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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에페5,21-33 루카13,18-21


                                                                          하느님의 나라

                                                                           -하늘과 산-


어제 ‘무아無我의 집’에서의 첫날, 주님 안에서 참 자유로운 하루를 지냈습니다. ‘무아無我의 집’은 ‘진아眞我의 집’이요 ‘자비慈悲의 집’입니다. 산의 품속에 있는 수녀원 사제관이라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뿐이었습니다. 


저절로 눈들어 하늘을 보게 되고 볼 것은 하늘 뿐이니 하느님 중심의 삶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참으로 우리 믿는 이들을 단순하게, 자유롭게, 행복하게 하는 것은 하느님 향한 하느님 중심의 삶뿐임을 깨닫습니다.


진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합니다. 불암산을 배경한 하늘처럼, 여기 태령산을 배경한 수녀원을 보는 순간 떠오른 20년전의 ‘하늘과 산’이란 자작自作 애송시愛誦詩입니다.


-하늘 있어/산이 좋고

 산 있어/하늘이 좋다

 하늘은/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하고 싶다-


바로 이런 사이가, 이런 사랑이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하늘과 산’에서 착안한 제 자칭 호가 ‘천산天山’입니다. 요셉수도원이 2014년 자치수도원으로 승격되면서 만들어진 수도원 로고 역시 위 ‘하늘과 산’의 그림입니다. 수녀님들에게 나눠 주십사 부탁했으니 곧 받아 보실 것입니다. ‘하늘과 산’ 로고는 그대로 ‘기도하고 일하라’라는 분도회의 모토와도 일치합니다. 하여 수도원을 찾아 피정오시는 분들이나 면담고백성사 보시려고 오는 모는 분들의 휴대폰에 붙여 드리는 하늘과 산의 로고입니다.


“로고를 볼 때마다 ‘찬미 하느님!’인사하시고, ‘기도하고 일하라’ 모토와 더불어 하느님을 기억하십시오.”


휴대폰에 ‘하늘과 산’의 로고를 붙여드리며 꼭 당부하는 말입니다. 위 ‘하늘과 산’의 시가 상징하는 바 참 심오합니다. 관계의 진리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는 존재입니다. 사람이 누구인지 해명되는 것은 관계안에서입니다. 관계를 떠나 혼자서는 결코 자기가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하늘과 산의 관계는 너와 나의 관계를 상징합니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습니다. 하늘이 하느님이라면 산은 사람입니다. 하늘이 그리스도라면 산은 사람입니다. 하늘이 남편이라면 산은 아내입니다. 


관계속의 인간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시입니다. 위 시와 같이 서로 신비를 더하고 깊이를 더하는 사이라면, 사랑이라면 얼마나 좋겠는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하시고 누룩과 같다 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고정적 실재가 아니라 유동적 역동적 실재임을, 장소 개념이 아니라 순전히 관계 개념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가, 그리스도와 나와의 관계가, 너와 나와의 관계가,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날로 깊어지는 관계로 겨자씨 같이 내외적으로 성장成長에 이르게 한다면 바로 거기가 천국입니다. 밀가루를 부풀리는 누룩처럼 날로 깊어지는 믿음, 희망, 사랑의 관계로 서로를 내외적으로 충만케 하여 성숙成熟에 이르게 한다면 바로 거기가 천국입니다. 이미 오늘 지금 여기서 실현되는 하느님의 나라 천국입니다.


아,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관계를 통해 보고 배웁니다. 보고 배우며 알게 모르게 누룩처럼 우리에게 침투되는 너의 믿음, 너의 희망, 너의 사랑입니다. 주님과의 관계를 통해, 너와의 관계를 통해 부단히 보고 배우며 누룩처럼 침투되는 믿음이요 희망이요 사랑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믿음, 주님의 희망, 주님의 사랑이 우리 존재 속속들이 누룩처럼 침투되는 은혜로운 시간입니다. 


자연환경이 건물이 아름답고 좋아서 천국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 그리스도 중심의 삶으로 주님과의 관계가, 너와 나와의 관계가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날로 깊어갈 때 바로 거기가 천국입니다. 한 집안에 부부로 살면서 완전히 남남으로 살 수 있듯이, 수도원에 살면서 완전히 주님과 남남으로 살 수도 있습니다. 서로 남남으로 고립단절되어 관계없이 산다면 바로 거기가 지옥입니다. 


하늘과 산의 관계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에도 그대로 통합니다. 구별될 수는 있어도 분리할 수는 없는, 둘이자 하나인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입니다. 바오로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가 남편과 아내의 부부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리스도가 교회를 사랑하듯이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교회가 그리스도께 순종하듯이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연중 그리스도가 부부관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음을 봅니다. 그리스도 중심의 부부관계의 일치임을 깨닫습니다. 


정말 어려운 것이 부부관계입니다. 수도공동체내의 관계도 힘들지만 수도형제자매들과의 관계이상으로 힘든 것이 부부관계입니다. 평생을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가장 힘들고도 중요한 수행입니다. 하여 저는 부부들에게 피정 때마다 강조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답이 없습니다. 끝까지 살면 구원입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차후 문제이고 함께 살았다는 자체로 구원입니다. 서로 좋아서, 마음이 맞아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 바라보는 하느님 중심의 방향이 같기 때문에 사는 것입니다. 주님과 깊어지는 관계와 더불어 깊어지는 부부상호관계입니다.”


믿는 이들의 부부공동생활이나 수도공동생활의 이치는 똑같습니다. 주님과의 관계와 더불어 서로 상호간의 인간관계도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하늘과 산’의 시에 주님과의 관계, 너와 나의 관계가 동시에 함축되어 있음을 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말씀의 겨자씨’로, ‘성체의 누룩’으로 오시는 당신을 모심으로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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