음과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1독서 티모테오 1서의 주제는 ‘그리스도의 훌륭한 일꾼’입니다. 티모테오에 대한 당부는 그대로 우리에게도 해당됩니다. 말이나 행실에서나, 사랑에서나 믿음에서나 순결에서나, 믿은 이들의 본보기라 되라 하십니다. 바로 다른 이들의 본보기 되기전 우선 복음의 자비로운 주님을 영원한 본보기로 삼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꼭 유념해야할 주님의 당부 말씀입니다.


“그대가 받은 은사를 소홀히 여기지 마십시오. 이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 일에 전념하십시오. 그대 자신과 그대의 가르침에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이 일을 지속해 나아가십시오.”


이런 항구한 수행 역시 깊이 보면 회개의 열매이자 주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 앞에 있는 죄녀의 모습이 흡사 미사에 참석하여 주님 앞에 있는 우리의 모습 같습니다. 복음의 죄녀처럼 우리 모두 마음 옥합의 사랑의 향유를 주님께 부어드리며 이 거룩한 미사를 봉헌합시다.


“주님,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 위해 간직하신 그 선하심, 얼마나 크시옵니까!”(시편31,20참조).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09 영성이 없다! -참 좋은 영성을 위한 기도, 회개, 용서의 삶-2019.6.25.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1 프란치스코 2019.06.25 224
1708 영성의 시냇물 -“한결같은 주님 사랑, 말씀 사랑, 형제 사랑”-2023.5.8.부활 제5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5.08 277
1707 영성의 대헌장; 진복팔단 -행복은 발견이다-2016.6.6.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6.06.06 259
1706 영광스런 삶과 죽음 -예수님이 답이다-2018.3.18. 사순 제5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3.18 144
1705 영광스러운 죽음-2015.5.22. 부활 제7주간 금요일 - 프란치스코 2015.05.22 180
1704 열정과 환대-2015.11.17. 화요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1207-123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11.17 315
1703 열매 풍성한 삶 -부단한 나눔과 비움의 사랑-2019.8.10.토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258)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8.10 204
1702 연옥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 -온유와 겸손-2017.11.2. 목요일 위령의 날 1 프란치스코 2017.11.02 152
1701 연민과 겸손의 바다같은 신비가 -오, 자비와 지혜, 신비의 하느님이여!-2023.11.6.연중 제31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1.06 153
1700 연민과 겸손 -참여형과 은둔형-2015.1.15. 연중 제1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66일째) 히브3,7-14 마르1,40-45 1 프란치스코 2015.01.15 764
1699 연민(compassion)의 사람-2015.10.30.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10.30 178
1698 연대의 힘-2015.8.29. 토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5.08.29 303
1697 역사는 현재現在다 -하느님은 조화調和이시다-2018.3.27. 성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27 134
1696 역사는 반복되는가 -날마다 주님 ‘파스카의 꽃’으로 삽시다-2023.12.28.목요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프란치스코 2023.12.28 132
1695 여전如前한 삶 -영원한 현역現役, 영원한 학생學生-2016.5.15. 월요일 성 빠코미오 아빠스(287-34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05.15 107
1694 여여如如한 삶 -수행자의 삶-2017.9.23. 토요일 피에트첼치나의 성 비오 (1887-1968)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7.09.23 165
1693 여러분은 무슨 맛으로 살아 가십니까? -하느님 맛, 또는 돈 맛-2019.4.17.성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17 121
1692 언제 어디서나 일하시는 하느님 -하늘 나라의 실현-2019.7.10.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7.10 158
1691 어제나 내일이 아닌 오늘! -오늘,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2019.11.20.연중 제33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1.20 162
1690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 예찬-2019.8.15.목요일 성모 승천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8.15 221
Board Pagination Prev 1 ... 82 83 84 85 86 87 88 89 90 91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